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愛살다 - 전북 남원 익선농장 신문수 대표

▲ 신 대표와 부인 곽유나씨는 바쁜 와중에도 한우를 돌보는 일이 가장 행복하다.

온통 마을 살림 도맡아, 인심도 마음도 ‘부자’
일거리 많은 농촌, 부지런하면 먹고 살 수 있는 곳

탁 트인 들녘과 산천이 오랜 세월동안 농부들의 숱한 삶을 대대손손 품어낸 터전임이 한눈에 들어온다. 손에 잡힐 듯 하는 곳에 노정봉과 풍악산, 교룡산이 둘러섰다. 그곳 산지와 구릉에서 흘러나온 물줄기인 옥률천이 북에서 남으로 흐른다. 그렇게 옥률천을 마을로 이어주는 노산교를 건너면 옹기종기 천년의 세월을 지켜온 노산 마을이 반긴다.

전북 남원시 대산면 수덕리 1744-2 번지에 자리한 익선농장(공동대표 신문수·31)은 노산마을의 대표적인 부잣집이다. 아버지 신춘호(58)씨를 뒷받침해 아들인 신 대표까지 가세했으니, 온통 마을 살림까지 도맡아서 한다. 그러다보니 인심도 마음씀씀이도 모두가 부자라는 소리를 듣는다.
“아버지가 하는 농사에 제가 참여하다보니 장단점들이 있어요. 아무리 부자지간이지만 돈 계산도 중요하지요. 그래서 축산과 조사료 농사를 공동으로 운영합니다. 콤바인과 트랙터는 아버지가 운영해 수익을 갖고, 벼 건조기와 이앙기를 통한 마을 임작업 대행은 제 수입이지요. 쌀 수입은 반으로 나누고, 공동작업으로 진행되는 것들은 월급형태로 받고 있습니다.”

▲ 건강한 건초를 얼만큼 확보하느냐가 좋은 한우를 생산하는 제일 조건이다.

아버지와 함께 농사짓듯
자녀들과도 이어갈 것

신 대표와 아버지 신춘호씨는 경쟁자이기도, 동업자이기도 하다. 우선 농장의 규모가 그렇게 경쟁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어있다. 조사료 라이그라스를 심는 논이 11만8800㎡, 임차한 조사료 논 19만8000㎡, 벼 논 13만2000㎡, 한우 150두 등에 달하다 보니, 어느 한 곳도 소홀히 할 수가 없다. 익선농장은 부자지간의 건강한 경쟁을 통해서 농업의 밝은 미래를 증명해낼 터전이라는 것이 신 대표의 자부심이다.

▲ 신 대표가 가장 아끼는 트랙터 등 농기계 보관 창고

신 대표는 농업이 천직인 사람이다. 그가 하는 현재의 농사일과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느껴진다. 신 대표는 남원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나왔다. 군산대학교 기계공학과에 입학했지만, 아니라는 생각이 너무 깊어서 자퇴를 했다. 그리고 재수해 선택한 곳이 한국농수산대학 대가축(한우) 전공이었다.
“농업은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도우면서 재미를 느꼈었어요. 농기계 다루는 법도 특별히 배우지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터득했지요.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어른이 되니까 경쟁이 치열한 곳보다는 농업이 여유롭고 자신도 있고 그렇게 느껴지더라고요. 지금 생각해도 농사를 선택한 것은 운명이었다고 보여집니다.”

농수산대학 과 커플 아내와 운명적 동반자
한국농수산대학은 신 대표에게는 운명과도 같은 곳이다. 그곳에서 지금의 아내 곽유나(30)씨를 만났다. 소위 말하는 ‘과 커플’이었다.
“제가 군산대학교를 포기하고 재수해서 한국농수산대학을 갔기 때문에 지금의 와이프를 만날 수 있었지요. 같은 학년에서 같은 공부를 하고, 결혼해서 현재도 같은 일을 하고 있으니, 모든 것이 운명처럼 다가옵니다. 제가 부모님 농장에서 이렇게 일하듯이 저와 와이프도 더 열심히 노력해서 제 아이들과 함께 농사를 이어가는 것이 꿈입니다.”
신 대표는 과학영농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농촌은 복합영농이 필연인데, 과학의 힘을 빌리지 않고서는 제대로 농작업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보화기술은 말할 것도 없지만, 단순한 시설하나도 일손의 몇 배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이 농사라는 설명이다.

“얼마 전 축사에 사료작업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 레일 하나를 깔았는데, 먹이주기 작업 같은 경우는 10분의 1정도로 효율성이 높습니다. 결국 농업은 모든 사람들이 창업과 신사업을 한다는 마음으로 기계화·과학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신 대표는 지역에서 유명인사다. 스물다섯 살 때부터 남원시 4-H연합회장을 맡았다. 올해는 전라북도 4-H연합회 도임원(부장)을 맡아 청년농업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그만큼 지역사회와 농업 전반에 청년들의 참여가 늘어야 국가의 미래도 밝다는 것이 신 대표의 신념이다.

“젊다면 농업 창업을 꿈꿔도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각종 농업전문기관과 선배들에게 꾸준히 배우는 자세가 있어야 합니다. 더불어 젊은 만큼 지역사회와 네트워크를 빨리 가져가는 것이 안전한 정착에 수월하지요. 농촌은 일거리가 많기 때문에 부지런하기만 하다면, 먹고 살 수 있는 곳입니다. 또 농한기도 있어서 취미생활 등의 여유 또한 가능한 곳이 농촌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 농촌은 매력적인 곳일 수밖에 없지요. 시골에서 일만하면 몸이 축납니다. 공부하는 농부, 경영하는 농부가 되면 몸이 편해지고, 가족과 함께할 시간도 많아집니다. 농업은 생각하는 직업이라는 의미를 잘 되새겨볼 필요가 있지요.”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