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명견 교수의 재미있고 유익한 옷 이야기(43)

▲ 유니클로 무인 의류 자판기(사진 왼쪽)와 독일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의 무인 의류 자판기(오른쪽)

유니클로와 비영리단체의
의류자판기 비교해보니
현명함과 착잡함이…

유니클로가 자판기 판매를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미국의 공항 등에 무인 의류 자동판매기 10대를 설치하고, 유니클로의 ‘라이프 웨어’ 제품 중 인기가 많은 발열내의 히트텍 상의와 경량 다운 재킷을 팔았다. 시대의 흐름에 맞는 기발한 판매 전략이 아닐 수 없다. 유니클로가 공항에 자판기를 설치한 것은 다른 나라에 비해 미국에서의 낮은 브랜드 인지도 때문에 고전하자 매장투자 비용을 줄이면서도 그곳에서의 입지를 넓히고, 따뜻한 옷이 필요한 여행객을 겨냥하고자 한 것이었다.

특히 샌프란시스코 공항의 자판기에는 경량 다운 조끼를 추가했다. 이곳 여름 기온이 10~15℃로 미국 내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었다. 거기에다 샌프란시스코에는 IT기업이 여럿 자리하고 있어서 다른 지역에서의 방문자가 많다. 이 방문자들은 쌀쌀한 날씨 탓에 공항에서 유니클로의 경량 다운 조끼 등을 사 입고 기업가들과 만나며 회의에 참석한다. 때문에 IT기술자가 모여 있는 곳에서 유니클로의 옷을 흔히 볼 수 있다면서 ‘비공식 유니폼’이라고 할 정도라 했다. 유니클로의 작전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적중했다. 공항 내 자동판매기 중 가장 수익이 높은 판매기가 됐다. 월 1만 달러(약 1118만 원) 매출을 올리며 승승장구했다.

유니클로는 1984년 일본에서 설립된 SPA(패스트 패션)브랜드다. 본래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히로시마의 양복점에 지나지 않았으나, 야나이 타다시 회장이 1984년 6월 유니클로 1호점을 히로시마에 개점한 이후, 1990년대 일본의 장기 불황을 기점으로 값싸면서도 쓸만한 제품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1998년 도쿄 진출을 비롯해 일본 전국에 인지도가 넓어지고, 세계 곳곳에서도 인기 있는 SPA 브랜드가 됐다. 유니클로 회장은 2009년 이래 몇 년 간 일본 최고 부자로 기록되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유니클로는 SPA 시장을 성공적으로 개척한 브랜드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인기에 힘입어 2010년대 들어와선 대도시를 중심으로 어지간한 도심마다 매장이 있을 정도가 됐다. 2011년 11월에는 명동에 아시아 최대 매장을 오픈하기도 했다. ZARA, H&M, GAP 등 세계 유수의 SPA 브랜드들도 한국에 들어왔으나, 인지도나 매출, 점포수 등에서 여전히 유니클로에 못 미치는 실정이다. 이런 여세를 몰아 유니클로의 자매 브랜드 지유(GU:유니클로 제품보다 20~30% 저렴)까지 지난 9월14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 1400㎡(420평) 규모의 매장을 열었다.

값싸고 품질 좋은 제품을 빨리빨리 공급하기 위해 유니클로가 자판기 판매라는 묘수를 던진 건 2017년 여름이었다. 그러나 이 의류 자판기가 최초는 아니었다. 2015년, 독일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에 티셔츠를 파는 자판기가 설치돼 있었다. 이 자판기에서 파는 옷은 싸구려 티셔츠였다. 유럽의 한 비영리 패션단체가 열악한 작업 환경과 저 임금에 시달리는 가련한 의류공단 노동자들이 피땀 흘리며 생산하는 옷을 파는 일종의 ‘고발 자판기’라 했다. 이게 옳은 일인가하는 물음을 던지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2개의 자판기를 비교해 보니 유니클로가 현명해 보이기도 하나 착잡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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