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통신 - 검은 대륙 케냐에 싹트는‘생활개선 한류’⑤<上>

아직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사는 아프리카 오지 시골마을에 한국의 생활개선사업이 희망을 싹을 틔우고 있다. 농촌진흥청의 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이하 KOPIA)이 추진되고 있는 KOPIA 케냐센터에 한국의 생활개선사업 전문가가 파견돼 현지 농촌마을의 생활환경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 그 주인공은 농촌진흥청 농촌자원과장을 지내는 등 41년간 생활개선사업에 헌신하고 지난 2016년 정년퇴임한 김은미 씨다. 본지는 5회에 걸쳐 김은미 씨의 눈으로 본 현지 생활개선 활동상을 연재한다.

▲ 개량 전의 열악한 부엌(사진 왼쪽)과 개량 후 말끔해진 부엌(오른쪽).

달랑 돌 세 개가 전부인 부엌
케냐에 오자마자 첫 출장으로 간 곳은 코피아 케냐센터(이하 센터)가 육성하는 시범마을이었다. 마을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자마자 들려오는 괴상한 노랫소리에 깜짝 놀랐는데 알고 보니 마을 부녀자들이 나를 환영하느라고 부르는 노래란다.
며칠 후 또다시 이 마을을 방문해 개별 농가의 부엌과 화장실 등 이들의 생활환경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케냐 농가의 부엌은 돌멩이 세 개 위에 솥을 얹고 돌멩이 사이로 나무를 때서 식사를 마련한다. 부엌에 창문이 없는 집이 허다하고 굴뚝도 없어 발생하는 많은 연기는 폐렴이나 눈병 등 질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한 비위생적이고 쪼그리고 앉아 취사를 해야 하는 부엌 시설은 여성들의 노동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케냐의 여성이 남성보다 수명이 짧다는 것은 이런 열악한 부엌에도 이유가 있다고 생각됐다.
이에 주민 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인 부엌을 시급히 개선해야할 우선 과제로 판단했다.

케냐농촌에 적합한 부엌모델 개발
마을마다 모델부엌을 하나씩 설치해 다른 농가들은 그 모델을 따라할 수 있도록 계획을 수립했고, 센터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인 카라이 양계마을부터 시작했다. 사전조사 농가 중 부엌의 위치나 안채와의 배치 등 여러 조건을 검토해 모델부엌을 설치할 농가를 선정하고 바로 착수했다.
7월31일에 자재가 들어와서 완공하기까지 거의 한 달이 걸렸다. 건축기술이 있는 코피아 센터의 현지직원이 사무실에 출근했다가 다시 마을로 가서 부엌개량 일을 하다가 다시 사무실로 와서 퇴근하는 방식으로 부엌개량을 하다 보니 부엌 한 동 개량하는데 한 달이나 걸린 것이다.

시간이 많이 걸리게 된 또 다른 이유는 아궁이, 즉 화덕 모델을 구상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 탓이다. 아궁이라곤 우리나라 시골부엌의 가마솥 아궁이밖에 모르는 생활개선 전문가, 타이틀이 부끄럽지 않게 뭐라도 내놓아야 했는데 솔직히 아궁이나 화덕에 대해선 아는 게 아무 것도 없었다.
궁하면 통한다고 어떻게든 해봐야했기에 한국의 지인들을 아는 대로 다 동원하고, 요즘 젊은 사람들 말로 인터넷을 폭풍검색해서 자료들을 찾고 공부를 했다. 인터넷으로 검색한 한국의 화덕이나 아궁이는 거의 전원주택에서 야외에 설치한 시설이고 화구가 너무 커서 이곳 실정과는 조금 맞지 않았다. 산이나 들에서 주은 작은 나뭇가지들을 때서 취사를 하는 이곳엔 작은 화구가 더 효과적이다. 장작을 때지 않는 것이다. 물론 땔감을 사지도 않고.

▲ 김은미 KOPIA 케냐센터 생활개선 전문가/전 농촌진흥청 농촌자원과장

한국의 모 적정기술 관련 사이트에서 찾은 화덕을 보여주고 이곳 기술자들과 상의해 현지 농가의 환경과 조달할 수 있는 자재에 맞도록 화구를 좁힌 2구형 화덕을 개발해서 첫 농가에 설치했다. 화덕과 연결해 굴뚝을 바깥으로 빼서 연기가 잘 빠지도록 했고 서서 조리할 수 있도록 입식으로 설치했다. 이렇게 설치한 화덕에 불을 넣고 물 끓는 것을 처음 보던 날 얼마나 가슴 뿌듯했는지 모른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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