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책]자비없네, 잡이없어--2030노동생존기 함께하기

 

“결혼을 안 하려고해요. 아이도 안 낳는다 하고요”

“제일 파릇할 나이인데 목표도 열정도 없어 보여요.”

“돈은 안 모으고 여행만 다녀요."

"욕심이 없어요. 남들은 다 좋은 직장 들어가 악착같이 돈 벌려고 난린데”

“청년실업? 편하고 쉬운 일만 골라 하려하니 그렇죠.”

 

2030자녀를 둔 부모라면 한번쯤 내 맘 같지 않은 자녀를 마주하게 된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 걸까?’하는 의문과 고민도 생긴다. 2030세대의 ‘일과 노동’을 중심으로 모든 청년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청년세대’의 고민과 소망이 담긴 이야기를 만나보자.

 

1. 바뀐 세상,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부모세대의 법칙
농경사회와 산업사회에서 나이듦이란 지식과 경험의 축적을 상징했다. 그러나 4차산업혁명이 가져온 21세기,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세상은 시간의 흐름이 순차적이고 적층적인 의미를 갖지 않는다. 지식을 축적하기엔 정보가 너무 많고, 상식(지식) 자체가 변하기도 한다. 환경이 급변하니 경험의 축적 또한 큰 의미가 없다. 모두가 매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고 발생하는 문제를 찾아 ‘해결’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그래서 다양한 정보를 ‘많이 아는 것’이 아니라 아는 것을 연결하고 융합해 ‘사용’할 수 있는 창의성과 문제해결력이 요구된다. 소위 전문가보다 자발적 협업과 집단지성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시대다.

이처럼 시대는 빠르게 변화하는데 2030청년은 여전히 고학력과 전문직, 안정적인 직장, 결혼과 출산 등 많은 부분에서 기존 관습을 요구 받는다. 부모세대의 ‘잘되라고’ 하는 조언은 안타깝게도 의도와 달리 자녀세대에게 잘 전달되지 않는다. 자녀세대가 보고 배운 지식과 기술변화, 사회트렌드에 맞지 않는 이야기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부모세대에게 너무나 당연한, 그리고 경험으로 증명된 ‘성공의 길’이 자녀세대에게 먹히지 않는 이유다.

하지만 청년세대가 취업의 문을 입장하게 되면 배우고 꿈꿨던 세상과 다른, 관행으로 굳어진 기업의 조직문화를 만나게 된다. 여전히 사회 주요 관리직을 맡아 이끄는 세대는 부모세대이기 때문이다. 기존 관습과 시대변화 가운데 어느 쪽을 향해 가야할지 몰라 혼란을 겪기도 한다. 다양하고 거대한 정보 홍수 아래 스스로 살 길을 개척해야 하는 청년세대에게 세상은 ‘정답’은 없고 수많은 ‘선택’을 해야 하는 피로사회다.

2. 자녀가 겪는 문제, 고민의 출발점 : 2030이 마주한 노동시장 현실
청년 일자리 정책이 쏟아지고 최악의 취업률이 연일 화제가 되는 요즘, 자녀 세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청년세대가 처한 노동시장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서해문집의 ‘자비없네 잡이없어’는 2030세대 노동을 연구, 조사, 출간한 경험이 있으면서 스스로가 청년인 8인의 저자가 모여 만든 책이다.

책은 부모님이, 선생님이, 사회가 ‘이대로만 따라오면 잘살게 된다’며 제시한 길을 모범적으로 걸어간, 그래서 꽤 견실한 지역 중견 기업에 다니는 만 열여덟의 청년 여성이 노동시장에서 겪은 이야기로 포문을 연다.

6개월 내내 복사, 파일정리에 우대 받고 들어간 자격증과 관련된 업무를 언제쯤 하게 될지 모르는 일상. 일이 많은 것도 아닌데 매일 저녁 9~10시까지 야근을 했다. 부서전체가 야근이면 할 일이 없어도 책상에 앉아 기다려야 하는 분위기 때문에.

더 힘든 건 계속되는 사생활 침해와 성희롱. “오늘은 화장을 왜 안했어? 아유 못생겼다”, “오늘은 왜 일찍 가? 남자친구 만나서 뭐하게?” 이런 말을 들으며 어색하게 웃어야 했고 회식자리에서는 술에 취했다는 핑계로 다리에 손을 얹은 상사도 있었다.

정식으로 문제를 삼아보려 해도 부서장은 알았다고 한 뒤 감감무소식. 회사에는 노동조합도 없고 달리 하소연 할 장기근속 여성 직원도 없었다.

그래도 월급이 많으니(실수령 140만원) 불평하면 안 되겠죠? <프롤로그 中>

 

그녀가 이렇게 말한 것은 2016년 당시 같은 학교 선배나 친구 중 그정도 돈을 버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인터뷰 후 2030청년 노동에 대한 프로젝트, ‘자비없네, 잡이없어’가 시작됐다. 2년이 흐른 현재, 쉬기 위해 퇴사하고 학자금대출에 눌려 일하고 바늘구멍인 정규직을 위해 열정페이를 바치는 것이 자녀세대의 노동 현주소다.

 

►내 자식은 왜 저러고 살까?(2)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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