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여성신문-한국언론진흥재단 공동기획 /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여성이 안전해야

⑧농작업 안전, 한.일.유럽 전문가 머리 맞대다

▲ 한일 양국의 농작업 안전보건 실태를 공유하고 안전사고 예방을 모색하는 위한 ‘한일 공동 농작업안전 심포지엄’이 지난 13일 일본 도쿄에서 열렸다.

농업은 일반 산업에 비해 재해율이 높아 건설․광업 등과 함께 3대 위험직종으로 취급받고 있다. 더욱이 교통사고나 산업재해가 감소하는 반면에 농작업 사고율은 정체돼 줄어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농업인력의 고령화와 농업인들의 안전인식 부족, 관련 법․제도의 미흡 등이 이를 부채질하고 있다.

한일 양국의 이러한 농작업 안전보건 실태를 공유하고 농작업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정책과 제도, 농업인들의 안전의식 향상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한일 공동 농작업안전 심포지엄’이 지난 13일 일본 도쿄에서 유럽 전문가가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올해로 10회째를 맞은 이 행사는 농촌진흥청과 일본농촌의학회가 매년 양국을 오가며 개최해 양국의 농작업 사고 예방과 관련 제도 마련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심포지엄은 한국, 일본, 스웨덴 전문가의 주제발표와 지정토론, 청중토론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일본농촌의학회 후지와라 히데오미 명예이사장은 개회사를 통해 “고령화․기계화된 농촌에서의 농작업 사망사고 감소라는 구체적인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해결과제가 여전히 많다”면서 “사회기반과 생활환경 등이 유사한 한․일 양국의 교류협력을 통해 성과를 이끌어내자”고 말했다.

공동주최국인 한국대표로 심포지엄에 참석한 농촌진흥청 이경숙 농업인안전보건팀장은 인사말에서 “한국은 10년 이상의 많은 노력 결과, 농업인의 직업적 재해를 관리하기 위한 법이 만들어지고, 국가가 농업인 산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 “아직 부족하지만 일단 걸음을 뗀 것은 한․일이 교류하면서 서로를 견인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이어 “농업․농촌이 다양한 공익적 기능을 하는 만큼 국가가 책임을 지고 농업인의 건강과 안전을 관리하도록 양국 전문가가 측면에서 지원해 달라”고 당부했다.

농작업 안전사고는 전 세계가 안고 있는 문제
농업안전보건 위한 국제적 행동강령 설정 필요
한일 공동 농작업안전 심포지엄서 ‘한목소리’


“다양한 관련조직간 협력 필수적”

▲ 스웨덴의 피터 교수

첫 번째 주제발표에 나선 스웨덴 농업과학대학 피터 룬드크비스트(Peter Lundqvist) 교수(국제농촌의학회 부회장)는 스웨덴과 유럽의 농업안전 교육 실태를 소개했다. 그는‘스웨덴 및 유럽의 농업안전보건 현황과 문제’라는 발표에서 “스웨덴은 건강안전 전문가 교육을 위해 농업과학대학 내에 박사과정까지 개설돼 있으며, 농작업 안전에 대한 원격강의도 한다”고 설명했다.

피터 교수는 이어 “농업안전보건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다양한 관련 조직의 협력이 필수적이며, 이를 뒷받침하는 국제적․유럽 내 네트워크도 여럿 구축돼 있다”면서 “그중 농업분야 안전문화 형성과 위험관리 위한 국가적 네트워크인 SACURIMA(Safety Culture and Management in Agriculture : 농업 안전문화와 위험관리)는 30개 국가, 52명의 전문가와 27명의 부회원, 5개 워킹그룹으로 구성돼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네트워크는 ▲국가차원의 농업안전보건 프로그램 구명․평가 ▲안전보건과 위험관리에 대한 농업인의 지식․태도․행동․우선순위 규명 ▲취약계층 훈련과 농업인력으로서의 통합을 위한 효과적 모델 구명 ▲사고․질병에 대한 개선효과 평과 ▲도출된 결과의 농촌사회 전파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피터 교수는 설명했다.

“전 농민을 교육․사업 대상으로 해야”

▲ 한국의 이경숙 팀장

오랫동안 한국의 농작업 안전 관련 연구사업을 진행하며 관련 법 제정과 조직 설치에 큰 역할을 한 농촌진흥청 이경숙 농업인안전보건팀장은 ‘한국의 농업안전보건 현황과 새로운 도전’이란 주제로 발표를 이어갔다.

이 팀장은 “국가적 안전망이 취약했던 농업인의 안전보건을 위해 농촌진흥청이 다양한 연구와 시범사업을 수행해 농작업안전보건기사 국가자격증 도입과 농업인안전보험법의 신설 등 괄목한 성과를 도출했다”고 그간의 성과를 먼저 소개했다.

