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농업농촌 발전의 견인차 생활개선회 – 생활개선회 60년…앞치마에서 기능성 의류까지 첨단화되는 농작업복

“옛날에는 농작업복이 따로 없었어요. 밖에서 몸빼바지 입고 다녀도 어른들에게 혼나던 때였죠. 여성들은 치마를 입고 밭에 갔다가 헌옷으로 갈아입고 일하고 귀가할 때는 다시 치마를 입고 돌아와야했어요.”

한국생활개선충주시연합회 부회장으로 활동한 연제순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이야기를 들려줬다. 당시 농업인들은 헌옷을 일하기 편한 작업복으로 만들고, 바구니앞치마 등을 자체 제작해 착용하면서 안팎살림을 도왔다. 연도별 농작업복 발전을 토대로 농작업 환경이 개선된 역사를 살펴봤다.

농작업모쓰기운동 통해 뙤약볕 피부 보호

농업노동 줄이는 농작업보조구 개발·보급

▲ 1960년대에는 수확철에 바구니앞치마를 입고 농사를 지었다.

■태동기

1960년대 초에는 여성들이 농사일에 참여하는 경향이 드물었다. 이로 인해 작업복과 평상복의 구별이 어렵고 평상복 그대로 농작업에 종사해야했다.

1964년에는 직물표본을 활용해 작업복을 별도로 만들어 농업인들이 농작업복을 착용하기 시작했으며, 작업복 착용을 권장하고 4-H 경진대회에서 의장경진을 실시하기도 했다.

1970년대에 들어와서는 의류산업이 발달돼 기성복이 대중화되고 피복비를 절감하면서 농작업 능률을 높이는 새마을작업복과 농기계작업복 등이 개발돼 발표회를 개최됐다. 이를 통해 작업복에 대한 인식이 넓어졌으며 주문생산이 시작됐다.

■성장기

1980년대에는 여성들의 농업 참여율이 점차 확대되면서 피로 예방법과 건강증진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으며, 농촌여성들의 작업능률과 건강관리 향상 측면에서 농작업복과 농작업모 착용이 중점적으로 보급됐다.

특히 농작업모는 여성농업인이 1인당 1개 이상 갖는 것을 목표로 적극적으로 보급했으며, 많은 농업인단체에서 ‘농작업모쓰기’를 중점과제로 정하기도 했다. 농작업모는 앞가림모자, 뒷가림모자, 방한모 등 작업유형에 따른 맞춤형으로 제작됐으며, 농작업모 착용으로 여성농업인이 햇볕에서 피부가 타는 것을 방지하는 미용의 효과도 높이며 농촌생활에 크게 기여했다.

또한 1987년에는 작업유형에 따른 농작업복 15종에 대한 ‘농작업복 패션쇼’를 도 농업기술원에서 진행하는 등 농작업복 입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관계기관에서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패션쇼를 준비하면서 여성농업인들은 농작업복을 직접 만드는 활동도 펼치면서 농작업복 입기에 동참했다.

▲ 농작업 환경개선을 위해 작업모, 작업복을 공동제작하고 착용을 권장했다.

■성숙기

한편, 농업은 자급농에서 기업농으로 영농구조가 변화되면서 농업노동의 종사자가 늘고 농가주부의 농업노동참여가 증가되면서 농부증에 대한 새로운 문제가 대두됐다. 이에 건강에 해로운 농약작업이 가장 문제가 됐으나, 농작업복 없이 맨몸으로 농약을 뿌리는 경우가 많고 농약방제복 착용은 8.9% 밖에 되지 않아 농업인의 건강유지를 위한 농작업환경과 노동관리 향상이 중요한 과제로 인식됐다.

1990년대에는 비닐하우스 재배면적이 증가함에 따라 농작업자의 건강증진을 위해 노동위생과제로 비닐하우스 중간 휴게실 설치가 활발하게 보급됐다. 또한 작업환경에 알맞은 농작업복과 농약방제복, 보조장비 착용을 지도했다.

1999년에는 농작업환경 조성을 위한 비닐하우스 중간 휴게실, 마을공동쉼터 조성, 농작업 공동쉼터 농촌공동목욕탕 설치 등 마을공동으로 농업인들의 건강과 공동으로 쉴 수 있는 쉼터들이 활성화되면서 농업농촌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을 강구했다.

또한 농업노동 경감과 농작업 편이를 도모하기 위해 파종기, 바구니앞치마, 운반차, 수확기계 농작업 보조의자 등 농작업 보조기구가 활발히 보급됐다.

2000년대는 과중한 중량물 운반기구, 쪼그린 자세를 개선하고자 보조의자, 밭작업화, 수확용 장갑, 바구니앞치마, 조제작업보조기구, 운반기 보급으로 농업인의 농작업 부담과 피로를 완화하고 작업능률 향상에 기여했다.

