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여행
지명만 불러도 설레고 봄내 나는 춘천■ 류미월의 문학향기 따라 마을 따라 - 강원도 춘천
류미월 객원기자  |  rhyu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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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1.11  13:5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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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동백꽃에 나오는 수탉 싸움 장면.

김유정, 짧은 생에도 작품활동 왕성
날씨가 영하로 떨어지고 꽁꽁 얼수록 마음속 한구석에는 봄을 갈망한다. 호반을 떠올리기만 해도 봄기운이 물안개로 피어날 것만 같은 춘천을 새해에 찾았다. 거미줄처럼 연결되는 지하철 노선이 참 편리하다. 집을 나서서 분당선을 타고 가다 ITX 청춘열차를 타고 경춘선을 갈아타고 갔다. 스크린처럼 네모난 기차 통유리에 펼쳐지는 풍경에 몰입하다보니 어느새 김유정역에 도착했다. 역에 내려서 10분 정도 걸으면 단편소설 <봄봄>과 <동백꽃>으로 잘 알려진 김유정 생가와 문학촌이 있다. 고향처럼 아늑한 마을 실레마을. 금병산에 둘러싸인 모습이 마치 옴폭한 떡시루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김유정은 30년의 짧고 쓸쓸한 생을 살다갔지만 왕성한 작품 활동을 했다. 엉뚱한 반전과 속어·비어의 구사 등 해학적이고 탁월한 언어감각으로 독특한 영역을 개척했고 1930년대 한국소설에 축복을 내린 진정한 이야기꾼이다.

김유정에게 춘천은 문학의 고향이자 포근한 어머니의 품이었다. 연희전문학교 문과에 다니다 제적되자 서울생활을 접고 다시 고향에 돌아온 후 실레마을 사람들의 문맹퇴치를 위해 열정을 쏟았다. 야학당을 열어 아이들을 가르치고 농우회와 부인회를 조직해 계몽운동을 전개했다. 동네 사람들과 학생들이 힘을 합쳐 나무를 베어다가 직접 세운 간이학교 ‘금병의숙’을 운영했다. 고향사람들에 대한 깊은 애정에서였다.

   
▲ 소양강 처녀상

김유정의 동백꽃은 노란색
강원도 사람들은 생강나무 꽃을 동백꽃 혹은 산동백이라고 불러왔다. 얼핏 보면 산수유꽃과 흡사해서 구별하기가 어렵다. 국민가요로 널리 알려진 <소양강 처녀>의 노랫말 중에 “동백꽃 피고 지는/ 계절이 오면 /돌아와 주신다고 /맹세하고 떠나셨죠~”에 나오는 동백꽃도 빨간 동백꽃이 아닌 노란 생강나무 꽃이다.
김유정의 소설은 ‘봄봄’과 ‘동백꽃’이 널리 알려져 있다. <동백꽃>은 시골소녀 ‘점순이’와 열일곱 사춘기 소년의 풋풋하고 순수한 애정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낸 단편소설이다. 내용 중 일부를 소개한다.

“소년을 좋아하는 점순이는 소년을 위해 귀한 봄감자를 가져다주면서 관심을 보이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소년은 점순이가 왜 귀찮게 하는지 영문을 모르고 감자를 쑥 밀어버린다.
“느 집엔 이거 없지? 너, 봄감자가 맛있단다. 난 감자 안 먹는다. 니나 먹어라”
좋아하는 소년을 챙겨주려다가 무시당한 점순이는 소년의 집 수탉을 괴롭히기 시작한다. 소년은 점순이네 소작농이기 때문에 끙끙 앓으면서도 그저 참고 수탉에게 고추장을 먹여 싸움을 잘하도록 응원하고 점순이의 괴롭힘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
죄 없는 닭을 서로 공격하다 결국 점순이네 닭은 죽고 소년소녀는 싸움이 잦다. 점순이가 소년의 잘못을 용서해주고 동백꽃 속으로 밀쳐버리고 둘은 동백꽃에 둘러싸여 화해하게 된다.” 사춘기 첫사랑의 미묘한 감정을 산골마을 동백꽃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동백꽃>의 줄거리이다.

...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푹 파묻혀 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깃한 내음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왼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 소설 「동백꽃」 중에서

김유정 생가 마당에는 동백나무가 봄을 꿈꾸며 칼바람에 의연하게 서있었다.

조각배 되어 떠다녀도 좋으리...
서울 양양 간 고속도로와 수도권 전철 경춘선 개통으로 춘천은 접근성이 좋아졌다. 춘천에는 ‘씨티 투어버스’가 있어서 예약하고 이용하면 좋다. 대인 6000원으로 시내 명소들을 하루 종일 코스별로 안내해줘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고, 관광지 입장료 할인 혜택이 있다.
김유정역에서 남춘천역으로 한 정거장 전철로 이동해서 맛집 ‘춘천 닭갈비집’을 찾아갔다. 허기를 자극하며 양념된 닭갈비에 치즈가 녹아내리며 불판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간다.
게다가 고구마와 각종 채소, 떡볶이 떡이 섞인 오묘한 맛! 춘천 닭갈비는 언제 먹어도 별미다. 닭갈비를 먹은 후엔 어떤 공식처럼 메밀막국수 한 그릇을 동행한 친구와 뚝딱 나눠먹었다. 노란색 강원도 옥수수 막걸리를 한 잔씩 서로 권하며 새해 덕담을 나눴다. 큰 돈 안 들여도 즐길 수 있는 곳들이 주변을 돌아보면 많다.

춘천은 해마다 가을이면 마라톤이 열려서 전국에서 인파가 몰린다. 소양호와 의암호가 둘러싼 구봉산 정상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은 멋진 전망과 함께 일품이다. 소양강 처녀상 앞에 멈춰 서서 반야월 선생이 지은 ‘소양강 처녀’의 애절한 가사를 흥얼거렸다.
처녀상 가까이에 ‘소양강 스카이 워크’가 있다. 2천 원씩 입장표를 사서 소양강 스카이워크를 걸어봤다. 유리에 손상이 갈까 봐 덧신을 신고 강화유리로 된 투명한 길을 걸었다. 한겨울에 강물 위를 공중에서 걷는 맛이 짜릿하다. 유리 이음새 틈마다 아슬아슬한 곳에 동전들이 끼워져 있다. 소망을 염원하는 사람들의 손길이란.

새해를 맞아 이곳을 찾은 외국인들도 많았다. 간단한 인사를 나눴다. 소양강은 지구촌 나그네들과 손잡고 소통하고 있었다. 국내 최대 담수량을 자랑하는 다목적댐인 소양강은 위용을 뽐낸다. 호반 주변은 경관이 아름답다. 꽃피고 새 우는 포근한 날에는 소양감 댐에서 섬 속의 절인 청평사로 가는 유람선을 타고 유유자적하고 싶다. 산사(山寺)에 무거운 마음의 짐을 툭툭 내려놓고 다시 시작하고 싶다. 인생의 봄날처럼 만화방창(萬化方暢) 대지에 생명력 넘치는 봄날엔 소양호에 조각배가 되어 떠다녀도 좋으리라... 오! 마음속의 봄이 내(川)가 되어 흐르는 곳 봄내, 춘천(春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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