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커스 - 최저임금으로 인한 농업계 파장은?

외국인근로자도 최저임금 대상...농가경영 어려움 가중

>>가파른 최저임금 상승으로 농업규모화 타격
>>일당은 이미 최저임금 훌쩍...추가인상 기대심리로 경영 압박

농촌은 만성적 인력의 부족으로 외국인근로자를 고용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농업 현장은 농번기 등에 한시적으로 일손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 농업 일당은 이미 최저임금을 넘어서고 있다. 최저임금이 지난해 시간당 7530원에서 올해는 10.9%오른 8350원으로 오르면서 농촌 현장은 인력 수급에 더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근로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상용근로자뿐 아니라 임시직, 일용직, 외국인근로자 등이 모두 해당하므로 외국인근로자들이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올해 최저임금을 월급으로 환산하면 174만5150원이니 상시 근로자가 필요한 농업 현장의 우려는 커질 수 밖에 없다. 현장의 실태를 알아보고 정부 대책을 들어봤다.

▲ 외국인근로자 6명을 고용하는 경기도 안성의 유민농원의 경우 최저임금 인상 대책으로 인원 감소를 고려 중이어서 경영주나 근로자 모두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한해 매출 9억 원 규모의 버섯농사를 하는 경기도 안성의 유민농원 유현덕 대표는 매년 두 자리로 상승하는 최저임금으로 고민이 깊어졌다. 현재 이곳에는 남자 2명, 여자 4명 등 모두 6명의 외국인근로자를 고용 중이다. 외국인근로자를 고용하는 이유에 대해 유 대표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무래도 말도 잘 통하고 좋지만, 농사일은 안 하려고 하니까 사람을 구할 수가 없어서 할 수 없이 고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국인근로자와의 계약은 그들의 취업비자가 만료될 때까지로, 보통 3년에 추가로 1년10개월이 더 연장이 가능하다. 하지만 외국인근로자들도 그들끼리의 소통 루트가 있어 조건이 더 나은 곳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아 그 기간만큼을 한 곳에서 모두 채우는 경우는 여간해선 드물다.

“농업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가 인력 수급인 것 같다”는 유 대표는 농산물 생산은 잘돼야 예상한 수준이고 아니면 밑돌지만 최저임금이 해마다 올라서 애를 먹는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곳에서는 외국인근로자들에게 지난해 최저임금 기준인 시급 7530원에 맞춘 월급으로 157만3천 원을 지급했고, 경력자는 조금 더 우대해 월급을 지급했다.

“올해는 경력 우대를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우리 애들에게 삼시세끼 식사와 숙박을 제공하는데 6명이 한 달에 먹는 쌀만도 70kg이 듭니다. 여건만 허락한다면 직원도 식구여서 잘해주고 싶은데....”

정부 일자리창출지원으로 근로자 한 명당 13만 원의 보조금이 지원되고 있지만 경영에 큰 보탬이 되지는 않는다는 게 유 대표의 말이다.

“올해 오른 최저임금인 174만5150원을 맞추고 시간외 근무수당과 식비지원 등을 합하면 근로자 한 명당 240만 원 정도가 든다고 봅니다. 농업은 기업이 아닌데 모두 똑같이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감당을 못합니다.”

유 대표는 겨우 수익률 0.5%를 내면서도 어쩔 수 없어 농원을 경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농식품부 국감에서 자유한국당 강석진 의원(경남 함양 거창 합천)은 농업분야 최저임금과 외국인근로자 관련 제도 개선을 강력히 촉구한 바 있다. 그는 최저임금의 지역별, 업종별 차등화와 함께 외국인 농업근로자에 대한 주거·식비 등 제공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시킬 것을 촉구했다.

강 의원은 “농업부문이 2016년 기준 내국인노동자 최대 14만4452명, 외국인노동자 2만7984명을 고용 중이며, 같은 해 고용허가제로 들어온 외국인노동자 중 농업부문이 12.2%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뜩이나 도시에 비해 농가의 소득이 낮아 농민들이 어려운 현실에 정부가 현실과 거리가 먼 정책으로 어려운 농가들을 더 힘들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강 의원은 “2019년도 최저임금이 8350원이지만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숙식제공 비용까지 감안하면 이미 1만1000원 이상”이라며 정부에서 뒤늦게 외국인 근로자 표준계약서에 의거해 숙식비를 징수할 수 있도록 했다고는 하지만 자국어로 된 사전 동의서를 받는 것 등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감안하면 농업 노동자에 대한 식비와 주거 관련 비용을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포함되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유 대표의 경우, 궁여지책으로 마침 외국인근로자 한 명이 올 1월에 취업비자 만료로 그만두게 되면 그 인원을 보충하지 않겠다고 귀띔했다.

평택에서 약 2만㎡의 과수원에서 배농사를 하는 박희영․ 한영순 씨 부부도 부부가 함께 농사짓고 있지만 배꽃 수정을 할 때 등에는 인력을 쓰는데 인건비가 큰 부담이 된다고 얘기한다.