■현재와 미래

▲ 최근에는 시원한 쿨링소재를 사용한 농작업복이 개발됐다.

2010년대에는 시원한 쿨링효과의 아스킨소재를 사용한 농작업복이 개발됐다. 최신 농작업복에는 자외선 차단효과도 더했다. 뿐만 아니라 농작업화도 보급하고 있다. 농작업화는 미끄럼방지 밑창과 장화에는 분진과 이물질 침투를 막는 방지끈이 적용돼 일반장화와 차별화해 농작업 능률을 높였다.

최근 농작업복 개발 트렌드는 작업의 편리성은 물론 냉감소재, 발열소재, 내화학 소재 등 첨단 소재를 활용한 개인보호구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개발되고 있다.

현재까지 농작업자를 위한 개인보호구로 개발되어 널리 보급된 것으로는 방수투습 기능성 농약방제복, 야간 반사기능이 있는 농작업화, 땀 발산과 즙액 물듬 방지용 보호장갑(순잎따기장갑), 여름철 농작업복(서열작업복) 등이 있다.

최근에는 축산작업자용 개인보호구로서 오물에 의한 오염방지 기능이 있는 축산작업복, 동물 밟힘에 의한 발가락 부상을 예방하는 보호장화, 양계작업시 깃털이 장화내부로 들어오지 않도록 한 양계작업화와 농약과 소독약으로부터 눈을 보호하는 보호안경 등이 개발됐다. 앞으로는 ICT 기술을 접목해 안전사고 감지 작업화, 더위 예방 작업복, 발열 작업복 등을 개발될 예정이다.

■미니인터뷰 - 한국생활개선충주시연합회 연제순 前부회장

“손수 제작해 입으면서 소속감 높여”

▲ 연제순씨는 1980년대 당시 한국생활개선회원들의 이름이 적힌 명단을 보이며 그리운 마음을 전했다.

카메라가 귀하던 시절, 농촌에서는 사진 찍는 날이면 농촌여성들이 천을 끊어다가 앞치마도 모자도 직접 만들어서 조금은 엉성하지만 똑같은 디자인의 단체복을 만들어 입었다.

요즘은 지역 농업기술센터에서 과제교육을 받지만 옛날에는 농촌여성들의 집에서 집집마다 돌아가면서 과제교육을 배우려고 모였다. 당시 집 앞마당 해바라기 앞에서 앞치마와 모자를 맞춰 입고 찍은 단체사진은 그날의 정다웠던 추억이 떠오르는 기록이 됐다.

충북 충주 소대면생활개선회원들은 같은 색으로 단체복을 맞춰 도단위 연찬회에 다같이 참여하기도 했다. 옛날 사진들을 보면 단체복을 입고 찍은 모습이 많아 당시 상황이 그려지면서 웃음이 번진다. 과거부터 농촌여성들은 단체복을 맞추면서 단체의 결속력을 다지는 계기였다.

옛날에는 농작업복이 없었다. 일상복 입고 수건 쓰고 일했다. 토시가 생기면서 토시를 팔에 끼고 일했다. 그러던 와중에 생활개선회원들이 농작업모를 제작해서 만들었다. 하나하나 제작하고 본뜨고 디자인했다.

처음에는 밀짚모자처럼 둥근 챙모자를 만들었다가, 천을 달아서 얼굴 옆을 감싸서 피부를 보호했다. 챙이 넓어서 앞이 잘 안 보이니까 챙을 좀 줄이고 서로 의견을 내고 상의해서 만들었다. 바구니앞치마도 모여서 만들고 별의 별거를 다 만들었다. 기능성 없이 만들면 벗어놓고 일하니까 계속 보완하면서 만들어나갔던 거 같다. 제작은 농촌여성들이 다 같이 의견을 모아 만들었다. 기본적인 디자인은 여성농업인들이 하고 미싱을 하는 디자이너가 보강을 하면서 완성됐다

완성된 농작업모는 대량으로 지도소에 배치해 놓고 관심 갖는 농업인들에게 팔면서 수고비를 벌었다.

요즘도 회원들이 모이면 옛날에 만든 농작업모이야기를 한다. 작년까지 집에 있었는데, 찢어지고 낡아서 버려야했다. 회원들이 모이면 “그 모자가 참 좋았는데”라며 아직도 옛날 농작업모 얘기를 한다.

농작업복이 발전되면서 과거부터 시골아낙을 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농작업복을 갖춰 입고 나가면 농사짓는 사람이라는 시선으로 보니까 뿌듯함을 느낀다.

▲ 연제순씨는 1975년부터 여성농업인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자료를 수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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