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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는 ‘여성시대’…정작 관련연구와 정책은 뒷전■ 창간 12주년 특집 - 여성농업인정책, 현장에 답이 있다
송재선 기자  |  jsssong6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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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9.14  11: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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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촌가정의 성평등 실현과 여성의 법적․경제적 지위 제고를 통한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가족경영협약이 더욱 확대돼야 한다.(사진은 가족경영협약 교육에 참석한 생활개선회원들과 그들의 남편들이 진지하게 교육을 받고 있는 장면)

■  여성농업인 연구 강화와 성평등 확산을 위한 부부공동협약 확대

우리 농촌인구의 ‘여초’(女超) 현상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최근 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여성농업인의 비율이 51%를 넘고, 여성경영주의 비율도 매년 증가해 지난해 기준 26.4%에 달한다. 국제결혼을 통해 우리 농촌에 정착한 결혼이민 여성농업인의 비율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이처럼 우리 농업․농촌에서 여성의 비중과 그 역할이 점점 증대되면서, 농촌여성들의 삶의 질과 소득 향상을 위한 연구가 지속적이고 심도 있게 이뤄져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왜 그럴까? 위정자들은 늘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우리 농업․농촌에서 여성의 비율이 높고 그 역할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정작 그들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기 위한 기초연구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연구가 부족하니 정책도 부실하다.

근간은 농촌인데 농업만 강조하는 현 세태
농촌여성 연구는 축소…정책 뒷받침도 부실

◇ 여성농업인 연구 강화

농촌여성 연구의 중심이었던 농진청
여성농업인의 연구는 2000년대 초중반 활발히 이뤄졌다. 1999년 농촌진흥청에 처음으로 관련 연구실이 설치됐고 농촌생활연구소가 그 연구의 중심이었다. 1978년 농진청에 농촌영양개선연수원이 설치됐고 이것이 1994년 농촌생활연구소로, 또 농촌자원개발연구소로 개칭되면서 연구범위도 확장돼 여성, 노인, 식품, 농촌환경 등 농촌사회분야 연구를 왕성히 수행하며 정책을 뒷받침하는 기초자료들을 생성해냈다.

특히 농촌여성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부서도 있었는데, 당시 여성농업인 지위 향상을 위한 노동가치 평가, 여성농업인 생활기술과 농업기술 교육프로그램 개발, 농촌주민 성평등 의식 향상을 위한 교육자료 개발, 여성의 농업종사 유형 분류, 농촌여성 노동의 경제적 가치 평가 기초 연구 등 농촌여성과 관련된 다양한 연구결과들을 쏟아냈다.

이런 성과는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기본법 개정을 통해 ‘농업종사사실 확인서’를 발급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었고, 기존 제도도 보완하는 단초를 제공했다. 특히 2002년부터 ‘통계로 보는 오늘의 농촌여성 : 일과 생활’이라는 이름으로 성인지적 관점에서 작성한 통계는 영문으로도 발간돼 2004년 뉴욕에서 개최된 세계여성지위위원회에서 가장 모범적인 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또한 여성농업인의 미래성장 요구를 분석해 협동조합 임원이나 시군 정책자문위원회, 의회의원 등으로 진출하려는 여성의 역량강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교육과정을 운영하기도 했다.

MB정부 들어 여성연구 약화
그러던 농진청이 농촌여성 연구에 소홀하게 된 때가 바로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면서부터다. MB정부는 농진청 폐지를 심각하게 고려했고, 위기의 농진청은 개혁(?)을 단행하며 돈 되는 실용연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농촌보다 농업, 즉 생산과 소득 우선의 정책기조로 중심축을 옮겨갔다.
식품산업 육성이란 MB정부의 농정방향에 편승해 한식 세계화 연구에도 눈을 돌렸다. 청와대의 관심분야였던 한식 세계화는 농진청 조직도 바꿔놓았다. 오랫동안 농촌사회분야 연구를 담당해오던 농촌자원개발연구소가 사분오열돼 한식세계화연구단으로 개편되고, 농촌환경 분야는 농업과학원의 한 부서로 흡수됐다. 여성과 노인, 복지 등을 담당하던 부서는 흐지부지 사라지고 연구자들도 전혀 생소한 분야로 흩어졌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여성농업인에 대한 연구도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조직도 예산도 인력도 부족
현재는 국립농업과학원 농촌환경부 농촌환경자원과에서 공익가치, 공간계획, 농촌관광, 전통지식, 정주복지 등 농촌사회분야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데, 몇 명 안 되는 인력으로 노인, 귀농귀촌, 청년농업인, 다문화 등을 연구하고 있다. 이 부서에서도 여성 연구는 뒷전이다. 조직 축소로 인해 인력과 예산이 부족하고 전문가도 없다.
여성농업인 정책관련 연구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나 지자체 산하 기관, 대학 등에서도 수행하고 있는데, 연구내용의 깊이나 다양성, 횟수는 예전 농진청의 지속적이고 심도 있는 연구성과에 비할 수 없다.

