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라보 마이 라이프 - 여행가에서 보랏빛 귀농한 전남 영암‘허니라벤더팜’한인선·이미란 부부

▲ 라벤더 농장에서 막내 아들 한별(2), 둘째 다솜(4), 아빠 한인선씨, 큰아들 햇살(6), 엄마 이미란씨가 따듯한 겨울햇살을 받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라벤더 농장이 꿈인 아내, 호주에서 만나 영암까지
전남 청년창업농업인 내년 공동브랜드로 시장 공략

“달이 뜬다. 월출산 천황봉에 둥근달이 뜬다. 에헤야 데헤야 얼싸나 좋다. 달을 보며 아리랑~, 임 보며 아리랑~”
달이 비추는 월출산이 그림처럼 펼쳐진 들녘을 따라 걷다보면, 저절로 노랫말의 아리랑이 흥얼거려지는 곳이 있다.
한인선(36) 이미란(34) 부부가 운영(공동 대표)하는 ‘허니라벤더팜’(전남 영암군 덕진면 솔안길 7-6, 송내 마을)은 월출산의 고색창연한 빛깔을 담아낸 듯 발길 닿는 곳마다 라벤더 향기가 가슴을 설레게 붙든다.

▲ 화분갈이가 이뤄진 라벤더들은 비닐하우스에서 겨울을 난다. 겨울철은 봄에 밭으로 나갈 라벤더 분갈이 작업으로 바쁜 시기다.

“저도 그렇지만 아내도 결혼 전에는 여행가가 꿈이었어요. 참 운명처럼 만나서 지금은 라벤더를 통해서 그 꿈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 씨는 여행가가 꿈이었다. 대학을 중퇴하고 2009년에서 2011년에 호주 퍼스시티에서 다양한 일을 했다. 재단사로 일할 때는 한인이 운영하는 민박에서 머물렀다. 그때 민박집에는 찾아든 여인이 바로 지금의 아내다.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일도 하고 여행도 할 생각으로 취업을 나간 곳이 호주 퍼스시티였습니다. 기숙사가 빌 때까지 잠깐 머물려고 민박에 머물렀는데, 그곳에서 아내를 만났습니다. 그때 와이프는 세계여행가가 꿈이고, 한국에서는 라벤더 농장을 하는 것이라고 말하더군요. 그래서 결혼 후에 아내의 꿈을 이뤄주고 싶었고, 저도 싫지 않아서 귀농과 함께 라벤더 농장을 하게 됐습니다.”

▲ 비닐하우스에서 분갈이한 라벤더.

부부가 운영하는 ‘허니라벤더팜’은 13,860㎡(4,200평) 농장에 양봉 100통이 함께한다. 라벤더 묘목, 꽃차용 꽃, 드라이플라워, 포프리, 라벤더 인테리어장식, 교육과 체험 등으로 쉴 틈 없이 바쁘다. 그렇게 귀농 1년여 만에 라벤더 향기 품어내는 여행가 부부로 지역사회에서 귀농과 사랑의 전도사로 벌써부터 이름이 높다.
최근에 한 씨는 전남청년창업농업인 모임을 만드는데도 앞장섰다.
아직 모임 이름도 회원도 체계화는 안 됐지만 꿈이 크다. 이 모임을 주축으로 전남지역 청년 창업농가들이 전국 최초로 공동브랜드를 만들어 낸다는 계획이다.

“자치단체와 개별 강소농가들마다 농산물 브랜드는 다양합니다. 그렇게 서로 분산되다보니 전국적인 이슈화나 브랜드 이미지 정착 등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이를 극복하고 모두가 함께 성장하기 위한 방안으로 내년 초에는 공동브랜드를 만들고 국내에서 선도적으로 안착하는데 집중적인 노력을 할 생각입니다.”
귀농이 쉽지는 않았다. 한 씨는 2012년 결혼 후에 전기로 제작, 광산기계와 산업용기계 제작·설치 등 다양한 일을 했다. 결혼하고 2남1녀를 두었다. 가정도 부양해야  했고, 그런 가운데서도 서로의 꿈인 여행도 계속해야 했기 때문이다.

“아내의 꿈도 잠시 잊고 살았죠. 그런데 2016년에 목회 일을 하던 아버지(한정암·63)가 인천에서 전남 영암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습니다. 어머니(박정복·62)도 이참에 공기 좋은 곳에서 살게 됐다며 마당과 텃밭이 있는 농가도 구입하시고 좋아하더라고요.”
그런 부모의 모습을 보면서 문득 여행과 라벤더 농장을 하겠다던 아내의 꿈이 떠올랐다. 귀농이 떠올려지기 시작했다. 한 씨의 고향인 제주도 서귀포와 아내의 고향인 경남 거창 쪽에 틈이 날 때마다 귀농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아내의 고향으로 귀농하려고 했는데, 마땅한 곳이 찾아지지 않았지요. 그래서 어머니가 있는 곳으로 가면 아이들 육아에도 도움이 되겠다싶어서 낯선 영암으로 귀농을 하게 됐습니다.”

어머니 박정복 씨는 아들 부부의 귀농이 달갑지 않았다.
“인천에서 이곳으로 내려오면서 편히 쉴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아들이 손주들 셋씩이나 데리고 귀농한다고 하니까 겁이 덜컥 났지요. 아니나 다를까, 지금은 손주들과 며느리 아들 뒤치다꺼리하는 것이 일이 되어버렸어요.”
한 씨는 그런 어머니에게 많이 미안할 뿐이다.
“어머니한테 제일 미안하지요. 어머지는 양봉이라도 안하면 일이 좀 줄어든다고 하지 말라고 하는데, 라벤더 농장과 꿀벌은 떼려야 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거든요. 어머니의 손을 빌리지 않고 우리 부부가 일을 해내는 것이 앞으로의 가장 큰 과제로 남았습니다.”
한 씨는 귀농은 지역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한 씨가 가장 먼저 한 것은 블로그 운영이었다. 각종 SNS의 적극적 활동은 물론 한국산야초꽃차협의회, 문화관광기획자, 양봉협회 회원, 영암청년회 등 다양한 사회활동도 농사일 못지않게 열심이다.
“내년이 기대됩니다. 전남청년창업농가협의회가 만들어낼 브랜드가 기대되고, 라벤더 꿀이 본격 생산되고, 라벤더 꽃의 가공과 체험, 인테리어 등 교육도 늘어납니다. 또 여행도 가야되겠지요.”
허니라벤더팜 식구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끝나갈 무렵, 뉘엿뉘엿 멀리 월출산 아래로 떨어지는 햇살이 라벤더 보랏빛 색채로 흩어진다. 모처럼 따뜻하고 눈부신 오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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