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자수필-귀농아지매 장정해 씨의 추억은 방울방울

힘들고 어려운 일도
마주하며 껴안고
최선을 다하며 살자

모두가 잠든 조용한 한밤중, 시계의 초침 소리만 째깍째깍 점점 크게 고막을 울린다. 올 해 마지막 달력을 걸면서 그 속에 어떤 일들이 들어있나 살펴본다. 중간쯤 남편의 생일이 박혀 있고 마지막 주엔 크리스마스가 있고 그 사이 연말 모임도 있겠고 친구 아들 결혼식도 들어 있다. 12월을 훑고 보니 벌써 한해가 다 되고, 흰 머리카락이 늘어나고 마음도 낡아 부서져도 무사히 여기까지 왔구나 싶다.
올 해는 여느 해보다 마음공부를 톡톡히 해야 하는 힘든 일이 있었다. 연초부터 해외여행이나, 부모님 산소 이장, 극심한 기후변화로 농사의 어려움과 같은 일도 있었지만, 가장 우리에게 근심이 됐던 것은 아랫집과의 경계를 측량한 일이었다.

산 중턱에 우리 집과 배밭이 있고 둔덕(경사면)아래 아랫집이 있는데, 측량결과 우리 밭과 아랫집 사이의 경사면이 아랫집 소유로 판명이 났다. 이사를 와서 십년이 넘도록 우리나 아랫집이나 그 둔덕(경사면)을 우리 땅으로 알고 지내왔는데, 지금에 와서 측량결과가 경사면이 아랫집 땅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이사 오기 전에 이미 지어진 창고 모서리가 2~3평 경계에 물렸던 것이다.
아랫집은 창고를 부수든지 자르던지 땅을 내놓으라고 요구했고, 남편은 창고를 헐고 싶지 않았다. 농부에게 땅 문제는 너무 예민해서 주변에서 크게 다투는 일을 종종 보았기 때문에 우리는 결코 다투고 싶지 않았다. 우린 매일 새벽예배를 드리면서 하나님께 여쭈었다. 방법을 가르쳐주십사고. 우리가 날마다 듣는 말씀은 ‘네 이웃을 사랑하라’였고 이웃을 용납하고 받아들이는 일이었다.

우린 하나님의 말씀의 심판대 위에 서 있었다. 하나님을 믿으면서 행함이 없다면 가짜가 아니겠는가. 나는 아랫집에 긴 편지를 썼다. 아래윗집 사이에 잘 지내자고. 그리고 그 모서리 땅을 우리에게 팔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아랫집에서 시세와는 비교도 안 되는 돈을 요구했다. 그렇지만 우린 그 돈을 주고 창고 허는 것을 면하고 마음을 추슬렀다. 그리고 아랫집과 잘 지내려고 애쓰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상처가 있는 곳이기 때문일까. 지금도 창고를 바라보면 마음이 서늘하다. 그 상처로 인해 이웃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수업료 물어가며 몸과 마음으로 산 공부를 톡톡히 해낸 셈이다.

시간은 그냥 흘러가지 않는다. 일초의 건너뜀도 없이 째깍째깍 좋은 일 나쁜 일 뼛속까지 새기며 지나가는 거라고 말해준다. 무거운 겨울문을 밀고 요즘도 새벽예배에 나가 기도한다. ‘부서지지 않고는 아무도 사랑할 수 없음을 깨닫게 하시고 먼저 네 자리를 따뜻하게 하라’ 하신 말씀을 마음에 새긴다. 힘들고 어렵고 싫은 일(사람)일지라도 마주하며 껴안고 최선을 다하며 갈 수 있도록 하나님의 은혜를 덧입기만을 간절히 기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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