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진청-이천시-이천농협 공동참여해 최고품질 ‘해들’ 개발

‘임금님표 이천쌀’ 브랜드로 오랫동안 명성을 쌓아온 경기도 이천에 국산 쌀 신품종이 보급돼 일본품종 일색의 이천쌀을 대체하며 국산 쌀의 자존심을 세울 전망이다.

농촌진흥청은 지역의 요청에 따라 지난 2016년부터 이천시, 농협중앙회 이천시지부, 지역농업인과 함께 ‘수요자 참여형 품종개발 연구’를 수행해 최고품질의 조생종 벼 ‘해들’을 개발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생산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 이천지역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고 있는 ‘추청’(사진 왼쪽)과 농진청이 개발한 ‘해들’(오른쪽)

‘해들’은 농진청 육종가가 교배하고 농업인이 선발해 소비자 평가단이 결정했으며, 지역민이 이름을 붙인 최초의 수요자 참여형 쌀 품종이다. 지난해 신품종선정위원회에 뛰어난 밥맛과 재배 안정성을 인정받아 최고품질 벼로 선정됐다. 특히 식미평가자의 48%가 ‘해들’의 밥맛이 좋다고 꼽아 29%의 고시히까리보다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

2017년 이천시 벼 생산량 통계를 보면, ‘히토메보레’, ‘고시히까리’ 등 조생계통 품종 재배면적이 1069㏊(12.8%)이고, 중만생종인 ‘추청’이 7286㏊(87.2%)로 세 일본품종이 ‘임금님표 이천쌀’ 브랜드로 유통되고 있다. 지역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에서도 도정수율이 높다는 이유로 이들 일본 품종을 수매해왔고, 농가들도 일본품종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지 못해 그 동안 국산 쌀 품종 보급에 걸림돌이 돼 왔다.

이번 ‘해들’ 품종 개발로 이천시는 국내 대표 쌀 브랜드인 ‘임금님표 이천쌀’ 원료곡의 차별화를 꾀할 수 있게 됐고, 재배 안정성과 품질이 뛰어난 ‘해들’의 재배면적이 증가할 경우, 이천쌀의 품질 향상과 수량 증가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국민참여 쌀 신품종 개발 첫 결실
고시히까리․히토메보레 등 일본품종에 도전장
중만생종 ‘추청’ 대체할 ‘수원600호’도 개발 중
RPC 등 수매노력 필요농가 인식전환도 중요

▲ 농촌진흥청 중부작물부 오인석 부장이 ‘해들’ 품종 개발 동기와 성과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해들’ 품종은 출수기가 7월24일로 조생종 대조품종인 ‘조평’보다 7일 늦다. 벼 키는 75㎝로 ‘조평’보다 1㎝ 크지만 도복에 강하다. 쌀알은 심복백이 없어 맑고 깨끗하며, 밥맛은 조생종임에도 불구하고 중만생종 수준으로 매우 좋다.

도열병, 흰잎마름병에 강한 복합내병성을 갖고 있으며, 수량은 조기재배에서 5.64MT/㏊로 ‘조평’보다 7% 더 증수되고, 도정율과 완전미율은 각각 75.7%, 88.1%로 이천지역에서 많이 재배되는 ‘히토메보레’보다(74.6%/82.8%)보다도 높다. 다만 ‘고시히까리’의 도정률과 완전미율이 각각 76.2%, 89.0%로 ‘해들’보다는 조금 높지만 수량성은 ‘해들’이 월등히 뛰어나 전체적인 수익 측면에서는 ‘해들’이 유리하다고 농진청 관계자는 설명했다.

현재 이천시는 2019년 100㏊ 규모의 고품질 쌀 생산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올해 2㏊의 ‘해들’ 증식포와 지역적응실증시험포를 운영하고 있으며, 소비자 반응을 모니터링 한 후 2021년에는 이천시의 조생종 재배면적 1000㏊에 확대 보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역 농협RPC 두 곳도 ‘해들’ 품종 수매에 참여하게 된다.

이천지역에서 2대째 벼농사를 짓고 있는 김 모씨(45․마장면)도 “‘해들’ 쌀알이 맑고 낟알이 고르게 익어가는 모습을 보니 좋다”면서 “우리 지역의 대표 벼 품종을 내 손으로 직접 뽑았다는 것에 자부심도 느끼고 하루 빨리 ‘해들’ 종자가 지역에 공급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농진청은 ‘해들’의 후속 품종으로 이천지역 생산 쌀의 87.2%를 차지하는 ‘추청’을 대체할 ‘수원600호’도 개발하고 있는데, 전문가 평가와 밥맛 평가를 통해 직무육성 신품종심의회에 상정해 이천지역 적응품종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농진청은 단계적 고품질 쌀 생산조성사업을 통해 2022년에는 ‘수원600호’ 품종을 6000㏊까지 보급할 계획이다.

농진청은 조생종 ‘해들’과 중만생종 ‘수원600호’ 보급이 목표대로 보급될 경우, 수량 증대와 품질 향상에 따른 가격경쟁력 강화로 100억 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거둬 이천쌀의 브랜드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해들’ 품종은 공동개발에 참여한 이천시뿐만 아니라 타 지역에서 원할 경우 통상실시를 통해 종자를 보급 받아 재배가 가능해 국산 조생종벼 품종의 확대 재배에 기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천시는 지역 벼품종 대체를 안정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시장 공약사항에 포함시켜 현재 사업을 추진 중이며, 품종개발 이후 22년까지 24억4300만 원을 투입해 확대보급할 계획이다.

이천시농업기술센터 문호길 소장은 “2019년 ‘고품질 해들미 생산단지’ 100㏊를 시범추진하고, 2020년에는 500㏊, 2021년에는 전 지역에 확대 추진할 예정”이라면서 “추청벼를 대체하기 위해 2020~2021년에 고품질 쌀 생산단지 1200㏊를 조성하고 2022년에는 이천 전 지역에 확대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 소장은 이어 “농진청과의 수요자 참여형 육종프로그램을 통해 이천시 벼 품종 대체를 추진하며 많은 부담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현재까지는 ‘해들’ 채종포농가와 실증시험포 농가가 직접 재배하며 만족하고 있고, 주변 농가에서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어 ‘해들’ 보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농진청 중부작물부 오인석 부장은 “이천시와 공동으로 개발한 조생종 최고품종 ‘해들’ 품종의 성공사례는 벼 육종사업의 패러다임 전환뿐만 아니라 정부․지역 상생이라는 정책실행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나아가 차별화된 지역명품브랜드 구축은 물론 농촌 융복합산업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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