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미슐랭가이드 원스타 셰프 신창호

계절을 담아 낸 음식으로 한식 재해석···장(醬)의 다양한 변신 추구

요리사의 손은 농부의 손과 묘하게 닮아 크고 투박한 듯했지만 정작 요리를 만들때 그의 손놀림은 그렇게 섬세할 수 없었다. 요리사의 마음 역시 정직한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부의 마음과 별반 다르지 않아 요리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우직함으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고 있었다.
올해 미슐랭가이드 서울 2018에서 1스타로 선정된 서울 청담동 주옥의 신창호 셰프가 지난 15일 서울 종로의 한식진흥원 한식문화관에서 ‘한식과 미술랭의 별’ 이란 쿠킹클래스를 진행했다. 한식진흥원(이사장 선재)이 한식의 현주소를 알리고 한식의 가능성을 짚어보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특히 신창호 셰프는 제철농산물과 한국의 발효에 집중한 자신만의 한식을 선보이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어릴 때 갓 지어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하얀 밥에 계란을 얹고 간장과 들기름으로 비벼주시던 어머니의 그 맛을 잊지못합니다”신창호 셰프의 어린 시절의 맛에 대한 기억은 자신만의 한식을 만든 밑바탕이 됐다.

어린 시절부터 요리에 관심이 많아 1998년부터 요리에 첫발을 디딘 신창호 셰프는 패밀리레스토랑, 군대 취사병 등 현장에서 실무를 익혔다. 처음 취업한 곳은 당시 유행하던 이탈리아 레스토랑으로 꽤 이름을 얻었지만 요리에 대한 갈망으로 프랑스와 미국 현장에 진출해 꾸준히 요리 경험을 쌓았다.

미국에서는 일식의 현지화에 성공한 식당에서 다양한 요리테크닉과 체계적 식당 운영의 노하우를 익힐 수 있었다. 이 식당의 특별 메뉴개발에 한국의 고추장 등을 사용해 참여해 인정을 받으며 자신만의 한식에 대한 자신감을 얻게 됐고 한식에 집중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매주 채소 공급 농장 방문해
식재료 상태 직접 체크

신창호 셰프가 음식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최고의 재료를 선택하는 것이다.

“좋은 재료를 이길 수 있는 요리사는 없다”고 말하는 그의 요리 철학은 좋은 식재료 선택에 진실한 그의 마음이 담겼다.

“장모님 덕을 많이 보고 있어요”그의 한식 요리에 빠질 수 없는 재료 중 하나인 들기름은 경남 진주에서 직접 들깨농사를 짓는 그의 장모님이 그때그때 저온착즙 방식으로 뽑아내 보내오는 것으로 신선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요리에 사용되는 각종 채소는 무농약을 고집하며 친환경 농사를 짓고 있는 남양주의 ‘준혁이네 농장’에서 직접 공급받는다.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농장에 들러 농작물의 상태와 수급상황을 살핍니다. 필요한 채소가 있다면 재배를 요청하기도 하죠.”

사실 같이 농사짓는 것과 다름없을 정도로 농장에서 많은 시간을 신 셰프는 보내며 요리하는 시간 외에는 요리 재료를 구하고 살피는 데 시간을 할애한다.

▲ 한식문화원 한식문화관 쿠킹클래스에서 소개한 구운 잣과 유자청을 함께 갈아 만든 잣소스를 얹은 주옥의 인기메뉴인 잣즙채(사진 왼쪽)와 신창호 셰프의 장모님이 직접 기른 들깨로 짠 들기름과 조선간장 소스로 간을 맞춘 전복소라 요리.

이날 쿠킹클래스에서 선보인 전복소라 요리에도 신 셰프의 한식의 재해석이 엿보였다. 양파 드레싱은 조선간장으로 간을 맞춰 짭짤한 맛에 풍미를 더했고 신 셰프 장모님의 들기름이 캐비어의 맛을 한층 살렸다.

미슐랭가이드의 별의 획득에는 언제나 동일한 맛의 균일성을 요구한다. 이점이 장과 김치 등을 이용하기에 항상 같은 맛을 내기 어려운 한식에는 불리한 요소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신 셰프는 이점을 극복했다.

신 셰프의 쿠킹클래스를 지켜본 한식진흥원 선재 이사장은 “맛의 다양성이 한식의 현주소이고 이런 한식의 장점을 오히려 세계에 알리고 인정받을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를 위해 한식문화원은 한국의 장(醬) 문화를 유네스코에 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우리부터 한국음식의 근본인 장의 생활화에 더 노력하자” 고 덧붙였다.

쿠킹클래스 참가자들도 한식을 가장 한식답게 만들어주는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인 전통 장문화를 지켜가고 한식의 미래를 개척하자는데 마음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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