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업인 복지서비스 관련 연구가 더 늘어나야

▲ 지난 3일 국회에서는 ‘여성이 행복한 복지 농촌 만들기’를 주제로 민관의 전문가들이 모여 실태를 파악하고 향후 개선방향을 논의하는 장이 마련됐다.

들녘의 일은 갈수록 많아져 해야 할 몫은 늘어나고 가사와 육아까지 1인 다역을 해내고 있는 여성농업인. 농업전문가로 그리고 가정경영자로서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는 많지만 여전히 성평등 인식이 부족하고 현장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현실에서 여성들의 목소리는 대답 없는 메아리에 그치고 있다. 이에 4인의 전문가가 모여 여성농업인 정책과 사업을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토론회 참석자
• 좌        장 : 박민선  한국농촌복지연구원 이사
• 주제발표 : 김인련  한국생활개선중앙연합회장
                     오미란  젠더&공동체 대표
                     김영란  목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미희  농촌진흥청 농촌환경자원과장

 

농민에는 여성이 없고, 여성에는 농민이 없는 게 현실
여성농업인단체 경계를 과감히 허물고 뭉쳐야
여성농업인 연구 조직이 없어 산발적인 연구에 그쳐

 

▲ 김인련 회장

■ 김인련 회장

“농촌여성의 목소리 전달할 창구 필요하다”

강릉으로 시집오기 전까지 농사의 농자도 모르고 살았었다. 도시처럼 어린이집이나 돌보미가 없다보니 농사일이 아무리 바빠도 일손을 보태기 쉽지 않아 고충이 많았다. 농한기가 돼도 영화 한 편이라도 볼 냥이면 차를 타고 멀리 나가야 했다. 맑은 공기와 먹거리는 좋은 농촌이지만 여러모로 불편한 생활이었다. 대개의 여성농업인은 이런저런 병치레가 많다. 바쁜 일상에 시간이 남아도 어떻게 여가를 활용할지 방법도 모르고 뭘 하고 싶은지도 제대로 모른 채 살아간다. 농사나 집안일이 은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여전히 남성 위주의 농촌에서 변화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농촌을 변화시키기 위해 여성농업인의 한 사람으로서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우선 여성농업인의 일(농업·가사·양육)을 통해 본 필요한 복지를 제안코자 한다. 농업은 농번기에 농가도우미 지원, 고령농가 맞춤 서비스, 그리고 이를 원활히 연결해주는 ‘농가코디네이터’가 필요하다. 가사는 가사도우미·공동급식, 요리교육과 같은 배우자의 양성평등인식을 갖출 수 있는 교육 등이다. 양육 부분에서는 아이돌보미, 과거 농촌사회에서 활성화됐던 농번기탁아소처럼 마을회관을 이용한 공동육아시스템을 제안한다.

다음으로 삶(신체건강·정신건강·여가생활)으로 본 복지 중 신체건강과 관련해 마을회관 건강관리기구 설치, 의료지원을 하는 순회차량 운영을 들 수 있다. 정신건강을 위해 신경정신과 지원, 또래 간 말벗과 같은 자조모임 지원이 필요하며 적정한 여가생활을 위해 마을 영화관 설치, 마을회관에서 다양한 문화프로그램 운영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이처럼 여성농업인이 바라는 일과 삶의 복지가 이뤄지려면 관련연구가 계속 이어져야 한다. 하지만 2010년 이후 여성농업인의 어려움을 파악하고 복지를 증진하는 관련 주제연구가 매우 부족했다. 당사자들이 만족하는 복지서비스를 위해 사후효과를 따지고 추가욕구와 관련한 연구가 더 늘어나야 한다. 그리고 현장에서 겪는 애로사항과 해결방법을 제시할 수 있는 창구 마련도 시급하다.

▲ 오미란 대표

■ 오미란 대표

“복지에도 성별격차 존재…성평등 시급”

농촌 삶의 여건은 산업·지역·인구 등으로 나눠 변화됨을 알 수 있다. 산업적으로 보면 인력이 부족하고, 산업기반이 취약해 농업경쟁력은 약화됐다. 지역적으로 의료·문화 등의 생활서비스가 취약하고, 노인인구는 증가해 복지수요는 증대됐다. 인구특성으로 보면 귀농귀촌·다문화가정 등 인구다양성이 증대했지만 여전히 후계인력은 부족해 이에 대한 육성이 시급하다.

이같은 변화 속에서 여성농업인의 복지를 살펴보면 지역격차 그리고 성별격차가 여전했다. 행복바우처 사업의 경우 지자체별로 시행되고 있지만 그 질과 양, 접근성이 달라 중앙정부 차원에서 통일적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최근 몇몇 지자체에서 도입하고 있는 농민수당은 대상을 농민이 아닌 농가로 하고 있다. 농가로 하다보면 그 수혜는 결국 남성이 누릴 수밖에 없다. 이는 분명한 성불평등이고 시정해야만 한다.