농촌진흥청이 명칭 그대로 ‘농촌’을 ‘진흥’ 하려면 농업연구와 함께 농업·농촌의 근간인 ‘사람’에 대한 연구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농진청 존립의 근간인 농촌진흥법에도 농진청의 미션을 ‘국가의 기본 산업인 농업의 발전과 농업인의 복지 향상’이라고 못 박고 있다.
농진청의 농촌사회분야 연구 부활을 요구하는 농촌여성들의 목소리를 더 이상 외면하면 안 되는 이유다.

◇ 성평등 확산을 위한  가족경영협약 확대

연구사업으로 시작된 가족경영협약
가족경영협약은 일본에서 1994년부터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UR(우루과이 라운드) 이후 세계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농가의 체질 개선이 필요했다. 그러려면 농가의 여성과 승계자가 일한 만큼 대우를 받아야 농업이 매력 있는 직업이 되고, 농가 스스로 역량을 높여 의욕적으로 농사를 짓게 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방법으로 가족경영협약을 보급하게 된 것이다.
일본은 식료·농업·농촌기본법(우리의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기본법), 농업경영기반강화 촉진법 등을 근거로 가족경영협약을 확대하고 있으며, 2018년 3월 현재 5만7155호가 협약을 체결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오래 전 부자영농협약으로 소개는 됐으나 주목받지 못하다가 1999년부터 여성의 농업참여 역할에 대한 지위를 인정하고 농가의 합리적 경영을 도울 목적으로 농촌진흥청의 연구사업으로 시작됐다.

삶의 질 높이는 가족경영협약
2004년 처음으로 22농가가 가족경영협약을 체결했는데 그 효과가 좋았다. 특히 여성의 실천의지가 높았다. 부부사이에 대화와 농업에 대한 정보교환이 늘어나고 여성의 자부심도 증가했다. 실제로 농가의 소득이 늘어났고 여성의 농지 소유나 농산물 판매자금 관리의 자율성도 커지면서 농업에 대한 의욕도 높아졌다. 또 가족끼리 친밀감도 높아지고 책임과 성과가 분명해지면서 갈등도 감소했다.
2004년 협약한 A씨 부부는 순이익금 10%를 부인에게 연말결산 후 지급했으며, 부인은 일하는 시간을 자율적으로 조절해 낮에 쉬는 시간을 1시간 늘려 삶의 질이 높아졌다고 한다.

가족경영협약을 하기 전부터 서로 역할을 나누기는 했지만 협약을 하면서 더욱 분명하게 양봉과 체험은 남편이, 장류가공은 부인이 맡아 성과를 배분하면서 더욱 효율적으로 일하게 되자 자녀들도 농장에 들어와 판매장 사업을 분담하게 되었다는 C씨 부부는 사업도 확장하고 영농승계도 가능하게 됐다.

짧은 교육기간임에도 이 같은 효과는 여성농업인이 느끼는 현실적인 요구가 그만큼 강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우리 농가현장을 함께 살펴본 일본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만큼 여성농업인에게 가족경영협약은 중요한 기회라고 할 수 있다.
2006년부터는 농업인교육기관과 한국생활개선중앙연합회에서 가족경영협약을 본격적으로 보급하기 시작해 현재 약 325농가가 협약을 했다.  생활개선회 외에 다른 여성농업인단체에서도 자율적으로 약 100여 쌍의 협약교육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를 더하면 약 500여 농가가 협약교육을 받거나 협약을 체결했다고 추정된다.

확산이 왜 더딜까?
협약을 한 농가의 반응이 좋아서 현장의 요구는 계속 증가하고 있었지만, 2008년 가족경영협약을 연구하는 부서가 없어지면서 약화됐다. 당시에 가족농 중심의 경영체 지원 관련 법률의 개정안도 제안됐지만, 여성농업인 육성 기본계획에서조차 내용이 빠지게 됐다.
그러나 한국생활개선중앙연합회, 강원도여성정책연구원을 비롯한 몇몇 지역에서 가족경영협약 교육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면서 간간히 진행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제4차 여성농업인육성 기본계획에 다시 가족경영협약이 반영됐고, 지역 조례에도 가족경영협약을 반영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다만 가족경영협약을 진행하기 위한 전문 강사진이 부족해 농진청이 올해부터 강사를 양성하고 있다. 배출된 강사를 중심으로 올해 3개 권역에서 가족경영협약이 진행됐다.

 

■ 미니인터뷰 - 농촌진흥청 김경미 농업연구관

   
 

“협약 체결농가에 인센티브 줘야”

가족경영협약이 확산되려면 가장 먼저 전문강사를 양성해야 한다. 강사를 배출하면 지역마다 가족경영협약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여성농어업인 육성법 뿐만 아니라 농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등에 그 근거를 마련하고, 가족경영협약 농가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경영개선에 노력한 농가를 인증하는 제도를 만들고, 농협 등의 비재무적 지표에도 반영할 수 있다면 경영개선자금 지원에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성뿐 아니라 승계자도, 신규 취농 또는 귀농가구도 가족경영협약을 기본적으로 체결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하고 그에 따른 성과가 분명하면 누구라도 즐겁게 일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더 많은 이들이 농업에 참여할 기회를 열어줄 것이다.
특히 가족경영협약에 대한 행정담당자의 이해를 돕고 그 효과를 연구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필요하다. 연구기반을 강화하면 이를 충분히 지원해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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