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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고 가질게 많아서 행복하다■ 해외통신 - 검은 대륙 케냐에 싹트는 ‘생활개선 한류’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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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24  13:3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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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사는 아프리카 오지 시골마을에 한국의 생활개선사업이 희망을 싹을 틔우고 있다. 농촌진흥청의 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이하 KOPIA)이 추진되고 있는 KOPIA 케냐센터에 한국의 생활개선사업 전문가가 파견돼 현지 농촌마을의 생활환경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 그 주인공은 농촌진흥청 농촌자원과장을 지내는 등 41년간 생활개선사업에 헌신하고 지난 2016년 정년퇴임한 김은미 씨다. 본지는 5회에 걸쳐 김은미 씨의 눈으로 본 현지 생활개선 활동상을 연재한다.

‘스쿨팜’으로 끼니 해결 도움
코피아 케냐센터 옆에 카뎅와 스쿨이라는 우리나라로 치면 초등학교가 있다. 이 초등학교는 학생수가 450여 명으로 센터 인근에서 가장 가난한 공립초등학교다. 학생들의 대부분이 하루에 한 끼니 이상을 굶고 있으며 양쪽 또는 한쪽 부모가 없는 결손가정도 많다.

학교가 센터 바로 옆에 있는 관계로 코피아 케냐센터에서 학교에 도움을 많이 주고 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일이 스쿨팜(School Farm)을 운영하는 일이다. 학교 옆 유휴지를 개간해 농장을 만들고 고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농업기술을 가르치고 생산된 농산물은 모두 학생과 그 가정의 식량원으로 사용하게 해 학생들의 직업교육과 가족들의 영양개선, 기아 해소에 도움을 주고 있다.

코피아 센터가 연결해 가수 이문세 씨의 도움으로 학교의 급식시설도 2017년에 신축했다. 예전의 급식식당은 식당이라고 할 수도 없을 정도로 아주 열악한 시설이었다고 한다. 창문도 없는 깜깜한 곳에서 나무를 때 아이들의 식사를 마련하니 연기는 자욱했고, 식탁과 의자도 없어 학생들이 식당의 흙바닥이나 먼지 나는 운동장 한구석 땅바닥에서 밥을 먹어야 했다고 한다. 위생이야 뭐 말할 필요가 있었을까?

그런 열악한 급식시설을 허물고 바로 그 자리에 깨끗하고 위생적인 새 급식시설을 마련한 것이다. 이 식당 입구엔 건축자금을 지원한 이문세 씨를 기리기 위한 표지석이 있다.

   
▲ 코피아 케냐센터가 지원한 스쿨팜(사진 왼쪽)과 가수 이문세 씨의 도움으로 신축된 식당에 들어서는 학생들(오른쪽)

가난하지만 해맑은 어린이들
어느 날 이 시설에서 급식하는 것을 보러 갔다. 주방에서 음식을 준비하는 아줌마들이 주방의 화덕에 불을 때서 이들의 주식인 우갈리와 국을 준비하고 있었다. 화덕에 불을 때도 굴뚝을 바깥으로 빼서 연기가 바깥으로 빠졌고, 창문도 크게 내서 식당 안이 환하고 밝았다. 주방 바닥과 식당은 하얀 타일로 마감해서 깨끗했고 식탁과 의자도 가지런히 놓여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급식시간이 가까워오니 까만 피부에 눈만 반짝이는 아이들이 하나둘 몰려와 순식간에 긴 줄이 생겼다. 이 동네에선 하나뿐인 동양 아줌마인 나를 쳐다보며 저희들끼리 웃기도 하고 뭐라고도 하는 것 같다. 내가 “헬로” 하고 인사를 하니 저마다 응수를 한다. 손을 흔들면 같이 손을 흔들어 주고, “잠보” 하면 “카리부” 하고, “굿모닝” 하면 같이 “굿모닝”이라 인사하며 반긴다. 그들 중 누군가와 악수하면 저마다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고, 작은 아이가 예뻐 안아주면 또래들이 다 와서 안긴다. 낯선 이를 아무 거리감 없이 반기는 그들의 웃는 얼굴이 천사같이 이쁘다.

교복으로 입은 스웨터의 손목 부분과 팔꿈치가 헤어져 너덜너덜한 옷들을 입은 아이들도 많고, 잘 맞지 않은 신발을 끌고 다니는 애들도 있고, 교복 원피스의 궁둥이 부분이 낡아 구멍이 날것만 같은 옷을 입은 애들도 있다.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가난한 아이들이 많은 것은 허름해 보이는 옷차림만으로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표정만은 그렇게 밝을 수가 없다. 서로 장난치는 아이들도, 내게 대답을 해 주는 아이들도 오재미를 하고 운동장에서 뛰어 노는 아이들 누구나가 밝고 건강해 보였다.

40~50년 전 우리의 모습이…
그들 중 아무도 휴대폰을 보는 아이도 없고 방과 후에 학원을 다니는 아이도 없다. 주변에 있는 것은 온통 푸른 자연뿐이다. 학교와 운동장과 친구들과 숲속에 있는 동네가 그들의 온 세상인 가난한 시골학교 아이들이다. 내 어린 시절 40~50년 전의 옛날이 바로 이 모습이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된다.

서울의 동사무소에서 구호물자로 나온 우유덩어리와 옷들을 나눠줘서 우유는 밥 위에 얹어 쪄먹었던 기억이 난다. 춘천의 초등학교에선 미국에서 온 강냉이가루로 죽을 쑤어 나눠주기도 했다. 도시락을 먹고도 그 죽을 먹고 싶어 빈 도시락을 들고 줄을 서서 기다렸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저들을 보면서 생각났다. 불과 40~50년 전이지 않은가! 저들처럼 살았던 시절이.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그때가 더 행복했었던 시절이었다. 부족했기 때문에 뭔가 작게 채워져도 느끼는 행복은 몇 배가 되었었던 시절이었다.

아마 저들도 자라서 어른이 되면 나처럼 어린 시절을 추억할 것이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뛰어 놀았던 운동장, 직접 농사지은 농산물을 집으로 갖고 가며 즐거웠던 시간들, 줄서서 기다렸다 맛있게 먹었던 한 끼의 기억을. 가난한 어린 시절, 부족한 게 많아 조금씩 가질 때마다 더 큰 행복을 느꼈던 그 기억을….
(김은미 : KOPIA 케냐센터 생활개선 전문가/전 농촌진흥청 농촌자원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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