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인을 위한 법률 상식

문경웅/농협중앙회 사내변호사

<문> A는 자신의 소유였던 X농지에 대하여 수십년 간 농사를 지으면서 농약, 화학비료, 비닐 폐자재와 각종 생활 쓰레기들을 매립하면서 토양 오염을 발생시켰다. A는 그 농지를 B에게 매도했고, 이후 B는 C에게, C는 D에게 X농지를 매도했다.

D는 매수 당시 X농지의 오염사실을 알지 못한 채 취득했다. 그 후 X 농지의 토양오염과 폐기물 매립 사실이 밝혀졌고, D는 오염토양 정화비용과 폐기물 처리비용을 지출하게 됐다. 이 경우 D는 자신과 직접 계약관계가 없지만, X 농지를 오염시킨 A를 상대로 토양오염행위에 대한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을까?

<답> 헌법 제35조제1항은 모든 국민이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보장하면서, 국가와 국민이 환경보전을 위해 노력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이에 국가뿐 아니라 국민도 오염방지와 오염 환경 개선에 관한 책임이 있다. 이런 헌법 규정에 근거해 환경정책기본법은 헌법상 책무를 구체화해 모든 국민에게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규정하는 한편, 환경오염과 훼손을 줄이고 환경 보전을 위해 노력할 의무 등의 책임을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환경오염에 관한 법률관계에 대해선 위의 헌법 정신과 환경정책기본법의 기본이념이 충실히 실현되도록 해야 한다.

환경오염 중 토양오염의 경우 정화되지 않는 이상 그 오염 상태가 장기간에 누적적으로 계속되고 그로 인해 다른 토양오염의 원인이 되는 등 국민건강과 환경상의 위해를 초래하고 생태계의 근간을 파괴할 매우 큰 위험성이 있다. 토양환경보전법에서도 토양오염물질을 토양에 누출, 유출, 투기, 방치함으로써 토양오염에 대한 최종책임을 유발한 자는 그 토양오염 상태가 계속됨으로 인해 발생되는 피해를 배상해야 하고, 오염된 토지를 전전 매수한 현재 소유자 또는 점유자에게도 오염정화 등의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위의 헌법과 관련 법령의 취지와 규정에 비춰 보면, 토지의 소유자라 하더라도 토양 오염을 유발했거나 폐기물을 불법으로 매립하고 오염토양이나 폐기물을 정화, 처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 토지를 거래에 제공하는 등으로 유통하였다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거래의 상대방과 나아가 그 토지를 전전 취득한 현재의 소유자에 대한 위법한 행위로 불법행위가 성립한다.

토지를 매수한 현재의 소유자가 자신의 토지소유권을 완전하게 행사하기 위해 오염토양 정화비용이나 폐기물 처리비용을 지출했거나 지출해야하는 상황에 직면한 경우 또는 토양환경보전법에 따라 행정관청으로부터 조치명령 등을 받는 경우에는 그와 같은 정화비용 또는 처리비용 지출이라는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한 것이므로, 토양오염을 유발했거나 폐기물을 매립한 종전 토지 소유자는 그 정화비용이나 처리비용 상당의 손해에 대해 불법행위자로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된다.(대법원 2016. 5. 19. 선고 2009다6654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기존 대법원은 오염을 유발한 종전 토지 소유자는 직접 거래하지 않은 전전 매수인에 대하여는 그 오염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한 바 있다(대법원 2002. 1. 11. 선고 99다16460 판결). 그러나 현재는 기존 판결의 태도를 바꿔 위와 같이 종전 토지 소유자의 전전 매수인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게 됐다.

따라서 D는 X 농지를 오염시킨 A를 상대로 토양오염행위에 대한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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