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인터뷰-법무법인 대륙아주 안병도 고문

▲ 안병도 고문은 30년 이상 선거현장을 관리감독한 베테랑으로 조합장선거도 공직선거처럼 공명정대하게 치러지는 방향으로 개선되고 있다며 후보자와 조합원은 선거법을 철저히 지키되 정부와 정치권은 공정한 선거가 가능하도록 법 개정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제1회 선거는 금권·흑색선전·무자격조합원 등 문제 많아
포상금 3억 원 상향, 과태료 50배까지 처벌…경각심 가져야
규제하고 제한하는 구조서 자유로운 선거운동 허용해야

농협에 대한 지난 국정감사에서 한 의원은 “농민의 머슴이 돼야 할 농협의 중앙회장은 만석꾼, 조합장은 천석꾼, 직원은 부농이나 농민과 조합원은 빈털터리가 되는 곳이 농협”이란 지적은 현재 농협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말해주는 표현이다.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는 농협의 개혁은 조합장선거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으면서 지난 2015년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 이어 내년 3월13일 치러지는 제2회 선거에 벌써부터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에 본지는 서울시선관위 단속·조사과장과 상임위원(1급)을 지내고 현재 법무법인 대륙아주에서 선거법을 전담하고 있는 안병도 고문을 만나 이번 선거의 의미와 전망을 들어봤다.

-과거 임명제였던 조합장선거가 1988년부터 조합원에 의해 직접 선출된 이후, 지난 2015년 선거관리위원회에 의한 위탁선거로 동시선거가 치러졌다. 조합장선거의 특징부터 짚어 달라.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이하 위탁선거법)에 의해 치러지는 위탁선거는 공직선거에 관한 법률 규정보다 양적으로 1/10에 불과하다. 그래서 허술한 부분이 많고 현직과 후보자 간의 불공정한 규제, 후보자에 대한 충분한 정보제공이 미흡하다. 선거인 수가 평균 2000명에 불과하고, 인정이나 의리에 휘둘리는 경향이 있다 보니 불합리한 선거행태가 빈번하다.

특히 문제되는 부분은 5당3락(50억 쓰면 당선되고, 30억 쓰면 떨어진다)이라는 말이 횡행할 정도로 돈선거, 허위·비방의 흑색선전, 무자격 조합원 등재 등이다. 특히 선거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무자격 조합원 문제는 지난 선거에서 31곳이나 부정선거 시비가 일어날 정도로 심각했지만, 농협중앙회는 이에 대한 해결의지가 매우 소극적이라 완전히 해소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제1회 선거는 처음 치러지는 선거다 보니 많은 문제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지난 선거에서 당선자 79명이 금품수수, 허위사실공표와 비방 등으로 기소돼 10명이 구속됐고, 재선거가 치러져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켰다. 이는 법에 대해 무지하고, 오로지 당선만 하면 된다는 욕망이 선거범죄로 표출된 것이다.

이번에 치러지는 선거는 선관위가 강력한 단속을 예고하는 한편, 정치권에서도 위탁선거법에 대한 각종 개정안을 발의해 보다 공정한 선거에 대한 의지가 강력하다. 지난 선거에서는 되지 않았던 선관위의 피선거권과 범죄경력 조회는 경찰과 검찰 의뢰를 통해 전수 조사될 예정이며, 불법선거에 대한 포상금 지급액도 기존 1억 원에서 3억 원으로 지난 9월 상향됐다. 또한 100만 원 이하의 기부행위를 받은 자는 10배 이상 50배 이하(상한액 3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받고, 100만 원 이상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으므로 조합원도 이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선거현장에서 선거범죄를 조사하고 단속한 베테랑이다. 조합장선거 주요 선거범죄 사례들을 설명해 달라.
조합장선거는 현직에게 아주 유리한 구조다. 허나 그게 오히려 선거범죄를 범할 가능성도 높인다. 다른 후보자에게 단일화를 조건으로 대가를 제공하거나 조합원에게 승진이나 지위 제공, 취업청탁 등으로 매수죄로 처벌받은 사례가 있다. 사업계획이나 수지예산 근거 없이 조합원 또는 그 가족이 설립·운영하는 단체에 사무기기를 무상제공해 처벌받은 사례도 있다.

또한 현직 조합장이 조합원 자택을 방문한 것이 문제가 돼 선관위에 고발된 적이 있다. 다만 이 사례는 허용하자는 위탁선거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허위사실 공표는 ‘○○농협의 □□부분이 전국 최하위에 머물렀다’는 허위사실을 공표해 처벌된 반면, 본질적 부분이 허위가 아니라면 약간의 과장은 무방하다는 판례가 있다. 선거인명부는 현직에게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안이다. 무자격 조합원을 등재하거나 자격 조합원을 등재하지 않는 경우 형사처벌이나 선거무효 사유가 될 수 있는데, 실제로 무자격 조합원 13명을 선거인명부에 등재해서 현직 조합장이 구속된 사례가 있다.

-선관위와 정치권에서 공정한 조합장선거에 대한 의지가 강력하다.
기본적으로 조합장선거는 후보자의 정보를 제대로 알 수 없고, 선거운동기간도 13일에 불과한 깜깜이 선거다. 게다가 지난 선거에서 현직 조합장 당선율이 65%에 이를 정도로 현직에게만 유리한 구조다 보니 이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예를 들어 후보자만 가능한 선거운동을 직계존비속 중 1명 또는 다른 사람 1명으로 확대하고, 현직에게만 유리하다는 불공정 시비를 없애기 위해 예비후보자 제도 도입, 조합원들이 후보자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후보자 초청 토론회 또는 대담회를 개최할 수 있도록 하고, 선거기간 중 후보자는 구성원들을 상대로 위탁단체가 개최하는 각종 회의에 참석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개정안의 주 골자다. 개정안을 서둘러 통과해 공정한 선거가 치러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규제하고 제한하기만 하는 구조에서 자유로운 선거운동을 허락하되 단속권을 강력하게 행사하는 방향으로 가야하는 게 옳은 길이다.

-마지막으로 조합장선거 후보자는 물론 조합원들에게 당부할 말이 있다면.
위탁선거로 치러지는 조합장선거는 공직선거에서 다져온 공명선거 분위기를 민간분야까지 확산시켰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내년 선거에서는 지난 선거의 미비한 점을 분명히 개선해야만 한다. 그래야 우리 국민들의 먹거리를 비롯해 국민들의 삶과 직결되는 역할을 하는 조합의 지도자를 제대로 뽑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상당수의 조합장들이 막강한 권한을 현명하게 쓰기 보다는 그저 4년 편하게 시간보내기 바쁜 이들을 목격하게 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은 물론 국민에게까지 미치게 된다. 조합장선거에서 리더를 제대로 뽑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합원들은 당장의 소소한 이익이나 인정에 휘둘리지 않고, 경영능력이 충분하고 청렴한 자를 뽑는데 두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정부와 정치권은 이를 뒷받침할 제도정비를 올해 안에 마무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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