"배 가격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는데, 농번기에는 12만 원까지 일당을 주고 손을 빌려야 하니 타격이 크죠." 현재 농촌의 인력회사를 통한 하루 인력 품삯은 경기도 지역의 경우 남자의 경우 8만 원, 여자는 7만5000원 선이다. 농번기 일손이 부족할 때는 일당이 12만 원까지도 치솟고, 읍내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은 품삯이 더 비싸다. 게다가 예전에는 이웃들이 품앗이로 서로 도와가면 농사지었지만 농촌의 고령화로 일할 사람이 없어진 탓에 사라진 풍경이 됐다.

더구나 사회분위기의 영향 탓인지 농촌에서도 하루 8시간 근로의 고용노동부의 지침을 잘 지켜야 뒷말이 없는 등 농업경영환경이 더 어려워졌다는 게 현장 농업인들의 목소리였다.

“농사짓지 말라는 얘기인지, 적자 보면서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유현덕 대표는 ‘규모 있는 농사가 더 힘들어지는 상황’을 설명했다.

최저임금으로 축산 42.4%, 시설원예 63.1%가 영향 받아
경영주 겸 근로자인 소농의 경우는 상쇄효과 발생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는 2018년 연말에 농업부문 고용노동시장 구조와 특성을 고려한 최저임금 인상이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대안을 모색해 보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최저임금에 대한 축산‧시설원예 농가 804호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 단기효과가 제한적일지라도 농가가 그 효과를 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축산농가 중 42.4%, 시설원예 농가 중 63.1%가 영향이 클 것이라고 응답했다.

하지만 현실에 있어서 2016년 ‘농가경제조사’에서 표본 2627호의 농가를 분석한 결과, 시간당 2018년 최저임금 시급인 7530원 미만을 지급하는 농가 비중은 14.2%에 불과했다. 즉, 최저임금 인상이 단기에 농가에 직접 미치는 평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했을 만큼 농업분야는 최저임금의 영향이 미비하다는 결과여서 현장의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체감도와는 거리가 있었다.

이에 대해 이 연구를 담당했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엄진영 박사는 “농촌에서는 만성적 일손 부족으로 이미 농번기 인건비가 최저임금을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최저임금의 인상의 영향이 미비하다는 것보다 최저임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인력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저임금 상승에 따라 농촌현장의 임금 인상에 대한 기대 심리가 작용하고 있는 것도 농업경영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엄 박사는 이번 조사 결과, 농촌의 고용노동력의 84%를 여성이 차지하고 있는데, 최저임금 상승으로 경영주인 동시에 인력시장에 나가는 소농의 경우는 둘의 상쇄효과가 발생한다고 진단했다.

엄진영 박사는 “농업부문 인력 문제가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는다면 상당수 농가는 인건비 부담 때문에 고용 노동력 확보에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며 적극적인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 농식품부 최저임금지원 대책 설명회에는 이주명 농업정책국장(사진 중앙)을 비롯해 경영인력과 김일수 사무관(사진 오른쪽)과 홍근원 사무관(사진 왼쪽)이 배석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농식품부 간접지원 대책은?
한편, 농림축산식품부 이주명 농업정책국장은 지난 10일 농업전문지 기자들과 ‘농식품 분야 최저임금 대책 설명회’를 갖고 정부의 최저임금 상승에 대한 대책 외에 농식품부 차원의 대책을 설명했다.

정부차원의 대책으로는 일자리안정자금이 5인 미만 사업체는 기존 13만 원에서 15만 원으로 인상(30인 미만은 기존 13만 원)되며 최저임금 상승을 고려해 월 보수 210만 원 근로자까지 지원된다. 야간근로수당 등 비과세 소득을 포함하면 240만 원 수준이 해당된다. 아울러 두루누리 지원 역시 월 210만 원 미만 근로자까지 최대 90%가 지원된다.

농식품부 차원의 추가적인 간접지원 방안의 초점은 원활한 인력 수급에 있다.

우선 농촌고용인력지원사업으로 농협의 농촌인력중개센터를 통해 농업인과 영농인력을 알선 중개한다. 특히 구인농가에는 현장실습교육비를 최대 3일 동안 1인당 2만 원씩 지원하고, 농작업자에게는 교통비 5000원과 숙박비 2만 원, 영농작업반장 수당 등을 지원한다.
농촌인력중개센터의 역할도 강화된다. 전담인력 배치, 구인구직 수요조사를 실시하고 영농작업반을 구성해 영농인력 알선을 중개한다. 영농작업반은 일용인력 5~10명 단위로 여러 개 반을 구성해 상시 영농인력으로 활용하는 것이며 지난해는 5800명이 활동했고, 올해 더 확대하게 된다.

이외에도 농업법인취업지원사업으로 청년을 수습 채용한 농업법인과 사회적경제조직에 1인당 월 100만 원 한도에서 월 보수의 50% 이내로 지원하는 사업 등이 있다.

이주명 국장은 “정부 차원의 최저임금 상승 대책과는 별도로 농식품부 자체적으로 단단한 간접지원 대책을 마련해 경영체의 인건비 부담을 완화시켜 농가소득 안정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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