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인(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유통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정부는 국가 또는 지역 단위에서 푸드시스템을 새롭게 재구축하여 먹거리로 인한 사회적 문제 또는 시장실패 등을 해결하고, 사회적·경제적·환경적인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하여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부문의「사람이 돌아오는 농산어촌」전략에「지속가능한 농식품 산업기반 조성」국정과제를 설정하고 국가와 지역단위 푸드플랜을 수립 중에 있다.

우리 농식품 산업은 보릿고개로 대표되는 먹거리 부족이 숙명처럼 반복되었던 1970년대 이후 비약적으로 발전하여 지금은 사시사철 넘쳐나는 먹거리에 국민들은 비만을 걱정하며 다이어트에 열중이니 격세지감(隔世之感)이요, 창상지변(滄桑之變)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렇게 풍요한 시기에 푸드플랜이라는 익숙지 않은 단어가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로 부상한 이유는 무엇일까?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전통적 시장경제 원리인 수요와 공급, 도소매시장 등을 통해 먹거리 부족이라는 절대적으로 중요한 문제가 해결되었기에 우리는 오랫동안 이를 일말의 의구심도 없이 지고지순한 교리처럼 받아들여 왔다.

하지만 오랫동안 전통적인 경제 원리와 완전경쟁 시장논리에 충실해왔던 농식품산업이 언제부터인가 예상치 못한 역풍에 직면해 있는 바, 다름 아닌 과도한 경쟁과 수익성 추구에서 비롯되는 환경파괴, 자원의 낭비, 안전성에 대한 위협, 수급파동, 소득 불평등, 취약계층 먹거리 부족 같은 문제들이다.

산업사회는 정체되지 않고 꾸준히 변화하고 개선되어야 발전해나갈 수 있으며 이는 농식품산업에 있어서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는 불모지나 다름없는 열악한 여건 속에서 많은 노력과 고난을 이겨내며 한반도 유사 이래 최고의 풍요로움을 만들어냈지만 여기에 만족하고 정체되면 안 된다.

국민 누구나 질 좋고 안전한 먹거리를 잘 먹고 살 수 있으려면, 먹거리를 생산하고 유통하고 소비하는 사람 모두가 행복할 수 있으려면, 이제는 한 단계 더 발전하여 경쟁과 수익성 지상주의가 파생시켜온 위와 같은 문제들을 함께 해결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 정부가 추구하는 지속가능한 농식품 산업기반 조성, 국가 및 지역단위 푸드플랜 수립은 먹거리를 농업이나 식품산업, 경제적 차원을 넘어서는 숨 쉬는 공기나 마시는 물 같은 필수재로 인식하고 국민이면 누구나 품질 좋고 안전한 먹거리를 영원히 먹고 살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자는 것이며, 이를 위해 이제껏 우리가 보지 못했거나 외면해왔던 먹거리산업의 위험요인을 제거하여 국민의 행복한 삶을 뒷받침하는 기반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이젠 우리 농식품산업의 패러다임을 미래지향적으로 바꿔야 한다. 환경문제, 자원의 효율적 활용문제,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안전성 문제, 기본적인 생존과 직결되는 취약계층의 먹거리 걱정 해소문제, 온 국민의 건강한 식생활을 책임지는 먹거리산업 종사자들의 소득안정 등 지금까지는 경쟁, 생산성, 수익성 등 경제논리에 묻혀있었던 소중한 가치들을 이제는 농식품산업의 기본 패러다임으로 불러들여야 한다. 그래야 우리 삶도 다 같이 오래도록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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