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린창- 채희걸 본지 고문

▲ 채희걸 본지 고문

 일자리 감소 대비해
 일자리복지 추진할
‘직업개발교육청’ 만들자

지난 연말 모 일간지에 났던 자식에게 살해된 어머니의 마지막 말이 심금을 울린다. “아들아, 옷 갈아입고 도망가라”는 말이었다. 부모에 얹혀살던 캥거루족 A씨(38)는 술만 먹고 하는 일 없이 지내고 있었다. 이에 어머니는 아들에게 “가만히 있지 말고 뭐라도 하라”는 꾸지람 끝에 다투다 아들의 뺨을 때렸다. 뺨맞은 아들은 어머니에게 의자와 흉기를 휘둘렀다. 이를 맞아 어머니는 사망했다. 이때 어머니는 피를 흘리며 죽어가면서도 아들에게 “옷을 갈아입고 도망가거라”는 유언을 했다. 이 기사를 읽으며 자식을 향한 어머니의 끝없는 모정에 새삼 가슴이 뜨겁고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이 사건 발단은 일자리다. 어머니는 자식이 번듯한 직업을 갖고 잘사는 모습을 보고 싶은 기대로 자식을 키웠다. 그러나 일은 고사하고 삶의 열정과 의욕을 잃고 좌절 속에 술만 먹는 모습에서 표현하기 힘든 자식에 대한 실망과 안타까움이 쌓여 이러한 참극이 일어났다고 본다. 지금과 같은 경기침체에서 이런 상황은 비단 이 모자에게만 국한된 게 아니다.
이 사건을 접하면서 정부에게 다음과 같은 건의를 하고 싶다. 통계청이 밝히는 실업자 수는 103만 명이지만 면밀한 경제활동인구조사 분석결과에 따르면, 사실상의 실업자 수는 300만 명을 넘는 316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게 통설이다.

실업자와 캥거루족이 많다는 것을 체감하는 사례는 많다. 필자는 매주 금요일 퇴직동료와 산행을 다닌다. 이때 은퇴자 못지않게 30~50대 중반의 젋은이들이 직장에 안 가고 산을 타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 한편, 수원에 거주 중인 필자는 군포와 수원역 역세권의 원룸 건물주와 공인중개사를 많이 만나고 있다. 이들로부터 요즘 원룸건물에 빈 방이 건물당 2~3개, 많게는 10개에 이른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
원룸 세입자들 대부분은 백화점, 음식점, 중소기업의 아르바이트 취업자들이다. 이들에게 “왜 방을 비우냐?”고 물으니, “최저임금 사태로 일자리를 잃게 돼 방을 비운다.”고 답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중심가 상가건물에도 공실이 많이 보인다. 공인중개사들의 얘기에 따르면, 빌딩에 입주한 상인들은 영업이 잘 안 돼 권리금과 보증금까지 포기하며 일자리를 잃고 있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민심수습 임시방편으로 미취업 청년의 월 50만 원 구직활동지원금 지급, 청년 대상 국민연금 첫 달치 대납, 대학건물 전기소등 아르바이트 선발, 공무원 증원과 같은 단발성 미봉책을 지양해야 한다. 실질적이고 지속성 있는 취업지원시책을 펴야 한다. 취업을 포기하고 좌절해 주저앉아 있는 무직자 316만 명을 대상으로 근로의욕 고취를 위한 정신교육과 함께 단기직업교육을 추진해 그들이 빠른 시일 내에 일터로 나가 삶의 의욕과 활력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쇠퇴하는 성장동력 되살리기는 물론, 미래 먹거리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업친화형 4차산업 개발에 총력을 다해주기 바란다. 인공지능 기술 개발과 로봇 등장으로 일자리가 점점 감소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이를 선제적으로 대응해 일자리복지를 과감하게 추진해나갈 가칭 ‘직업개발교육청’을 만들기 바란다. 이 기관은 미래직업 연구와 건설·보건·문화·관광·농업 등 산업전반에 필요한 취업인력 수요조사와 직업실무교육 전담기관으로서 역할이 있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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