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愛살다 - 전북 남원 바울농산 유한진·박연순 부부

▲ 11월11일 농업인의 날에 결혼한 박연순·유한진 부부는 귀농은 인생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자부한다.

올해 절임배추 5만 포기 벌써 예약
농군 아내는 남원시립합창단원 ‘명성’

온 마을 앞뒤가 산으로 둘러싸였다. 숲은 우거졌지만 높지도 가파르지도 않다. 산골보다는 산촌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전형적인 시골이다. 그래서일까. 동네 이름도 ‘산촌(山村) 마을’이다.
유한진(45)·박연순(45) 부부가 일구는 ‘바울농산’은 전북 남원시 대강면 풍산리 산촌 마을에 자리하고 있다.
“농사가 재미있더라고요. 동네 어르신들하고 어울리고, 또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모든 것들이 즐겁지요. 사업할 때나 월급 받고 일할 때와는 완전히 달라요. 지금은 스스로 좋아서 하는 것도 있지만, 농사를 지으면서 자신감도 생기고 수입도 많아졌습니다.”

양념 가공, 절임배추, 시래기 시설 등 갖춰
유 씨 부부의 바울농산은 밭 6천 평과 논 1만2천 평에 절임배추 생산시설과 고춧가루, 들기름 등의 양념 가공시설, 그리고 시래기 제조시설이 갖춰져 있다. 올해도 벌써 절임배추 5만여 포기를 이미 주문받아 놓은 상태다. 1차 가공 판매와 직거래는 물론 지난해는 배추와 무 10여 톤을 베트남에 수출도 했다.
“마을 주민 모두가 함께 한다는 마음으로 농사를 하고 있지요. 혼자서는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는 게 농사입니다. 자신의 농토와 시설과 노동력으로만 주문받은 농산물을 생산할 수는 없습니다. 마을 주민들과 나눠서 계약 재배도 하고, 일손도 함께 거들어야 다양한 농사를 해낼 수가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마을 어르신들이 제 직원이기도 하고, 부모님들이기도 하지요.”

▲ 마을 어르신들이 김장배추에 쓸 태양초를 다듬고 있다.

유 대표는 마을 사람 모두가 농사를 보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지을 수 있도록 ‘대강작목반’도 만들었다. 동네에 다문화가정 몇 집과 토박이 6개 가정이 힘을 합쳤다. 그렇게 시작된 마을의 작목반은 지금은 다양한 작목을 효율적으로 재배해 생산성이 뛰어나고 매출액도 높아 지역사회에서 제법 유명한 작목반이 됐다.
유 대표는 남원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전주로 올라와 자동차 정비를 배웠다. 종업원으로도, 사장으로도 자동차 정비만 10여 년을 이어갔지만 언제나 고달팠다. 적성도 그렇고 경제적인 여유도 좀처럼 생기지 않았다. 그러다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을 하고나서부터 귀농을 생각했다.

“부모님이 지금도 인근의 수촌마을에서 농사를 짓고 있어요. 그래서 직장생활 하면서도 주말에 내려와 돕고 그랬으니까 농사를 완전히 떠난 적은 없다고 할 수 있죠. 귀농도 그래서 쉽게 결정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2012년 쯤 귀농했습니다. 고향 마을로 가기보다는 인근의 마을인 이곳에 자리를 잡았죠. 농사꾼이 된지 벌써 7년이나 됐네요. 결혼일이 11월11일인데, 이날은 ‘농업인의 날’이기도 합니다. 지금 생각하면 귀농을 하라는 운명 같은 메시지가 아니었을까요.”
유 대표의 아내 박연순씨는 산촌마을의 가장 큰 자랑거리다. 박 씨는 백제예술대학 성악과를 졸업하고 현재 남원시립합창단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농사꾼으로, 합창단원으로서 이미 지역사회에서 인기가 높다. 남원시의 정기공연 때는 물론이고 면민의 날, 마을 행사 등에서 박 씨의 노래실력은 유감없이 발휘된다.

당연히 남편 유 대표의 자랑도 끊이질 않는다.
“제가 지금까지 들어본 성악가들 누구보다도 아내의 실력이 결코 빠지지 않습니다. 언제나 자랑스러워요. 다음 달에는 이태리 음악제에도 참석을 합니다. 열심히 연습해서 더 잘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데, 현재 배추 등 농사일이 산처럼 쌓였습니다. 밤낮없이 농사일을 거들고, 또 시간을 내어 성악가로서 끊임없이 연습하는 모습을 보면 존경스럽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죠.”

고1 큰아들 농업대회서 수상 ‘농사 잇겠다’
이들 부부의 진짜 자랑은 큰아들 유현수군. 1남3녀의 외아들인 유 군은 남원용성고등학교 식물자원학과 1학년에 다닌다. 세상에서 제일 존경하는 분이 엄마·아빠라는 유 군은 부모의 농사를 잇겠다며 자진해서 식물자원과에 입학했다. 입학하자마자 전라북도에서 주최한 한국미래농업대회에서 동상을 수상했다.

유 군은 “언제나 웃고 서로 아껴주는 부모님의 모습이 너무 좋습니다. 저도 부모님을 도우면서 농사를 이어야 되겠다고 생각했지요. 농사에 관심을 가지다보니까 한국농수산대학도 알게 됐고, 지금은 농수산대학을 목표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유 대표는 지금 행복하다. 아내와 아들이 최고의 버팀목이다. 마을 주민들 또한 유 대표를 받쳐주는 든든한 후원자다.

“몇 번을 생각해도 귀농은 저에게 최고의 선택이었습니다. 아내와 함께 대대로 이어갈 수 있는 바울농산을 만드는 것이 꿈입니다. 당장에 마을 주민들과 같이 김치공장과 RPC(미곡종합처리장)를 운영하고, 시래기와 우거지 자동화 생산라인 구축 등을 이뤄내는 것도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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