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년특집 - 농촌여성, 정책의 중심으로 다가가다

▲ 여성농업인의 목소리를 구현할 하드웨어를 구축하고 합리적인 정책을 내놓는다면 여성이 살고 싶은 농촌이 가능해질 것이다. 사진은 지난 11월1일 생활개선회 활동 60주년 기념 국회대토론회에 참석한 전국 회원들과 국회의원, 관계 기관장들이 파이팅을 외치는 장면.

전담부서-연구조직-여성농업인센터 삼각체계로
여성농업인 정책 꽃 피워야

농업·농촌에서 이미 절반을 넘어선 여성농업인. 하지만 그간 규모에 비해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체계를 갖추지 못해 항상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였다. 농업인구가 급속하게 줄면서 여성의 농업 내 비율은 증가해 통계청의 농림어업총조사에 의하면 2000년 이후 농업주종사자 중 여성의 비율은 꾸준히 50%를 상회하고 있다. 하지만 여성의 행복을 위한 기초생활서비스와 문화, 의료서비스 접근성 취약은 거의 개선되지 않고 있으며, 양성평등의식도 남성보다 여성의 만족도가 낮았다. 이렇듯 농업 홀대보다 더 심각한 여성농업인 홀대를 타파할 해결책은 무엇일까? 

2019년은 여성농업인이 농정 중심이 되는 해로 만들어야
여성농업인 뛰어넘어 여성경영인이 될 수 있는 환경 필요
지위향상·복지증진·소득확대 등 다양한 정책들이 실현돼야

농촌여성정책과 신설만이 해답 아냐
농림축산식품부 이개호 장관이 지난 인사청문회에서 공언한 여성농업인 전담부서 가칭 ‘농촌여성정책과’ 신설이 가시권으로 접어들었다. 농식품부는 현재 여성농업인단체와 전문가로 구성된 TF를 운영해 연구용역, 해외사례 조사를 추진 중에 있어, 내년 초에 전담부서 설치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담부서는 농업과 가공, 관광 등 6차산업의 주역이자 농촌복지와 지역사회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는 여성농업인이 여성경영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 구축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자녀 교육, 문화·여가생활에 부족함이 없고,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의료·복지 환경 구축에도 힘쓴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현재 여성농업인을 전담하고 있는 농촌복지여성과에서 농촌여성정책과가 따로 분리되는 방안이 제일 유력한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현재 농촌복지여성과는 농식품부 내에서도 인력과 예산 면에서 다른 과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게 사실인데 신설되는 과가 여기서 분리되는 것이라면 그것보다 부족한 인력과 예산규모로 여성농업인을 담당할 수밖에 없는 거 아니냐는 우려다. 가뜩이나 사실상 임기가 1여 년에 불과한 장관의 선심으로 농촌여성정책과가 만들어 진다해도 다른 장관이 오면 흐지부지될 수 있다는 걱정도 많은 상황이다.

