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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게 된 나라, 케냐■ 해외통신 - 검은 대륙 케냐에 싹트는‘생활개선 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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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12  11:4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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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량 전의 열악한 현지 부엌(사진 왼쪽)과 개량 공사가 진행 중인 부엌(오른쪽)

아직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사는 아프리카 오지 시골마을에 한국의 생활개선사업이 희망을 싹을 틔우고 있다. 농촌진흥청의 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이하 KOPIA)이 추진되고 있는 KOPIA 케냐센터에 한국의 생활개선사업 전문가가 파견돼 현지 농촌마을의 생활환경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 그 주인공은 농촌진흥청 농촌자원과장을 지내는 등 41년간 생활개선사업에 헌신하고 지난 2016년 정년퇴임한 김은미 씨다. 본지는 5회에 걸쳐 김은미 씨의 눈으로 본 현지 생활개선 활동상을 5회에 걸쳐 싣는다.

아프리카가 아주 덥다고?
케냐에 온지 석달 보름이 지났다. KOPIA 케냐센터에 생활개선 전문가로 추천받아 처음 아프리카 땅을 밟을 때만 해도 아프리카, 그것도 적도가 지나는 나라인 케냐는 아주 더운 나라일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왔다. ‘미개한 사람들이 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선입견도 있었다. 하지만 미처 한 달도 안 돼서 선입견이 모두 깨졌다.
우선 다른 아프리카 국가는 어떤지 몰라도 케냐는 덥지 않다. 처음 이곳에 오던 날 저녁, 전기담요가 없었으면 아마 추위에 밤새 떨었을지 모른다. 내가 도착한 때는 마침 케냐의 겨울이었고 KOPIA 케냐센터가 위치한 이곳, 무구가는 해발 고도가 2100m나 되는 높은 곳에 있기 때문에 더 추웠다. 아침 최저기온이 영상 5도까지 떨어질 때도 있었다. 새벽 찬공기에 얼굴과 손발이 시려워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잤고 사무실에선 라디에이터를 옆에 끼고 있어야 했다.

케냐의 날씨가 다 이렇게 추운 것은 아니다. 남쪽의 해안도시 뭄바사나 지대가 낮은 곳의 한여름 날씨는 무척 덥다고 한다. 아무리 더워도 그늘은 시원하고 땀을 흘릴 정도는 아니라니 찌는 더위는 아닌가 보다. 고지대에 위치한 이곳도 요즘은 조금씩 기온이 오르고 있어 살만하다. 흐린 날씨엔 좀 으스스하지만 해만 뜨면 세상에 좋은 곳이 이곳이다. 적당히 따뜻한 기온과 쾌적한 공기, 맑고 푸른 하늘과 초원은 그 자체로 그림이다.

전세계 대도시 못지않은 나이로비
나이로비 시내를 가끔 나가는데, 이곳이 아프리카인가 하고 또 놀라게 된다. 즐비하게 늘어선 빌딩들과 도로를 꽉 메운 차들,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로 도시는 굉장히 활기차다. 대규모 쇼핑몰이 여러 개가 있고 없는 물건이 없을 정도로 진열된 상품도 다양하다. 심지어 건강식품 코너엔 내가 호주에 가서나 살 수 있었던 오메가니 센트륨이니 하는 건강식품들과 전 세계의 화장품들이 종류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브랜드숍에 진열돼 있는 아프리카의 옷들은 그 화려한 색감과 무늬 그리고 세련된 디자인이 오히려 우리의 그것보다 더 멋있게 보이기까지 한다. 누군가 얘기했듯 전 세계 어느 나라나 대도시는 다 똑같다. 먼 지방이나 시골만 나라마다 다를 뿐이라는 얘기가 맞는 듯하다.

하루 1달라가 안 되는 돈으로 사는 빈곤층이 전 국민의 25%에 육박하고 나이로비 외곽엔 거주 인구만 100만에 달하는 대규모 빈민촌이 있다. 차를 타고 지나다 보면 낡고 녹슬어 갈색으로 보이는 양철지붕만 끝없이 보이는 곳, ‘키베라’라는 이곳은 세계 3대 빈민촌 중 하나다.
다는 아니겠지만 주요 외곽도로의 도로변에 포진해 있는 경찰들이 공공연히 돈을 요구하는 나라, 여권을 내는데도 급행료를 줘야 나오는 나라가 또한 케냐다. 하지만 국민 대다수가 영어를 할 수 있어 언어장벽이 높지 않고, 젊은 인구가 압도적으로 많으며 모바일머니가 세계최고 수준일 만큼 IT친화적인 이 나라는 발전 가능성이 매우 높은 나라임에 틀림없다.

어둡고 매캐한 부엌
생활개선 전문가로 와서 이곳에 왔으니 그들의 생활환경을 보지 않을 수 없다. 도시 주변이나 시골마을은 여지없이 생활환경이 좋지 않다.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고 물은 사던지 길어다 먹어야 하고 하수는 그냥 내버린다.
무엇보다도 주부들이 제일 많은 시간을 보내는 부엌은 이런 곳에서 어떻게 음식을 만드나 싶을 정도로 열악하다. 어두워서 사물 분간이 안 되고, 그릇들은 바닥에서 뒹굴고 돌멩이 세 개에 솥 하나 올려놓은 것이 취사시설의 전부다. 그 밑에 나뭇가지들을 때서 취사를 하는 것이다. 연기가 바깥으로 빠지지 않아 연신 기침을 하면서 불을 때는 모습을 보면서 바로 이것부터 고쳐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폐렴이 사망원인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라니 이런 부엌에서 평생 지내는 케냐 여성들의 수명이 세계 유일하게 남성보다 낮은 것은 바로 이 부엌에서 연유하지 않나 싶다.

케냐식의 부엌개량 모델을 개발해 보급하는 것을 우선 과제로 정한 후 요즘 그 모델 설계를 위해 한국의 전문가에게 자문을 받고 또한 이곳의 기술자와는 반토막 영어로 소통하고 있다.
언제나 그랬듯 이 작은 시도에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모든 것은 돈이다. 돈만 있으면 무엇을 못하겠는가. 다만 이들에게 기회가 왔을 때 보고 따라할 수 있는 뭔가를 만드는 것, 시범을 보여주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행히 요즘은 일하기 좋은 날씨다. 출근할 때는 오가는 이곳 사람들에게 인사도 건네 본다. 잠보! 하쿠나마타타!

(김은미 : KOPIA 케냐센터 생활개선 전문가/전 농촌진흥청 농촌자원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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