이 팀장은 이어 농업안전보건 업무를 농림기관의 법적 의무로 규정해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진흥청, 지방농촌진흥기관, 농협, 농업안전보건센터 등 관련기관의 협력과 역할분담이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사말에서 첫 걸음을 내딛었다고 말한 것처럼 아직 미흡한 농업인 안전보건 현실을 극복할 과제도 제시했다. “향후 농업안전보건 국가시스템 마련을 위해서는 한정된 농업인 대상의 시범사업이나 안전교육을 모든 농업인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사업과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또 “농업인안전보험의 혜택을 모든 농업인이 누릴 수 있도록 사회보험의 성격으로 확대․발전시켜야 하고, 농업인의 직업적 건강관리와 재활을 위한 관련 조직의 확대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도 타산업보다 농업사고 사망률 높아”

▲ 일본의 하라다 조사역

일본측 발표자로 나온 일본농협공제(JA공제) 농업위험사업부 하라다 타츠야 조사역은 일본 농협공제금 지불자료를 기반으로 한 농작업 사고 발생현황을 분석한 내용을 발표했다.

하라다 씨는 “일본 농림수산성의 농작업사고 사망 자료에 의하면 다른 산업에 비해 농업사고 사망률이 높다”며 “그 동안 분석되지 못한 농작업관련 비사망 사고에 대한 파악을 위해2만건 이상의 JA공제 지불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최근 공표했다”고 밝혔다.

발표자료에 의하면, 사망:후유장애:상해 비율이 1:2:217로 농림수산성의 자료에 의한 사망사고가 312건(2016년)임을 감안했을 때 전체 농작업사고는 연간 약 7만 건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중 농기계 사고는 전체 사고의 23%, 사망사고의 65%를 차지해 농기계 사고의 손상이 중증도가 높음을 보여주고 있다.

하라다 씨는 “경사면이 많은 일본 농작업환경에서 전도, 추락사고가 전체사고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농업인의 고령화와 사고 발생 후 발견의 지연 등도 문제”라고 말해 우리의 농촌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시사했다.

그는 “JA공제 사고분석자료를 행정기관, 관련 단체와 공유하는 체계 구축을 통해 농작업 사고 예방활동에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진 지정․청중토론은 주제발표 내용에 대한 청중의 질의와 답변 형식으로 진행됐다.

농업안전보건 구현을 위한 농업인의 참여 유발 방법에 대해 스웨덴 피터 교수는 “스웨덴은 농업안전보건사업 수행 시 농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전문가를 활용해 농업인과의 상호 신뢰를 구축함으로써 농업인의 참여 유발이 용이했다”고 설명했다.

안전문화 조성과 전문가 육성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피터 교수는 “농업현장에 맞는 안전보건 전문가를 육성하는 것이 농업분야 안전문화를 조성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답했다. 그는 “전문가가 농가를 방문해 농업인(가족)과의 대화를 통해 농업안전보건 문제를 스스로 찾아내고 실천하도록 했는데 그 효과가 증명됐다”며 맞춤형 전문가 양성과 농업인과의 밀접한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농업안전교육 환경에 대한 한․일 농촌과 유럽의 차이에 대해 이경숙 팀장은 “농가간 거리가 먼 유럽에 비해 한․일은 농가가 마을에 밀집돼 안전문화 확산에 유리하지만, 직업안전보건의 역사가 긴 유럽에 비해 한․일은 농업인의 고령화와 안전관련 조기교육 부족 등으로 농업인 스스로 안전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 팀장은 “1970~80년대 일본의 농촌 생활개선사업이 한국에 영향을 미쳤지만 현재는 반대로 한국의 농업안전보건 연구․사업․조직 등이 일본에 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측 지정토론자로 심포지엄에 참석한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김영문 교수(농업인건강안전협회장)는 “영세자영농을 국가적 농작업 안전사고 예방정책의 대상으로 법령에 공식 포함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농업안전보건을 위한 국제적 행동강령의 설정과 실행 등 국제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심포지엄을 마무리하며 양국 참석자들은 전 세계 모든 농업인의 농작업 사고 예방과 안전한 농작업 실현을 위한 결의문을 채택했다.

결의문은 ▲농업․농촌의 다면적 기능과 국가의 기간산업으로서 국가의 지원책 구축 ▲사회적 약자인 농업인의 건강과 안전을 높이기 위한 국제연대 강화 ▲WHO(세계보건기구)와 ILO(국제노동기구) 등 국제기구에서 국가의 자영농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촉구 등을 담았다.

한편, 행사를 마친 후 양국 관계자는 순서에 따라 내년은 ‘농업인의 안전관리능력 제고’라는 주제로 9월25~28일 전북대학교에서 제11회 심포지엄을 개최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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