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여성신문-농촌진흥청-한국언론진흥재단 공동기획:지속가능한 농업…농촌여성이 안전해야

▲ KOPIA 캄보디아센터가 지원한 바탐방주의 양계시범마을인 38km마을에서 생활개선회 회장단은 주민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⓻한-캄보디아 농촌여성 국제교류활동

최빈국 캄보디아에 생활개선회가 60년간 축적한 노하우 전수
손쉽게 만들 수 있는 피클·식초·화장수 직접 만들며 호응 이끌어 내
한 번의 인연으로 끝나지 않고 이어나가길 생활개선회·주민 모두 원해

국민 1인당 GDP가 1229달러(2017년 기준)로 조사국 190국 중에서 157위를 기록한 캄보디아는 세계 최빈국 중 하나다. 1975년 극단적 공산주의자 폴 포트가 이끄는 크메르 루즈가 불과 4여 년에 기간 동안 800만 명의 국민 중 300만 명을 학살한 일명 ‘킬링필드’로 국가의 운명이 180도 달라졌다. 이전에는 1년에 3모작이 가능한 기후로 식량이 풍부해 우리나라도 캄보디아로부터 원조를 받았을 정도였지만, 킬링필드 이후 잃어버린 40년이라고 할 만큼 국민들, 특히 농촌주민들의 생활여건은 우리나라 1960년대와 비견될 만큼 열악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에 지난 9월27일부터 10월3일까지 한국생활개선중앙연합회(회장 김인련) 임원과 도·광역시연합회장은 캄보디아 농촌여성들을 대상으로 생활개선회가 60년 동안 축적한 생활개선과제를 보급하는 국제교류활동을 펼쳤다.

우리나라 1960년대와 흡사한 캄보디아 농촌마을
첫 번째 행선지는 수도 프놈펜의 농촌진흥청 KOPIA(해외농업기술개발) 캄보디아센터였다. 캄보디아센터는 현재 캄보디아 농림수산부 산하기관인 CARDI(캄보디아 농업연구개발원)안에 자리잡고 있다.

캄보디아센터 김용환 소장은 “농촌진흥청에 1983년 입사해 2012년까지 근무 후, 대학에서 후학을 가르치다가 올해 이곳에 부임했다”며 “지금 이곳의 부엌 세간살이를 보면 제가 어렸을 때 아궁이에 나무로 불을 때던 모습이 여전히 많을 정도로 낙후돼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많은 단체가 돕기 위해 이곳에 오지만 보여주기식의 이름뿐인 봉사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는데 사전답사 차 방문한 김인련 회장이 정부 관계자를 만난 자리에서 캄보디아의 제도를 물어보고, 생활개선회가 도움 줄 점이 있는지 대화는 모습을 보면서 기대감을 갖게 됐다”고 말하며 “단기적인 도움으로 당장의 변화를 만들지 못하더라도 한 번의 인연을 계속 이어간다면 변화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교류활동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생활개선회가 교류활동 때 방문한 현지마을은 따케오 주(州)의 트레팡프링과 바탐방 주(州)의 38km마을 2곳이었다. 캄보디아센터가 병아리를 분양하고 양계기술을 전수해 농촌주민들의 소득을 증대하는 ‘양계시범마을’은 마치 과거 우리나라의 농촌이 유니세프로부터 염소를 분양받고 키워서 재산을 늘려가던 것과 오버랩됐다.

캄보디아센터는 우리 돈으로 1마리에 600원 정도인 병아리 100마리와 사료를 공급해 현지에서 어느새 ‘닭 잘 키우는 마을’로 유명세를 얻고 있을 정도로 성과를 내고 있다. 그리고 마을 자치조직인 협동조합을 만들도록 해 물고기 잡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잡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이곳에서 양계기술의 각종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는 캄보디아센터의 송기덕 전문가는 “원래 닭 1마리를 키우려면 120일 걸리던 것을 65일 정도만 키워 1.2kg의 닭을 시장에 내다팔 수가 있도록 해 농가입장에서 꽤 큰 소득을 얻을 수 있게 됐다”고 소개했다.

그리고 “중요한 건 이익이 생기면 원금은 상환하고 이익금은 전부 본인이 갖게 하는데 세 번째부터는 이익금을 마을의 협동조합, 우리나라로 치면 자조금에 종자돈으로 내게 해 한 사람이 아니라 마을 전체가 부유해질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라며 “캄보디아는 보통 이자율이 28~64%로 매우 높은 편이지만 돈 개념이 우리만큼 치밀하지 못해 고금리로 돈을 빌려 빚에 허덕이는 경우가 많은데 자조금에 모인 돈은 1.5%의 이자율로 돈을 빌릴 수 있어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돈을 빌린 후 상환하려는 의지가 약해 원금과 이자 환수가 늦는 건 문제라고 덧붙였다.

실생활 유용한 기술 전수해 주민들 호응 높아

▲ 첫 번째 양계시범마을인 트레팡프링에서 생활개선회는 생활개선과제를 보급하고 의류를 비롯한 생필품을 전달했다.

