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칼럼 - 누리백경(百景)(73)

가족의 모습이 달라지고 있다. 조부모-부모-자녀 3대가 한울타리 안에 살던 전통 대가족제는 벌써 우리 사회의 산업화와 함께 부모-자식만의 핵가족으로 제금난 지 오래다. 가족구성원의 변화와 함께 구성원 마다의 가족에 대한 개념도 달라졌다. 한 마디로 ‘따로 또 같이’의 모습이다.

‘내’가 먼저 있고, ‘가족’은 그 다음이다. 소위 ‘밀레니얼 세대’ 주부들에게 가정은 이제 절대희생을 해야 하는 곳이 아니라 대충 자족할 수 있는 공간의 개념이다. 집안일은 로봇청소기에게 맡기고, 자신을 가꾸는데 시간을 투자한다. 새로운 가족풍속도라 할 ‘밀레니얼 가족’ 안의 밀레니얼 세대 자녀는 또 다른 ‘나홀로 섬’이다. 엑스(X)세대 부모의 핵가족 안에서 경제적 뒷받침을 받으며 자기중심적으로 키워져 자기애가 강하고, 오로지 자기 위주로 생각하고 혼밥(혼자 먹는 밥)·혼술(혼자 먹는 술)·혼영(혼자 보는 영화) 등 맞춤형 나홀로 소비에 능하다.

밀레니얼 세대는 1980년대 초반(1980~1982년)~2000년대 초반(2000~2004년)에 출생한 세대를 이르는 말로 X세대 다음의 Y세대 혹은 테크세대라고도 한다.
이들은 정보기술(IT)의 급격한 변화·발전과 함께 성장한 세대여서 모바일과 에스 앤 에스(SNS,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등 정보기술에 능통하다.
또한 이들은 전후세대인 베이비 붐 세대의 자녀들로서 대략 1100만 명 정도 된다. 이들의 대부분이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회에 진출, 고용감소와 일자리 저하 등의 어려움을 겪어 평균소득은 낮다. 게다가 대부분 대학학자금 융자라는 채무부담을 안고 졸업, 사회에 진출해 결혼과 내집마련 같은 문제에는 소극적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이들의 절반 이상인 55.2%가 1인 가구를 구성하고 있는 것도 그런 정황과 무관치 않다.

그러나 건강·식생활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아 미국에서는 강력한 소비 계층으로 부상해 각 기업들이 이들을 겨냥한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전통적인 가족규범이 깨지고, 가족관계에 변화가 오면서 구성원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부간의 갈등 뿐 아니라 ‘백년 손님’이라는 사위와 장모 간의 갈등도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재산 상속문제를 놓고 부모-자식간의 갈등도 전에 없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 한 예로 농어촌공사와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농지 또는 사는 집을 담보로 국가로부터 매달 노후 생활안정자금을 받는 ‘농지연금’과 ‘주택연금’ 가입자중 상당수가 유산상속을 바라는 자녀와의 갈등으로 연금가입을 중도에 해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정보화시대를 산다는 ‘밀레니얼 세대’라는 자식들과, 그 ‘밀레니얼 가족’들이 늙은 부모들의 얼마 남지 않은 저녁노을 같은 삶조차도 담보하지 못하는 가족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 가슴이 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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