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칼럼 - 누리백경(百景)(64)

옛 조선조 때 기로연(耆老宴)이란 제도가 있었다. 나라의 임금이 정2품 벼슬(판서)을 지낸 자로서 70세가 넘은 고령의 문신들을 위로, 예우하기 위해 베풀었던 경로잔치다. 임금이 직접 참석했던 이 경로잔치는 매년 봄 삼짇날(음력 3월3일)과 가을의 중양절(음력 9월9일)에 궁궐에서 열렸다.
행사는 투호놀이와 아악연주, 식사로 진행됐다. 술은 1작(한 홉의 10분의1)부터 5작까지 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으나, 날이 저문 뒤 잔치가 파할 때에는 참가자들 모두가 부축을 받아 행사장을 나올 정도로 취해 있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임금은 고령의 원로 문신들에게 술과 전답, 염전, 노비, 어전(물고기 잡는 나뭇가지 올)을 하사품으로 내려 주었다. 특히 벼슬이 정1품(영의정, 좌·우의정)에 오르고 학덕이 높은 대신에게는 궤장(几杖), 곧 안석(팔걸이와 등받이가 있는 의자)과 지팡이를 하사하기도 했다. 이 모두가 당시 조선왕조의 통치이념이었던 유교사상을 바탕으로 효와 경로사상을 고취시키고, 임금과 신하의 의를 다지고자 함이었다.

지금도 나라가 주관하는 행사는 아니지만, 지방에 남아 있는 향교와 서원에서는 그 지역의 장수노인들을 모시고 기로연이라는 경로잔치를 해마다 베풀고 있기도 하다.
지난 10월2일 노인의 날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100세가 된 전국의 장수노인 1343명에게 장수를 축하하는 카드와 함께 청려장이라는 장수 지팡이를 선물로 보냈다고 한다. 청려장은 명아주라는 한 해살이 풀 줄기로 만든 지팡이를 이른다.

통계청 집계에 따르면, 2017년11월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100세 이상 장수노인은 3908명이다.이중 여성이 3358명, 남성이 550명 이다. 이는 2016년의 3,486명에서 무려 422명이 더 늘어난 숫자이다.
시ᆞ도별로는 경기도가 892명으로 1위, 서울이 643명으로 2위다. 인구 10만명 당 비율로 보면 제주가 105명으로 1위다. 전국 229개 시·군·구 중에서는 전남 보성이 가장 많았다. 보성은 100세 이상 장수노인이 2015년 11명에서 2017년 22명으로 2년 새 배로 늘었다.

유엔 인구통계(2015년)에 따르면, 전세계 100세 이상 장수노인은 43만4000명으로 우리 한국이 그중 0.7%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100세 이상 장수노인이 많은 나라는 미국, 일본, 중국 순으로 이 세 나라가 전세계 장수노인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100세 이상 장수한다는 것은, 그 나이까지 살아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분명 축복일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생물학적인 나이로서만 100년을 산다는 건 커다란 의미가 없다. 문제는 삶의 질이다. ‘얼마나 오래~’가 아니라 ‘어떻게 오래~’가 살아남은 자의 여망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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