첫 번째 양계시범마을인 트레팡프링에서 생활개선회는 현지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오이, 양파, 무, 파인애플, 수세미 등을 활용한 피클과 식초, 천연화장수 만드는 법을 전수했다.

직접 시연에 나선 유연숙 전북도연합회장은 “무와 오이·양파로 만드는 피클은 여기서도 구하기 쉬운 재료들로 높은 기온에도 오래 보관해 먹을 수 있어 농촌여성들에게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식 세종시연합회장은 “파인애플과 설탕, 식초 3가지 재료만 있으면 가능한 파인애플 식초는 시원하게 보관해뒀다 여러 가지 요리에 다양하게 쓰일 수도 있고 배우기도 쉽다”고 설명했다. 파인애플 식초 만들기에 참여해 휴대폰으로 만드는 과정을 직접 촬영하며 큰 관심을 보인 마을주민 잠빤(여, 36세)씨는 “집 앞에서 자라는 파인애플을 오래 보관해 먹는 법을 알게 돼 신기하다”면서 “만드는 방법도 80% 정도는 이해했고, 나머지는 휴대폰으로 촬영해 다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인구 1600만 명의 캄보디아는 휴대폰 보급대수가 1800만 대에 이를 정도로 휴대폰이 보편화됐다. 이날 교육에 참여한 주민들 상당수도 과정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기 위해 휴대폰으로 직접 촬영하는 모습이 이색적이었다.

서경자 인천시연합회장은 “여성이라면 세계 어느 나라가 됐든 예뻐지는 법에 관심을 보이기 마련이라 천연화장수 만들기를 준비했다”면서 “햇살이 뜨거운 나라에서 선크림이나 화장품 구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화장수를 직접 만들어 피부를 관리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는 마음을 전했다. 실제로 어린아이부터 중년의 여성들까지 연령에 상관없이 수세미와 레몬, 오이 등으로 화장수 만드는 것에 호기심을 보였고, 만든 화장수를 서로서로 뿌려주며 좋아하는 모습에 서 회장은 큰 보람을 느꼈다고.

실습과제를 전수한 이후에는 주민들이 직접 키운 닭으로 만든 튀김과 쌀밥으로 식사를 대접했다. 생활개선회는 주민들을 위해 의류를 비롯한 생필품과 화장품, 학용품 등을 전달했다. 김인련 회장은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있어 기쁘며, 과제교육을 받는 주민들이 휴대폰으로 촬영할 정도로 열의를 보여 생활개선회 전체가 뿌듯함을 느꼈다”면서 “준비한 물품들은 약소하지만 마음을 나눈다는 의미로 준비했다고 생각해 달라”고 말하며 앞으로도 소중한 인연을 이어나가자고 당부했다.

생활수준 더 열악해 38km마을

▲ 직접 만든 천연화장수를 서로 뿌려주며 좋아하고 있는 캄보디아 여성들의 모습.


두 번째 양계시범마을은 38km마을이었다. 바탐방 주(州)의 도심지와 38km 떨어져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첫 마을인 트레팡프링은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인근 농촌이라 소득이 상대적으로 높아 집 안에 화장실을 갖추거나 휴대폰을 가지고 있는 주민이 많았지만 38km마을은 그에 비해 생활수준이 여러모로 열악했다.

이곳에서 현지인들에게 선진농업기술과 협동조합의 원활한 운영을 돕고 있는 노창균 현지전문가는 양계기술 뿐 아니라 양봉과 채소재배, 종자생산 그룹을 만들어 주민들의 소득을 높이는 일을 하고 있다.

노창균 전문가는 “코이카 6년, 굿네이버스 2년의 활동을 마치고 귀국할 때가 됐을 때, 과연 캄보디아에 내가 얼마나 기여했는가라는 의문에 자신 있게 그렇다고 답할 수 없어 이곳에서 3년째 생활하고 있다”면서 “4~5명 가족이 1년에 2000불 벌기가 쉽지 않은 이 마을에서 닭 시세가 최근 낮아져 다른 활로를 찾기 위해 양봉을 비롯한 다양한 소득사업을 전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이 마을은 400여 농가 중에서 60여 농가가 협동조합에 가입돼 있는데, 양봉을 비롯한 다양한 그룹이 새로 생기면서 협동조합에 가입하려는 주민 수도 계속 늘고 있다고 한다.

다양한 피클 만드는 법을 여성들에게 전수한 나옥연 중앙연합회 감사는 “재료도 구하기 쉽고 만드는 방법도 어렵지 않지만 주민들이 실제로 먹고 좋아할까 걱정이 많았는데 피클을 너도나도 가져가겠다고 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38km마을에서 여자 대표로 부이장을 맡고 있는 꽁슨(여, 58세)씨는 “피클을 먹어보니 입맛에 맞아 주민들이 많이 좋아하고, 따라하기도 쉬웠다”며 “옷과 학용품, 화장품들도 유용하게 쓰겠다”며 생활개선회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하지만 첫 번째 마을보다 낙후된 생활여건을 보고 모두가 크게 안타까워했다. 이숙하 중앙연합회 수석부회장은 “집 안에 부엌과 방이 한 곳에 있어 공간구분도 안 돼 있고, 옷이며 식기며 신발이며 전부 뒤엉켜 있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이어 “캄보디아 1960년대 우리나라와 비슷하다고 하는데, 그래도 우리 어머니 세대는 부엌은 내 얼굴보다 깨끗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수시로 치우고 정돈했던 것과 너무도 비교된다”면서 “우리 생활개선회가 캄보디아 농촌마을에 정리정돈하는 습관을 가르치는 것부터 서둘러 시작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교류활동을 마치며 참여한 이들 모두 언어가 달라 소통은 어려웠지만 농촌에 살고 있는 비슷한 나이의 여성으로서 공감대를 형성하며 이번의 인연이 계속 이어나가길 진심으로 서로가 소망했다.

