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책]자비없네, 잡이없어-2030노동생존기 함께하기

►내 자식은 왜 저러고 살까?(2)에 이어

3. 2030세대의 이유 있는 반항 : 2030세대의 특징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우선하는 세대

2030세대는 이전세대보다 풍요롭고 높은 교육수준을 경험한 동시에 치열한 경쟁 속에 비정규직과 인턴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세대이기도 하다. 대규모 공채가 사라진 저성장 시대, 아르바이트도 경력과 학력을 보는 상황에서 조직에 대한 청년세대의 선택지는 그리 많지 않다. 그 중 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소규모 회사나 스타트업에서 일을 시작한 청년들을 만나보면 안타깝게도 임금체불, 열정페이 등 조직의 도구로 이용당하거나 불합리한 조직문화를 경험한 경우가 많았다.

4060세대가 조직은 안전할 것이라는 믿음 하에 조직과 자신의 미래를 일치시킨 것과 달리, 2030세대는 '조직은 나를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불신과 '이 조직을 나가도 생존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불안속에 각자 생존하는 방법을 찾아야했다. 청년세대가 개인과 조직을 구분짓고 거리를 두는 것은 개인주의적이며 소속감과 공동체적 욕구가 없어서가 아니라 조직안에서 보호받고 존중받는 경험을 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책은 2030세대 특징으로 ‘자유’를 일반적 상식으로 갖고 있음을 말한다. 조국 근대화나 민족중흥을 위해 헌신해야 한다는 가치관 시기(민주화 이전)에는 하기 어려웠던 생각이다. 1990년대를 경유하며 개인의 자유라는 새로운 가치가 등장하고 교육 등 사회 전반에 이런 가치관이 받아들여졌다. 개인이 좋아하는 것을 파고들면 성공한다는 신화도 등장했다. 하지만 2000년대 장기불황과 함께 행복과 자아실현은 생존으로 하향 조정되고 공무원 시험 경쟁률은 치솟았다. 하고 싶고 좋아하는 일이라는 이상은 사라지지 않은 채 생존을 위해 이곳저곳을 전전하는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는 나’는 ‘실패자’라는 자괴감을 주는 원천이 됐다. 하지만 여전히 인간으로서 일하고 성장하고 휴식하면서 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사치스러운 소망이 아니라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라고 생각하는 세대다. 주말에 큰 행사가 있어 나와야 한다고 하면 30대는 이게 맞는 건지 고민하고 20대는 개인사정이 있어 못나간다고 이야기한다.

“꼭 좋아하는 일이 업종이나 직업으로 설명될 필요는 없다고 봐요. 좋아해서 시작했어도 너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면 싫어하게 되죠. 또 좋아해서 시작한 일이 아니었어도 일하는 환경이 좋고 같이 일하는 사람이 좋으면 계속 할 수 있는 거고요.” <p159>

 

일에 대한 높은 욕구 : 먹고 사는 문제보다 어떻게 먹고 사느냐가 중요한 세대

통계청 따르면 청년 실업률 지난해 역대 최고치 기록했다고 한다. 한편으론 신입사원 4명중 1명(27.7%)이 1년 안에 퇴사를 한다. 어느때보다 험난한 취업과정을 통해 들어간 회사에서 왜 2030세대는 오래 일하기 힘들어할까?

'자비없네,잡이없어'는 이와 관련해 청년세대가 무엇을 중시하고 추구하는지 보여준다. 청년 퇴사 이유를 살펴보면 ‘경력관리’나 ‘임금’ 문제가 아니라 업무 분장 방식, 소통방식, 자율적으로 일 할 수 있는 분위기 등 조직문화와 관련된 이유가 가장 크다. 고용안정과 높은 임금이 주어진다면 다른 조건들은 감내하는 것이 ‘일’이고 ‘노동’이라 여기는 4060부모세대에게는 배부른 소리일지 모른다. 하지만 2030세대는 이전세대보다 풍요롭고 높은 교육 수준을 경험한 세대다. 그들에게 일은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데 필요한 수단에 가깝다. 

“저는 노동을 ‘내가 추구하는 삶을 만들어가는 도구’라고 생각해요. 부모님 세대는 ‘밥만 먹고 살면 된다’고 생각하셨지만 저희세대는 ‘좋아하는 일’인지 아닌지 살펴볼 여유가 있었던 세대니까요.”

“나 자신을 위해 일하는 입장에서 봤을 때 나와 맞지 않는 곳은 아무리 힘들게 들어갔어도 그만 둘 수밖에 없어요. 이전세대는 이해하기 어렵겠지만요.” <p154>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세대

2030이 생각하는 일은 ‘생계유지를 위한 활동’보다 ‘자아실현, 가치를 만드는 활동’에 가깝다. 개인주의적으로 보이는 이세대가 적어도 일에 있어서는 이전세대보다 사회적인 가치를 더 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바람과 달리 노동환경에서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지켜내기란 녹록치 않다. 노동을 하다 자신을 잃어버린 2030세대의 탈주를 보면 일터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사회적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비영리단체나 협동조합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노동권과 인간다운 삶을 주장하는 단체가 정작 내부의 노동권과 삶의 질은 챙기지 못하는 모습을 만나게 된다. 가치지향조직을 선택한 이들은 대안적 노동과 삶을 모색하고자 왔는데 영리기업과 별반 다르지 않거나 더 후진적 노동문화를 발견하게 된다. 가치 있는 일을 하니 그 정도 희생은 감수해야 한다는 식이다.

2030세대가 386세대와 달리 사회에 무관심하다고 하지만 실상 정치·사회적 관심과 소통하고자 하는 열망은 청년세대가 더 크다. 인권감수성, 생활 속 민주주의에 대한 욕구가 이전세대보다 크기 때문이다. 그들이 자율성, 공정 수평적 관계, 소통과 성장 가능한 구조를 갖춘 조직을 찾는 이유도 이와 맞물려 있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곳에서 일하기 때문에 임금과 복지혜택, 야근에 대해 일정부분 감내하더라도 그걸 당연하고 어쩔 수 없다 여기는 건 아니다.

*참고도서 : 자비없네 잡이 없어

►내 자식은 왜 저러고 살까?(4)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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