■ 신년기획특집 - 농촌성평등의 첫걸음, 가족경영협약 : 가족경영협약, 왜 필요한가?

■ 가족경영협약 후 뭐가 달라졌나...

“농업에 대한 자부심 커졌어요”
가족경영협약을 체결한 후 부부가 느끼는 변화는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이다.
농가 가족경영협약 지원방안 연구(2014. 강원도여성가족연구원 허미영) 결과를 보면, 가족경영협약 후 남편은 ▲농업에 대한 정보교환 증가 ▲부부 사이가 평등관계로 변화 ▲부인이 더 신나게 농사일에 참여 ▲부인의 농업경영에 대한 책임의식 증가 등을 가장 크게 변화된 모습으로 꼽았다. 부인은 ▲농업에 대한 자부심 향상 ▲자신을 더 소중히 생각 ▲과도한 노동 감소 ▲노동시간의 합리적 조절 등이 긍정적인 변화라고 답했다.

농가 가족경영협약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농촌진흥청 김경미 연구관은 “가족경영협약 후 무엇보다 남편과 부인 모두 느끼는 가장 큰 변화는 부부간 화목이 더 돈독해지고, 대화가 늘어나고, 가족간 친밀도가 높아졌다는 점”이라며 “이는 가족경영협약이 처음 국내에 도입된 2004년 이후 최근 협약을 체결한 농가들 대부분이 보인 공통된 반응”이라고 설명했다.
가족경영협약은 부부의 합리적인 경영 모습을 승계자에게 보여주는 효과가 크다. 또한 승계농인 자녀에게도 권리와 책임을 명확히 함으로써 후일 야기될지 모르는 부모-자녀간 마찰을 줄이는 역할도 한다.

승계자 배우자 영농참여에도 긍정효과
가족경영협약 후 승계자가 생긴 농가의 비율은 아직 통계가 자세히 생성되지 않아 정확히 파악할 수 없지만, 일본은 승계자의 취농조건을 명확히 함으로써 승계자뿐 아니라 승계자의 배우자가 영농에 참여하게 하는 데에도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경우에는 승계자의 배우자에 대한 처우도 명확히 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본지 제569호(2019.1.7일자)에 소개된 충남 청양의 초야농원 등 2대가 함께 농사를 짓는 가족경영협약 체결 농가의 경우, 승계자가 참여하는 조건을 명확히 하고 책임을 나누면서 성과를 배분해 농가가 더 발전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김경미 연구관은 “농촌진흥청 조사에 의하면, 부부가 평등하게 농사에 참여하는 것을 자녀가 봄으로써 영농승계에 도움이 된다는 비율이 일반농가는 6%, 리더농가는 7~9%로 나타났다”며 “현재 우리 농가의 승계자 비율이 매우 낮은 점을 고려한다면 가족경영협약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 일본의 가족경영협약은…

1960년대부터 시행…90년대 본격 추진
“일본에서 가족경영협약은 여성의 사회참여뿐만 아니라 경영 참여를 통해 법인경영과 여성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이며, 노후에 안심하고 농사짓고 농업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수단이자 차세대를 육성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여기고 있다”
한 마디로 가족경영협약이 농업·생활·영농승계·노후보장을 위한 중요한 통로인 셈이라고 김경미 연구관은 말한다.

일본에서는 가족경영협약이 1960년대부터 시행됐으나, 농업노동의 인력감소가 가시화된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처음에는 부모와 자식(영농승계자) 간의 협약으로 시작됐지만 농업구조의 변화에 따라 농촌가구가 부부중심으로 바뀌면서 부부 간 협약으로 확대됐다.
일본은 이미 1992년 농산어촌 여성에 관한 중장기 비전에서 가족경영협약을 검토해 제도화하기 시작했다. 일본의 가족경영협약 농가(2017.3)는 5만7155호에 이른다.

가족경영협약을 체결한 미와마치의 한 농가는 후계자의 유턴 취농을 위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협약서에 농업경영의 현황과 실태를 명확히 하고 경영계획을 수립했다. 부부는 경영이양에 대한 생각을 나누며 경영을 이양한 이후 부부의 생활도 설계했다.
또 다른 농가는 영농승계를 위해 경영방침과 취업조건을 명확하게 하고, 후계자의 결혼을 기회로 이양한다는 목표를 구체화했다. 이후 2세대(부모-승계자 부부)가 공동으로 협력해 경영하기 위한 계획도 포함했다.

가족경영협약, 지역사회 의식변화 이끈다
홋카이도 다테시에서는 협약농가가 확산하면서 지역 전체의 의식변화와 혁신을 이룬 사례도 있다. 또 노동시간을 매월 총량으로 관리해 노동투입이 많지만 소득이 낮은 작물 등을 찾아내 개선함으로써 경영개선 효과도 본 농가도 있다. 승계자와 결혼해 들어오는 장래의 여성 배우자를 위한 취농 환경과 생활조건을 미리 마련하고, 경영을 이양한 뒤 부부의 간호에 대한 협약내용을 통해 가족의 장기적인 비전을 실현한 사례도 있다.

안조 지역에서는 우리의 가족회의 같은 ‘친자회의’ 개최를 협약에 포함한 농가도 있다. 가족끼리 농업경영에 대한 전략회의를 정례적으로 갖고, 또 여성의 자산형성, 법인화, 노동 분담, 파트너십 경영체계 등을 협약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김경미 연구관은 “우리나라는 아직 기초적인 항목으로 추상적인 협약을 하지만, 일본은 농가의 다양한 특성에 따라 협약주체나 협약내용을 설계하고, 협약 이후의 사후관리에도 힘을 쏟고 있다”고 양국의 차이점을 설명했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