연구전담 조직과 인력 대폭 늘어나야
그래서 이번 기회에 농식품부의 농촌여성정책과, 농촌진흥청의 여성농업인 연구조직, 지역의 여성농업인센터를 갖춰 여성농업인을 위한 공고한 삼각체계를 만들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3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여성이 행복한 복지 농촌 만들기’ 토론회에서도 이에 대한 전문가 의견이 개진됐다.
젠더와 공동체 오미란 대표는 “여성농업인 예산이 대부분 지자체 예산이다 보니 안정적이지 않아 전국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처럼 여성농업인센터가 확충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행복바우처 사업을 예로 들어보면 중앙정부 정책이 아니다보니 지역편차도 크고, 연속성을 가지고 추진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리고 오미란 대표는 “2003년 이후 여성농업인 복지를 위한 연구가 전무하고, 이를 전문으로 하는 연구자도 이젠 찾아보기 힘들다”며 “그만큼 효과적인 여성농업인 정책이 나오기 힘들어져 그 피해는 고스란히 여성농업인이 받을 수밖에 없다”며 우려를 표했다. 오 대표의 우려대로 2010년 이후 여성농업인이 실제 겪는 어려움을 파악하고, 복지 증진에 관한 주제의 연구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농촌진흥청 김미희 농촌환경자원과장 역시 여성농업인 연구 조직과 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미희 과장은 “여성농업인 연구 발전을 위해 농촌환경자원과 전문연구실 개편과 전문 인력 확보가 필요하다”면서 “여성농업인 삶의 질 향상 로드맵 구축을 통한 중장기 연구수행, 지속적인 성별영향평가와 성인지 통계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한 김 과장은 “여성농업인단체가 현장을,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정책을, 농촌진흥청이 연구를, 농업기술원과 농업기술센터가 사업과 교육을 맡는 구조로 협업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농촌진흥청 산하 농촌생활연구소장을 역임한 본지 임평자 사장 역시 “농식품부 여성농업인 전담부서 신설에 발맞춰 농촌진흥청에도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전담부서가 만들어져야만 실효성 있는 여성농업인 정책들이 꽃을 피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성농업인센터도 함께 만들어져야
더불어민주당 서삼석 의원(전남 영암·무안·신안)이 대표발의한 ‘여성농어업인 육성법’ 개정법률안도 눈여겨봐야 한다. 이 개정안은 2001년 4개소 시범사업으로 시작했지만 재정부담으로 인해 현재 51개에 그치고 있는 여성농어업인센터(이하 센터)의 신설·확충을 주 골자로 하고 있다. 현재 설치주체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정하도록 해 보다 쉬운 설치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대통령령으로 센터의 운영을 법인이나 단체도 가능하게 해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창구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센터의 임무는 여성농어업인의 권익 향상, 저출산 극복, 모성권 보장, 보육여건 개선과 복지 증진 등으로 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전문인력과 시설을 농식품부 장관이나 해수부 장관이 그 비용을 전부 또는 일부 지원도 가능하게 했다. 또한 센터의 사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중앙센터를 둬 프로그램 개발과 보급, 전문인력화를 위한 교육훈련을 맡을 수 있도록 했다.

여성농업인들이 필요로 하는 정책은?
이와 같은 하드웨어가 갖춰진다면 그 다음으로 소프트웨어, 즉 여성농업인들이 원하는 정책들은 무엇이 있을까? 60년 역사의 전국 10만 회원을 보유한 한국생활개선중앙연합회는 참여하고 실천하는 조직에서 앞으로 정책을 주도하는 조직으로 거듭나겠다고 천명했었다. 이와 함께 구체적인 여성농업인을 위한 정책도 발표했다.

첫 번째로 여성농업인의 지위향상을 위한 정책으로 조례 제정과 전문연구기관 설치를 주장했다. 여성농업인 육성 조례는 현재 66건이 제정돼 있지만, 전국에 17개 광역자지단체와 226개 기초자치단체가 있는 것에 비춰봤을 때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농정관련 위원회 여성 참여비율을 40% 이상으로 늘리고, 맞춤형 역량강화 교육과정 개발과 지원도 주장했다. 그리고 전문직업인으로서의 법적 지위 인정, 가족경영협약과 공동경영주 확대 추진 등이다. 남성 경영주의 동의가 있어야만 가능했던 공동경영주 등록이 동의 없이도 가능해졌지만 등록비율은 28%에 불과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한 대목이다.

두 번째로 복지증진을 위해 농번기 공동급식과 도우미 제도 확대, 근골격계 질환을 산재로 인정해 그에 맞는 보상을 받을 수 있게 제도 보완을 요구했다. 그리고 여성농업인의 노동부담을 줄이기 위해 밭 경지정리율을 높이고, 편이장비 확대·보급도 요구했다.
마지막으로 농업인과 도시민이 상생하면서 농가소득을 올릴 수 있는 제도적 지원도 필요하다. 농가맛집처럼 농촌자원을 이용한 농촌특색사업을 확대할 수 있게 지원하고, 농업·농촌의 공익적이면서 다원적인 기능을 국민과 공유할 수 있는 거점센터인 ‘한국생활개선교육회관’ 건립도 시급하게 필요한 부분으로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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