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울려퍼진 농촌여성들의 목소리

이젠 국가가 귀기울여 법․제도 마련해야

여성이 살고 싶은 농촌을 만들기 위한 농촌여성들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1일, 60년 역사의 한국생활개선중앙연합회와 농촌여성신문은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여성이 살고 싶은 농촌 만들기’를 주제로 대토론회를 가졌다. 올해 생활개선회가 농촌진흥청과 함께 각 도를 돌며 실시한 여성농업인 정책발굴 세미나에서 나온 현장의 목소리를 공론화하기 위한 자리다.

이번 토론회는 전문가가 먼저 나서 주제발표를 하고 각계 관련기관이나 이해관계에 있는 민간 등에서 토론을 하는 기존 토론회 방식에서 과감히 탈피해 농촌여성들이 현장에서 겪었던 사례를 중심으로 주제발표하고 관련기관·학계 전문가들이 정책과 대안을 제시하는 형식으로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세련되지는 않지만 4인의 농촌여성들이 실경험을 토대로 진심을 담아 발표한 발제는 토론회장을 가득 채운 모든 이의 공감을 얻어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여성으로서 농촌에서의 삶이 얼마나 고되고 만만치 않은지를 발표자들은 가감 없이 풀어놨다. 그리고 여성들이 농촌에서 더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법적 지위와 권익을 보장해주고, 또한 안전하고 건강한 직업인으로 생활할 수 있게 해달라고 간절히 요구했다.

시집와 남편과 농사를 짓다가 폭설과 태풍으로 모든 걸 잃고도 포기하지 않고 온 몸이 부서져라 천직인 농사를 이어오고 있다는 한 여성농업인의 주제발표는 여성으로서 농업·농촌의 삶이 얼마나 정신적·육체적으로 힘든 일이지를 그대로 보여줬다. 평범한 농사꾼에서 기관의 농식품 가공교육을 통해 여성CEO로 변신하고, 이 같은 성공경험을 개도국에 전수하며 다가올 통일시대에 북한에도 그 노하우를 전하고 싶다는 여성농업인들의 당찬 포부도 소개됐다. 과거 굶주리던 시절에 농촌주민들의 영양 개선에 앞장섰던 농촌여성들의 활약상과 특히 우리 농업·농촌에서 역할이 증대되고 있는 농촌여성들의 지위 향상을 위한 정책과제들도 다수 제안됐다.

이러한 현장 농촌여성들의 목소리에 이제 정부가 답할 차례다. 다행인 것은 그간 여성농업인 관련 연구를 등한시했던 농촌진흥청이 국정감사에서의 지적에 따른 후속조치로 여성농업인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연구개발을 더욱 강화한다고 한다. 올해 안에 민관 협의체를 구성하고, 전문가 토론회와 국회 토론회 등을 거쳐 연구방향을 잡는다는 계획인데, 무엇보다 당장 내년부터 여성농업인 관련 연구를 우선 선정하겠다는 방침을 내부적으로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농촌진흥청의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맞춤형 정책과 사업이 수립되고 현장에 펼쳐질 때 농촌여성들의 삶이 한층 나아질 것임은 자명하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이러한 여성농업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여성농업인 전담부서’ 설치를 위해 필요한 절차를 추진 중이라고 한다. 연말까지 여성농업인 관련 신규 업무를 발굴하고, 여성농업인단체·관련 전문가·정부가 함께 참여하는 TF를 운영하면서 외국의 선진사례도 벤치마킹한다는 계획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그간 수없이 반복적으로 제기돼온 현장의 여성농업인 정책 요구에 정부는 더 늦기 전에 성의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우리 농업·농촌의 절반 이상이 여성이기에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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