또한 여성농업인 복지를 위한 연구도 2003년 이후 전무한 실정이고, 실제 이를 연구하는 연구자도 찾아보기 힘들다. 이렇다보니 복지의 형평성을 언급함에 있어 사각지대는 고려하지만 성평등은 반영되지 못한다. 그래서 ‘농민에는 여성이 없고, 여성에는 농민이 없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전국에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없는 곳이 없지만, 여성농업인센터는 2005년 37개였던 것이 올해까지 14개 늘어난 51개에 불과할 정도로 관심도 예산도 제자리걸음일 뿐이다. 여성농업인이 일치단결한 목소리를 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성농업인 복지를 개선하려면 특수성을 반영한 ‘농촌형서비스’ 제공, 돌봄서비스나 임신·출산에 있어 최소수준의 일반성을 보장해야 한다. 복지정책의 성인지성을 반영해 여성들의 생산적 복지를 지원하고, 돌봄의 사회화로 일·가정의 양립도 실현해야 한다.

▲ 김영란 교수

■ 김영란 교수

“여성농업인단체의 연대로 역량 강화해야”


여성농업인 육성계획은 2001년부터 시작됐다. 제1차(2001~2005년)육성계획은 여성농업인의 전문인력화, 지위향상, 삶의 질 제고를 통한 건강한 농촌가정의 구현과 농업·농촌사회 발전이 목표였다. 제2차(2006~2010년)육성계획은 남녀 농업인이 책임과 성과를 공유하는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이 목표였다. 제3차(2011~2015년)육성계획은 창조성·전문성·리더십을 겸비한 여성농어업인 육성, 생애주기별 맞춤지원으로 삶의 질 향상이 목표였다.

하지만 많은 여성농업인들은 무엇이 실행되는지 모른다. 말만 했지 피부로 와 닿는 건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제4차(2016~2020년)육성계획은 ▲여성농업인의 정책참여 확대 ▲성주류화 정책 내실화 ▲경영과 창업능력 향상 ▲모성보호와 복지서비스 확대 ▲고령·영세 여성농업인 지원 강화 ▲문화접근성 강화 ▲귀농귀촌 여성농업인 정착 지원 ▲결혼이민여성 농촌인력 양성 지원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렇다면 여성농업인 권리를 획득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역량을 강화하는 게 해답이다. 역량은 여성농업인단체의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 현재 여성농업인단체는 생활개선회를 비롯해 농가주부모임, 한국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한여농),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여농) 등 4개 단체가 대표적이다. 이들 단체 간의 연대 필요성에는 모두 동의하지만 여러 이견 때문에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조직 간의 경계를 과감히 허물고 여성주의, 생태주의, 농업가치 기치 아래 대동단결해야 한다. 그래야 여성농업인의 역량강화와 정치세력화로 농촌여성정책이 내실화될 수 있다.

▲ 김미희 과장

■ 김미희 과장

“여성농업인의 관련 연구 조직·인력 강화해야”

농촌진흥청은 여성농업인의 지위와 권리 향상, 복지서비스, 역량개발 등의 다양한 연구와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지위·권리 향상을 위해 가족단위 경영 합리화를 위한 가족경영협약 모델을 개발했다. 이는 농업경영의 목표를 정하고, 근로조건, 성과분배 등의 사항을 문서로 작성하고 실천하도록 하고 있다. 여성농업인의 노동가치 평가 모델(기회비용법, 종합적대체비용법, 전문가대체비용법, SHADOW WAGE) 개발과 노동가치액도 추정했다. 노동가치액은 작물별로 여성농업인 노동가치를 법적·제도적으로 반영하게 된다.

복지서비스는 농가도우미와 여성농업인센터 사업을 평가해 복지정책 확대 근거와 발전방안을 도출했다. 농가도우미는 심리적 안정, 출산부담 저하, 농업의 지속가능성, 국가정책 신뢰 등의 긍정적 효과를 거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영역을 출산에서 출산·영농·간병·보육도우미로 확대하고, 기간을 출산 전후 중 2개월 이상에서 3개월로 늘릴 필요성이 있다. 여성농업인센터의 보육사업으로 보육비 절감, 방과 후 학습지도로 학습비 절감 효과가 나타났다.

여성농업인 역량을 개발하기 위해 수준별 농업기술과정, 가계·재무관리 프로그램, 생활일지를 개발해 전문농업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또한 성평등을 점검하기 위해 척도와 프로그램을 개발해 남녀, 세대 간 상호존중의 농촌 만들기에 일조했다.
앞으로 중앙부처의 여성농업인 전담부서 설치와 농촌진흥청 내 전문연구실 개편으로 조직과 인력을 강화해야 한다. 중장기 예산을 확보해 지속적인 성별영향평가와 성인지 통계를 구축하고, 연구협의체를 통한 종합적 해결방안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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