인구 95%가 불교를 믿고 있는 캄보디아인을 처음 만나면 보통 ‘솜빼’라고 부르는 합장 인사법을 사용한다. 웃음 띤 얼굴로 어색한 합장 인사를 주고받으며 느낀 캄보디아인들의 첫 인상은 ‘참으로 순진무구하면서 행복해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구나’라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1/23에 불과한 경제규모로 우리들의 시선으로는 어느 것 하나 열악하지 않는 게 없어 얼마나 살기 힘들까라는 건 우리들만의 착각이었을까? 다만 그들의 행복 위에 자립의 싹이 틔워지길 바랄 뿐이다.

■미니인터뷰-한국생활개선중앙연합회 김인련 회장

“열악한 화장실·샤워시설 가슴 아파”

지난 6월 2곳의 양계시범마을을 사전답사 차 방문했었다. 그 인연을 잊지 않고 다시 방문해줘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하는 주민들을 보면서 생활개선회가 해외의 선진농업국들을 방문하던 때와는 다른 보람을 느꼈다.

특히 대여섯 살 된 여자아이 2명이 본인 집으로 초대하겠다며 내 손을 잡았을 때 그간 느껴보지 못한 뭉클함을 느꼈다. 물론 하고 싶었던 활동은 많았지만 현실상 제약이 많아 아쉬웠던 점도 분명 있다. 몇몇 부유한 가정을 빼곤 화장실이 따로 없어 땅에 구덩이를 파고 그 위에 얼기설기 천막을 덮어 화장실로 쓰는 모습은 가슴이 너무 아팠다. 화장실을 제대로 갖추는 게 위생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더운 날씨에 샤워시설도 마땅치 않은 점도 마음에 걸렸다. 벽돌 몇 장과 시멘트만 있으면 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차후에 실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몇 달이 지나도 나를 기억해주는 아이들과 주민들을 보면서 이번 한 번의 인연으로 끝내서는 안 되고 계속 관심을 갖고 이어나가야겠다는 의무감이 들었다. 그래서 실천가능한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겠다.

 

■따케오주 트레팡프링 주민 솜 소팔 씨

“생활개선회원들이 만든 피클 맛있어요”

-한국의 농촌여성들을 만난 소감은?
먼저 한국 생활개선회원들이 우리 마을에 방문한 것에 감사드린다. 무엇보다 우리 마을의 식생활 개선을 위한 간편 조리음식 기술을 가르쳐줘 더 뜻 깊다.

-평소에 채소를 어떤 방식으로 요리해 먹는지?
채소는 보통 밥과 함께 날것으로 먹는다. 캄보디아 사람들도 장아찌처럼 소금에 절인 음식을 반찬으로 곁들여 먹는데, 한국의 생활개선회원들과 함께 만든 피클이 더 맛있고 입맛에도 잘 맞는다.

-피클 만드는 식재료와 양념 등을 쉽게 구할 수 있는지? 그리고 생활개선회원들이 전수해 준 피클 만드는 방법이 실생활에 도움이 될 것 같은지?
간장이나 식초 등 양념소스는 한국제품과 원재료가 조금 다르지만 구하는 게 크게 어렵지는 않다. 오늘 만든 피클이 너무 맛있다. 다음에는 만들어서 내다팔고 싶을 정도다.

 

■바탐방주 38㎞마을 주민 쏘파니 씨

“100% 다시 해먹고 싶은 음식이에요”

-마을에서 주로 재배하는 작물은?
지대가 높아 벼농사보다 밭농사를 주로 한다. 카사바, 옥수수, 오이, 그리고 열대과일인 롱간(龍眼), 망고 등이 우리 마을의 주요 소득작물이다. 하지만 매년 소득이 들쑥날쑥 불안정하다.

-농사지을 때 남녀의 역할은?
농사일에 특별히 남녀 역할구분이 있지는 않다. 다만 무겁고 힘든 일은 남자가, 그리고 가볍고 노동강도가 낮은 일은 여성이 주로 한다. 작물을 심을 때는 남녀 구분 없이 다함께 참여한다. 한국의 농촌도 같지 않나?

-캄보디아에서도 절임음식을 많이 해먹나?
오이, 파파야, 무 등을 피클로 만들어 먹고, 시장에 내다팔기도 한다. 이번에 한국 생활개선회원들이 방법을 가르쳐 준 피클 만드는 법을 잘 익혀 다음에 100% 해먹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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