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책]자비없네, 잡이없어-2030노동생존기 함께하기

►내 자식은 왜 저러고 살까?(1)에 이어

2. 자녀가 겪는 문제, 고민의 출발점 : 2030이 마주한 노동시장 현실

학자금 대출에 눌린 첫 세대

2030세대는 공부할수록 빚이 많아지고 가난해지는 상황을 겪은 첫 세대다. 학력이 곧 성공을 보장한다는 믿음아래 입시지옥을 거쳐 대학에 들어가면 한 학기(약4개월) 300~400만원의 학자금을 만나게 된다. 공부만으로도 바쁜 학생신분에 돈이 있을리 없으니 부모님의 지원을 받거나, 집에서 지원이 어렵다면 취업 후 갚으면 된다는 믿음으로 학자금 대출을 받게 된다. 그러나 졸업 무렵이 되면 취업이 쉽지가 않다. 길어지는 취업준비 기간만큼 나가는 이자도 커져간다. 취업을 못해서 10년 가까이 이자로 낸 돈이 엄청난데 원금은 남아있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2030세대가 소득에서 많은 부분을 수천만원의 학자금 대출을 갚으며 산다는 걸 모르는 사람도 많다. 사회생활을 하기도 전에 빚이 생겨있고 그 빚을 갚기 위해 ‘돈’을 벌어야만 하는데 취업이 어렵다. 금수저가 아닌 이상 취업준비기간에도 제한이 생긴다.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인 시간제 근로(아르바이트)로 몇 시간 일해서는 ‘생활’이 어렵고 풀타임(9시-18시)으로 일하면 취업준비를 제대로 할 수 없다. 생활에 여유가 없으니 경험의 질도 낮아진다. 성취에도 영향을 주게 되는 악순환 반복되는 것이다.

경제적 약자로 시작하는 빈곤세대

“사회생활 한지가 몇 년인데 모아놓은 돈이 없니?”

우리나라 중위소득은 207만원. 29세 이하만 보면 172만원이다. 청년은 경제적 약자인 동시에 어른의 도리를 요구받는다. 노동의 시작이 아르바이트나 인턴이니 소득은 적은데 각종 경조사나 인사도리 할 일은 많다. 서울 거주 기준 2~3평 고시원은 월30~40만원, 식비를 일 2만원으로 잡으면 월 60만원. 생존을 위한 최소비용이 100여만원인데 생필품과 사회활동을 위한 유지비(교통비, 의류, 통신비, 화장품 등)도 필요하다. 학자금 대출 20~30만원이 나가면 중위소득 172만원 중 20여만원이 남는다. 이마저 명절이나 경조사로 나가는 돈이 된다. 모두 최대한 아낀다는 가정 하에 계산한 값이다.

일을 잠시 쉬거나 이직준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면 카드나 대출로 생활을 해야 한다. 부모님 용돈은커녕 적금을 넣기도 어려운 패턴에서 문화생활과 쉼은 생각할 수 없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에서 폐기할 음식을 먹게 해주는 걸 혜택으로 생각하게 되는 웃픈 노동현실이다.

생존 외 것은 포기해야하는 N포세대

1인 가구 삶을 조사한 충북대 유현정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1인 가구 비중이 27.6%인데, 청년 1인 가구가 경제 부담 느끼는 소비항목 1위가 주생활비, 2순위가 식생활비였다. 가장 기본적인 먹고 잠자는 일, 생존 자체가 부담인 상황인 것이다. 결혼 포기의 가장 큰 이유도 일자리와 주거불안이다.

그런데 SNS를 보면 호캉스(호화스러운 바캉스)를 즐기거나 ‘부모님이 아는 옆집 딸아들’은 신입 연봉 4000만원 이상에 집도 사고 부모님 해외여행도 보내드린다. 부모는 남들 다 하는 일을 못하는 자녀가 답답하고 자녀는 자괴감에 빠진다. 이 상황이 반복되면 점점 자녀와 부모 간 골이 깊어진다. 안정적인 사람은 더 안정적으로, 불안정한 사람은 더 불안정해지는 사회구조적 문제를 얘기하면 “독하지 못해서 그래. 남들은 하잖아?”라고 개인 역량 부족으로 취급 받기 일쑤다.

이처럼 N포세대(N가지 것을 포기한 청년세대를 일컫는 말 : 결혼, 연애, 출산, 취업, 집 등)라 불리는 자녀세대의 현실에는 분명 어려움이 있지만 부모세대가 가진 “우리 땐 더 어렵고 힘들어도 살아왔고 극복했다”는 ‘한강의 기적’ 정신에 비추면 단지 ‘열정부족’과 ‘고생안하고 싶은’ 모습으로 보일 수 있다. “요즘 애들은 나약하다”는 생각으로 귀결되는 이 같은 생각은 객관적 사실이기보다 부모세대의 기준에서 바라본 부정적 평가가 담겨있다. 이런 관점이 지속되면 부모자식 관계는 점점 일그러지고 멀어지게 된다.

2030 자녀세대의 몸부림 : 비움(포기), 전환(탈피), 창조, 답습

2030세대가 마주한 노동시장에서 그들이 선택하는 길은 크게 4가지 양상으로 드러난다. 첫째, 마음을 비운다. 되는 만큼 소비하고 소소한 행복에 만족한다. 소확행, 욜로, 득도세대라 불리는 문화가 대표적인 현상이다. 둘째, 주기적으로 일상을 탈피해 해방감을 느낀다. 주로 여행이 많으며 아예 외국기업에 취업하거나 이민을 가기도 한다. 셋째,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새로운 일이나 직업을 만든다. 디지털노마드, 크리에이터, 1인 미디어 등의 활동이 있다. 넷째. 부모세대의 가치를 잘 따라 전문직에 종사하거나 사회적 안전망이 없다는 사실을 경험한 후 안정적인 직업을 찾는다.

부모세대의 입장에선 실컷 가르쳐놨더니 안정적인 길을 놔두고 굳이 욜로, 여행, 비혼, 비출산, 퇴사 후 프리랜서 등의 길을 걸어가는 자녀의 모습을 보면 “욕심이 없다”, “뭐 먹고 살려고 저러나”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그들을 부모세대의 잣대로 평가한다면 이해와 대화는 요원한 일이 된다. 아이슈타인은 “만약 물고기를 나무를 타고 올라가는 능력으로 평가하면 그 물고기는 평생을 스스로가 바보라고 생각하며 살 것이다”고 말했다. 물고기를 이해하려면 물고기의 속성과 특성을 알아야 하듯, 자녀세대를 이해하고 함께하려면 '내’ 잣대가 아닌 ‘상대’의 입장과 생각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참고도서 : 자비없네 잡이 없어

►내 자식은 왜 저러고 살까?(3)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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