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세계일보 평화연구소 박정진 소장

우리는 지금 남북, 북미협상을 통해 민족의 숙원인 통일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한편, 주변 강대국들은 통일보다는 내심 분단이 지속되길 바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강대국들은 국론분열을 조장해 지배의 힘을 늘리려 하는데 우리는 남남갈등을 자초하며 분열을 가중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요즘은 외환위기 이후 최대의 경기침체를 겪고 있다고들 말한다.  이에 지금의 위기를 수습하고 국력을 회생시킬 도구가 될 국정철학은 무엇이며, 국민들이 어떤 자세로 힘을 모아야 하는지를 알아보고자 세계일보 평화연구소 박정진 소장을 만났다. 

 보수 우익인사 중에도
 이기주의와 족벌주의에 빠져
 분열 조장하는 어리석음 범해

부자이면서 사치와 허영심에 찬
위선적인 강남좌파 등장 걱정

“잠시 의학을 공부했던 과학도이며 시인으로 등단한 문인, 그리고 문화인류학을 공부하고 퇴계와 유성용을 이어가는 자생(自生)철학도로서 당면한 남북미협상과 요즘 우리 세태를 여러 관점과 시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소득수준이 높아지면 민주화 수준도 덩달아 올라가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민주화를 위해서는 그에 따르는 정치문화 수준을 높이는데 노력해야 한다고 박 소장은 말했다. 집단의 힘으로 민주화가 되기도 하지만 개인의 의식을 토대로 한 민주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또 자유는 권리에 대한 책임이 따르는 건데, 그에 대해 말들을 하지만 몸에 체득화 되지 않아 제대로 실천을 하지 않으므로 위선의 민주화가 되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아울러 법은 만들어져 있는데 실제 실천을 하지 않아 위선적인 행정이 된다고도 했다.
“과거엔 가난해 밥을 굶고 공부를 못했기에 사회발전이 더뎠어요. 그래서 국가에 대한 저항은 농민운동이나 시민운동이 주를 이뤘는데, 지금은 부를 축적한 사람들이 오히려 좌파적 성향을 갖고 있는 게 문제입니다. 부자가 되면서 헛된 사치와 허영심으로 못 사는 사람을 돕는 듯한 위선의 모습을 보이는, 소위 말하는 강남좌파가 많은 게 걱정이죠. 무엇보다 우든 좌든 둘 다 진정으로 나라를 위하고 국민을 제대로 돌보려 하지 않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선진화 이뤄낸 산업화 몰락
성장 혁신 새판 짜야 하는데
여야 정치리더십 보이지 않아

보수진영의 우익인사 중에는 이기주의와 족벌주의로 나라의 갈등을 초래하고 분열을 조장하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는 사람이 있어 걱정이라며 박 소장은 말했다. 약소국으로서의 거래대상으로 희생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것이 안타깝다는 것이다.
이런 폐해에서 나라를 구해낼 묘안에 대해 박 소장은 이렇게 얘기했다.

“우리는 2~3차산업을 거치면서 공업화와 선진화에 있어 세계사적으로 막차를 탔었습니다. 선진국의 발에 치이면서도 선진화의 막차를 타려고 발버둥 쳐 오늘날 세계적인 20여 개의 대기업을 갖게 됐죠. 특히, 삼성과 같은 세계적인 기업을 우뚝 세웠지요. 하지만 당시 활황이었던 제철, 조선, 해운, 자동차 등 주요산업이 지금은 중국에 추월당해 몰락 중입니다. 성장혁신의 또 다른 새 판을 바꿔 타야하는데 정치적 리더십이 보이지 않아 걱정입니다.
특히 국민들을 4차산업 혁신의 대열에 앞장세워야 하는데, 대중에 영합한 정치로 국민적 관심과 역량을 모으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특히 남북미협상을 틈타 강대국들이 우리의 분열을 조장하는 때에 우리 스스로가 남남갈등으로 분열하고 있으니 이들이 얼마나 좋아하겠어요? 아직도 조선시대 당쟁폐습이 잔존하고 있어 걱정입니다.”

과학기술 발달로 신무기 개발 치열
세계평화 유지 위해 자제해야

남남갈등 억제와 국력 되살리기에 있어 언론의 역할이 중요한 것과 관련해 박 소장은 이런 말을 했다.
“언론이 국론분열을 막고 나라발전의 동력을 키우고 이끌어야 하지만 언론이 당쟁의 구조에 매몰돼 오히려 분열을 부추기고 있는 상황입니다.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럽고 죄송합니다.”
박 소장은 이 문제에 대해 더 이상 언급을 하지 않고 북한의 핵과 관련한 얘기로 이어갔다.

“북한은 주민들을 억압해 제대로 먹이지 않고 핵개발에 주력해왔습니다. 우린 죽자 살자 경제발전을 이뤄냈는데, 이제 핵이 남북 간 대척점에 놓여있어 걱정입니다. 과학기술 발달에 편승해서 무기개발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겁니다. 가공할 무기 개발을 자제하지 않으면 세계평화유지는 어렵습니다.”
박 소장은 남북미협상에 대한 전망도 내놨다.
“중국은 소련이 해체된 뒤 미국의 종용과 협조로 자유경제체제에 들어왔습니다. 중국이 요즘과 같이 크게 성장한 것은 막대한 대미무역흑자 때문입니다. 제가 볼 때 중국과 미국의 국력격차는 20~25%에 불과합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중국이 핵을 가진 북한과 유대해 미국에 은연 중에 도전하니까 위험한 것이지요. 북한은 핵을 좀처럼 폐기하지 않을 겁니다.”

이어 박 소장은 중국이 우리에게 보이는 불손한 외교적 처사에 대해 이런 얘기를 했다.
“우리는 중국보다 앞서 부를 이뤄냈지만 사대주의 폐습으로 우리가 키운 경제성장만큼 중국에서의 국제적인 지위를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간 외교 소홀로 기회를 잃어버리고 말았죠. 요즘 우리에게 함부로 대하고 무시하고 있잖아요. 조선시대 조공을 받던 것처럼 우리를 대하고 있지요. 우리의 위상을 빨리 높여야 합니다.”

남북통일 이뤄내려면 국정철학과
국민에게 구국의 긍지 심어줘야

이어 남북통일이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지를 알아봤다.
“북한은 엄밀히 말해 국민이 주인이 아닌 왕조세습의 독재국가입니다. 순리적으로 봐선 남한 중심의 통일을 통해 북한도 잘 살게 돼야 합니다. 우리 국민들은 민족적인 헌신을 자각하고 미래방향을 잘 설정해 올바른 통일을 이끌어내는데 힘써야 하는데, 그게 못 되고 북한 중심의 민족통일이 된다면 불행하겠죠. 이런 불행을 막기 위해선 무모한 종북자세를 버려야 합니다. 오늘날 우리 정치는 시대정신이 결여돼 있습니다.”

끝으로 국가발전을 위한 박 소장의 메시지를 들어봤다.
“우리는 지금 선진국 문턱에서 주춤거리고 있잖아요. 그 이유는 나라발전을 도모하는 국가철학과 신화가 없기 때문입니다. 역대 대통령의 철학을 잇는 구국의 긍지를 국민에게 심어줘야 나라발전의 힘을 얻을 수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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