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역 가까이에 있는 아파트에 살아온지 어언 15년이 넘었다. 이 아파트 단지는 12층 아파트가 29동에 입주가구 1710호로 규모가 큰 편이다. 우리 가족이 사는 라인의 입주가구는 12층이라 24가구가 마주보며 산다. 15년을 살다보니 이웃이 뭐를 하며 사는지 대충 알게 됐다. 우리 라인에는 치킨집, 족발집, 채소가게, 과일가게, 헌책방을 운영하며 사는 가구가 있다. 종전에는 이들 이웃의 표정에서 삶의 그늘 같은 것을 거의 못 보며 살았다.

그러나 요즘 경기가 침체된 탓인지 이들의 표정에서 걱정이 깃든 그늘진 모습이 엿보여 안타깝다. 이들 가구는 역세권에서 벗어난 골목에 점포를 둔데다가 종업원을 두지 않고 부부가 함께 일하는 영세상인이다. 특히 치킨집을 운영하는 부부는 오후 3~4시 늦게 출근해 수업을 마친 여고생 대상으로 영업을 해오고 있다.
그런데 요즘 들어 부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경기 침체로 부인이 아르바이트를 나간 게 아닌가 짐작된다. 남편에게 인사를 해도 걱정에 쌓인 시무룩한 표정을 보여 가슴 아픈 연민을 더욱 크게 느낀다. 채소가게와 과일가게를 하는 두 부부 역시 밤늦은 퇴근길에 걱정이 잔뜩 깃든 축 처진 모습을 보여줘 안타깝기 그지 없다.

요즘 신문에는 자동차, 바이오, 조선 등 주요산업이 무너진다는 기사가 넘쳐난다. 특히 자동차업계는 수익이 줄어드는데도 파업이 일어나 하청업체의 도산이 속출한다. 정부는 일자리가 많은 자동차산업을 지켜주고 폐업에 몰리는 영세상인을 일으켜 세우는 착한 정치를 서둘러 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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