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사는 아프리카 오지 시골마을에 한국의 생활개선사업이 희망을 싹을 틔우고 있다. 농촌진흥청의 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KOPIA)이 추진되고 있는 KOPIA 케냐센터에 한국의 생활개선사업 전문가가 파견돼 현지 농촌마을의 생활환경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 그 주인공은 농촌진흥청 농촌자원과장을 지내는 등 41년간 생활개선사업에 헌신하고 지난 2016년 정년퇴임한 김은미 씨다. 본지는 5회에 걸쳐 김은미 씨의 눈으로 본 현지 생활개선 활동상을 연재한다.

 한국의 생활개선과제가
‘한류’처럼 개도국에 퍼지길
 섣부른 희망도 가져본다

환해진 부엌과 말끔한 바닥
모델부엌이기 때문에 화덕뿐 아니라 다른 불편한 점들을 최소한으로 하고자 노력했다. 부엌 외부에서 물을 길어와 사용해야 하는 불편함은 급수탱크를 설치하고 파이프를 개수대로 연결해 해결했다. 물론 애초에 없던 싱크대도 설치해야 가능한 일이었다.
당초에는 부엌에서 연기만 잘 빠질 수 있게 화덕만 설치하는 정도로 계획했지만 워낙 기존 부엌이 열악해서 허물고 다시 짓게 됐다. 따라서 외벽과 지붕은 가장 값이 싼 자재(아이언시트-양철)로 마감했다. 창문을 달아 어두웠던 부엌을 환하게 바꿨고 흙바닥이었던 부엌바닥은 콘크리트로 마감했다. 이 모델로 다른 세 마을에도 모델부엌을 설치할 농가를 추천받아 마을별로 한 농가씩 모델부엌이 생겼다.

모델부엌이 지침…타농가로 확대
모델부엌 한 동을 완공하고 마을주민, 마을 P.I.(Principal Investigater, 연구 책임자), 담당 지도사, 코피아 케냐센터 전 직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조촐하게 오픈행사를 열었다. 예상대로 마을주민들의 뜨거운 관심과 질문이 쏟아졌고 ‘우리도 고쳐달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코피아센터 소장님께서 마을마다 단계적으로 몇 호씩 자재를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한 후에야 잠잠해졌다. 대신 부엌은 스스로 마을에서 조를 짜서 직접 농가가 개량해야 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그리하여 추가로 마을마다 10농가씩 총 40농가가 올해 부엌을 개량할 수 있는 자재를 지원받게 됐다.

이 농가들은 모델부엌처럼 싱크대, 수도 설치, 하수 처리, 개량화덕 설치, 바닥 콘크리트 등 전부를 개량하는 것을 지원한 것은 아니다. 좀 더 많은 농가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가장 문제가 되는 부엌 안 연기를 없애기 위한 화덕과 굴뚝을 설치하는데 드는 자재만 지원하고 싱크대나 부엌 바닥, 워터탱크 등은 농가 부담으로 설치하도록 지침을 줬다.
부엌개량 브로슈어를 제작해서 나눠주고 모델부엌을 같이 만든 건축 기술자인 코피아 현지직원과 함께 마을별로 한 농가의 화덕을 직접 설치하면서 다른 농가들이 따라할 수 있도록 했다.

‘생활개선 한류’ 퍼지길 기대
이제 한국으로 돌아갈 날이 채 한 달도 안 남았다. 마을마다 모델부엌이 있고 개량화덕도 한 농가씩 만들어 놨으니 지원한 자재를 사용해 남은 농가들이 화덕을 다 설치할 수 있도록 이 마을 저 마을 다니면서 챙겨야 하는 것이 남은 기간 동안의 일거리다.
소문을 듣고 케냐의 국회의원이 코피아 센터에 다녀가기도 했고 농촌진흥청 관계부서에서도 생활개선사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어쩌면 앞으로 한국의 생활개선과제가 한류처럼 개도국에 퍼지지 않을까 하는 섣부른 희망도 가져본다.
“Thank you KOPIA! Thank you Mrs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