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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전까지 어떤 정보도 못 받아”헌정 사상 첫 출산휴가 쓴 신보라 의원, 임산부 어려움 토로
이희동 기자  |  lhd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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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2.20  18:3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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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조 원의 막대한 국가예산이 투입됐지만 저출산을 극복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한 게 사실이다. 이에 임산부를 비롯해 모든 세대 삶의 질을 높이는 것에서 저출산 극복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사진은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임신경험으로 본 배려문화와 지원정책’ 토론회 모습.

출산율이 2.1명 이상 돼야 국가 유지되지만 0.95명으로 추락
12년간 120조원 예산 투입했지만 고비용 무효율 드러나

“지난 9월 출산 후 한 달 반 가량 산후조리를 하면서 느낀 점은 우리나라가 임산부에게 굉장히 불친절한 나라라는 점이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출산휴가를 쓴 자유한국당 신보라 의원(비례대표)이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임신경험으로 본 배려문화와 지원정책’ 토론회에 참석해 한 발언이다.

법정휴가 90일 가운데 53일을 쉰 후 국회의원 업무에 복귀한 신 의원은 “아이행복카드를 만들면 국가에서 임신사실을 바로 알 수 있지만 어떤 정보도 받을 수 없었다”며 “출산 후에야 아이 접종정보를 문자메시지로 받은 게 전부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국 지자체의 다자녀 혜택 정보를 총망라한 ‘우리동네 다자녀 혜택’ 사이트를 국가가 아닌 중앙일보가 만든 사실만 봐도 아직도 정부의 대책이 부족함을 여실히 드러냈다”고 덧붙였다.

신 의원의 지적처럼 우리나라 저출산 대책은 여전히 미흡하다. 합계출산율이 2.1명 이상이어야 장기적으로 국가가 유지될 수 있다. 하지만 올해 3분기에 합계출산율은 0.95명으로 추락해, OECD 회원국 평균 1.68명을 크게 밑도는 것은 물론 압도적인 최하위를 기록했다. 정부가 지난 12년간 저출산 대책에 120조 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고비용 무효율의 정책에 그쳤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이에 임산부 삶의 질을 높이는 것에서 저출산 대책이 시작돼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인구보건복지협회의 신언항 회장은 개회사에서 “최근 정부는 출산장려 위주 정책에서 벗어나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저출산 정책을 전환하는 로드맵을 발표했다”면서 “로드맵에는 취학 전 아동의 의료비를 전액 지원하고, 45세 이상 여성에게도 난임 시술비를 제공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고 소개했다. 이어 신 회장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임신과 출산이 여성의 몫이라는 관점을 버리고, 남성과 기업, 사회가 그 책임을 함께 나눠야 한다”고 주장했다.

   
▲ 전국 지자체에 산재돼 있는 다자녀 혜택의 정보를 총망라한 사이트가 국가가 아닌 민간이 만들었다는 것은 아직도 저출산 극복에 있어 국가의 지원이 부족함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다.

임신·출산·육아 정보 주로 인터넷서 얻어
미국은 원스톱 서비스로 임신·출산 지원
임신 근로자 권리는 특권 아닌 당연한 권리

주제발표에 나선 인구보건복지협회 박보미 연구원은 “협회는 출산경험이 있는 20~40대 임산부를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를 진행한 결과, 임신·출산·양육 정보를 얻는 채널이 인터넷 카페가 51.6%로 정부·지자체 사이트 16%보다 월등히 높았다”면서 “임신까지 지출한 총비용은 평균 176만5000원, 임신·출산을 위해 지출한 의료비 평균은 322만3000원이었지만 국민행복카드를 통한 진료비 지원액에 대해 82.1%가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141만4000원이 적정하다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이어 “임신으로 인한 직장 내 불이익으로 상사·동료의 눈치, 인사 불이익, 언어·신체적 불쾌한 표현 등이 꼽혔고, 근무시간 배려·출근시간 조정·업무 변경 등의 제도가 있음에도 16.2%가 전혀 사용해보지 못했다”면서 “앞으로 임산부들을 위해 임산부 배려문화 일상화, 정부 사이트 접근성 향상, 임신 중 방문간호 서비스와 임신·출산 원스톱 서비스, 부모준비 교육 지원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서울특별시 박경옥 건강증진과장은 “지난 2017년부터 서울시는 임신을 준비하는 모든 가임기 남녀를 대상으로 위험요인 자가진단과 건강검진, 엽산제를 지원하는 ‘남녀 건강출산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면서 “또한 양육정보가 취약한 출산가정을 위해 ‘서울아기 건강첫걸음 사업’을 2013년부터 시작해 영유야 건강간호사가 직접 방문해 모유수유, 산후우울증 관리, 아이 돌보기, 예방접종 등의 서비스를 지원하며 종료 후에도 엄마모임을 돕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리고 박 과장은 “현재 저소득 가구에게만 지원되는 산후도우미서비스(100만 원 소요)를 서울시에서는 7월부터 소득과 관계없이 모든 가정에 지원해 산모 회복, 신생아 돌보기, 집안 정리정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하며 모든 아이는 부모뿐만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돌봄문화 확산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4살, 15개월 아이를 둔 최민지씨가 직접 임신경험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첫 아이 임신 당시 미국에 잠시 거주했다는 최씨는 “미국은 임신 초기부터 출산 후 3개월에서 최대 6개월까지 국가가 필요한 부분을 원스톱으로 챙겨주는 서포트 시스템이 있었다”면서 “병원의 케이스 매니저와 주기적으로 만나 각종 지원을 해결해 줬고, ‘듈라’라는 산파와도 연결돼 출산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고 소개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둘째를 임신했을 때 보건소에서 필요한 물품을 지원받았지만 미국처럼 모든 걸 담당해 줄 수 없을까라는 아쉬움이 들었다”고 말했고, “특히 첫째가 난임이었는데 어디서 정보를 얻어야 할지도 몰랐고, 불임 영양제도 해외직구로 직접 구매했었다”고 고백했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임신을 국가가 원스톱 서비스로 지원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시금천직장맘지원센터 김문정 센터장은 임신기 근로자가 경력을 유지하기 힘든 근로환경 실태에 관해 발표했다. 김 센터장은 “노동법상 임신 중에는 시간외 근로, 여간·휴일근로가 금지되고, 업무량을 줄이거나 다른 업무로 전환 요청이 가능하다”면서 “임신 주수에 따라 태아검진을 받기 위한 시간을 유급으로 보장받고, 임금 손실 없이 1일 2시간(임신 12주 이내 또는 36주 이후) 근로시간 단축, 90일 출산전후휴가, 유산·사산휴가 사용 등이 보장된다”고 소개했다.

또한 “근로시간 단축을 임신 전 기간으로 확대하고, 출산 전이라도 육아휴직을 보장하는 등의 제도적 보완으로 임신한 근로자가 특권이 아닌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임을 사회 구성원 누구나가 인정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동식 센터장은 “임신·출산·양육의 지역간 불평등이 심화돼 분만은 물론이고 산전진료 조차 받기 어려운 지역이 늘어나고 있다”며 “전국 232개 시군구 중 산부인과가 없는 곳이 23곳, 산부인과는 있지만 분만이 어려운 곳이 37곳에 이르고 있다”고 말하며 정부가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체감도는 여전히 낮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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