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명견 교수의 재미있고 유익한 옷 이야기(50)

패딩, 동물학대냐
환경오염이냐 둘 갈래...
우리가 풀어야 할 난제

금속에 손이 닿으면 찬 기운을 느낀다. 금속의 열전도성이 크기 때문이다. 렌번과 리즈(Renbourn & Rees), 두 학자가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강철을 양털처럼 가늘게 잘라 양털과 강철솜의 보온력을 비교했다. 한편에는 양털 솜이 들어있고, 또 다른 편에는 양털 솜과 크기와 양이 똑 같은 강철 솜을 넣었다. 그 결과 이 연구에 사용된 강철 솜은 양모보다 열전도성이 100배 높았음에도 보온력에 있어서의 차이는 12%정도에 불과했다. 이 연구 결과의 비밀은 바로 공기에 있었다. 자르지 않은 강철 그대로를 가지고 실험했다면 100배 가까운 차이가 났겠지만, 강철을 가늘게 잘라 솜처럼 만들었기 때문에 가는 강철 솜 사이사이에 공기가 함유돼 있었던 것이다. 공기가 우수한 보온재라는 것을 확인하는 결과다.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패딩 된 옷은 ‘국민복’이 됐다. 유행이라기보다 추우면 당연히 입게 되는 한 몸 같은 존재가 돼버린 것이다. 패딩 된 옷이 없을 때, 추위를 어떻게 견뎠을까 싶다. 남녀노소는 물론 강아지도 패딩을 입는 지경이 됐으니 말이다. 가볍고 따뜻하니 널리 입혀질 수밖에 없다.

패딩(padding)이란 솜이나 심 등을 채워 넣는 행위를 뜻하는 단어에서 비롯됐으나 이런 충전 재료를 넣은 의복류를 통칭하게 됐다. 충전재 사이사이에 열전도성이 가장 낮은 공기를 많이 가둬, 가벼우면서도 보온성을 높이도록 만들어진 옷이 바로 패딩이다. 당연히 충전재에 따라 패딩의 보온성이 달라진다. 현재 가장 선호도가 높은 것은 거위와 오리의 가슴 솜털이 들어간 패딩이다. 이것들의 솜털은 그 모양이 눈꽃 같아서, 공기를 많이 모을 수 있기 때문에 매우 가볍고 따뜻하다. 그러나 이 같은 충전재의 패딩은 만드는 과정에서 ‘동물학대’라는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품질 좋은 털을 얻기 위해 살아 있는 상태에서 털을 뽑기도 하고, 빨간 혈관이 다 드러날 정도로 무자비하게 털을 뜯는가 하면, 살이 찢기고 찢긴 피부를 바늘로 꿰매고, 털이 자라면 또 다시 그 악순환을 반복하기 때문이다. 패딩 하나에 거위나 오리 15~20마리의 털이 필요하고 했다.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

현대의 과학은 이런 문제점을 해결할 대안을 내놓았다. 동물의 속털이 아니어도 가볍고 따뜻한 섬유들을 개발해냈다. 머리카락의 100분의 1보다 더 가는 극세사를 만들어내고 그것들을 짐승의 솜털을 대신하는 제품으로 만들어냈다. 보온성도 좋지만 물에 젖어도 엉겨 붙지 않고 빨리 마르기 때문에 오리나 거위의 솜털보다 공기층이 쉽게 복원된다. 짐승들의 냄새나 알레르기 같은 것을 염려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에 가격까지 싸다. 동물학대를 척결하는 최선의 해답이 등장한 듯하다.

그러나 이 대안 역시 확실한 답은 못된다. 이것들은 오랫동안 썩지 않고 지구를 더럽히는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남는 플라스틱이기 때문이다. 그 미세한 플라스틱들이 이미 바다로 흘러들어가 바다 생물의 먹이가 돼, 다시 우리의 식탁에 올라오고 있는 것이다. 동물 학대냐, 환경오염이냐의 두 갈래 길에서 어느 쪽으로도 갈수 없는 이 현실이 오늘의 우리가 풀어야할 대 과제가 돼있다. 어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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