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곳에 가면 - 강원도 화천군 자색와송농장 정유기 대표

▲ 공기 맑고 조용한 깊은 산속에서 와송농사를 하는 정유기 씨의 꿈은 이곳에 명상센터를 세워 몸과 마음을 함께 건강하게 다스리는 일을 하는 것이다. 딸 성희 씨는 와송요리를 연구하고 있다.(문의. 010-5719-7880)

깊은 산 속이었다. 차를 타고 산 속으로 300m쯤 들어가니 도로포장이 끊겨 울퉁불퉁한 비포장 길이 나왔다. 이 산 속에 무슨 농장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무렵에 눈앞에 붉은색 밭의 전경이 펼쳐졌다. 자색와송이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좋은 꽃 향기 내음이 느껴졌다. “와송이 향이 있었나?” 고개를 갸우뚱거리자 와송밭 주인 정유기 씨가 칡꽃 향기라고 알려줬다. 깊은 산 속,  은은한 칡향에 묻혀 2천여 평 자색와송 농사를 짓는 그는 소득 작목 농사도 하고 자연도 즐기며 ‘나는 자연인’의 꿈을 실천하고 있었다.

화천군 상서면 깊은 산 속에서 자색 와송을 심고 자연 친화적인 농사를 짓는 정유기 씨의 밭에서는 요즘 구경하기 힘든 진풍경을 볼 수 있다.
“여기 보세요.” 정 씨가 손가락으로 가르킨 자색 와송 위에 메뚜기가 살포시 앉아있는 것이 보였다. 정 대표는 농약 없이 짓는 와송 농사라 지렁이랑 벌레들이 가득하고 그래서 메뚜기가 많다고 알려준다.

정 씨의 농장은 예전 이곳에 살던 화전민 터 약 6600㎡(약 2000여 평)에 조성됐다. 해뜰 때의 기운부터 해가 넘어갈 때까지 온전히 햇빛을 받는 터다. 그는 2016년부터  와송밭을 가꿔 작년 가을 첫 수확을 하고 올해 두 번째 수확을 하고 있다.
“와송은 좋은 약초지만 재배하는 환경에 따라 약성이 크게 다를 수 있어 좀 더 약성이 좋은 청정 지역 와송 재배지를 찾다보니 이곳까지 들어오게 됐죠.”
화전민이 가꿔놓은 밭이 자색 와송밭으로 변한 풍경은 한 폭의 그림이다.

와송은 생명력이 강해서 바위 틈에서도 잘 자라 바위솔이라고 부르는 다육식물의 일종이다. 지붕의 기와 위에서 자라는 모양이 소나무 꽃을 닮아서 와송(瓦松)이라 부른다.
와송은 동의보감에 성질이 평하고 맛은 시며 독이 없고 설사할 때 혈리를 낫게 한다고 기록돼 있다. 실제로 해독작용이 뛰어나 피를 맑게 해주는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친 병 회복 위해 알게 된 와송
정 대표가 와송을 알게 된 계기도 아버지의 병인 위암 때문이었다. 위암 수술 후 회복기에 건강에 좋은 약재를 수소문하다가 와송을 처음 접했다.
정 대표는 직장을 다닐 때부터 은퇴 후 농사를 꿈꾸며 텃밭을 경작하며 농사 경험을 쌓고 좋은 땅을 물색해 왔다. 그러던 중 지인이 농사에 좋은 땅이 있다며 소개해 준 곳이다. 
직장 다니며 스트레스가 많았기에 이왕이면 마음 수련까지 할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주위에 인가 한 곳, 다른 농가 한 곳 없는 이곳이 안성맞춤이었다.

▲ 메뚜기가 살포시 앉아있는 자색와송

주변에 다른 농사가 전혀 없으니 원하는 친환경적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최적의 장소란 것이다. 와송은 흡착력이 강해 주변 오염 물질을 몸 속에 축적하므로 청정 자연에서 재배하는 것이 특히 좋다.
정 대표는 와송밭 잡초를 하나하나 손으로 뽑아내는 것이 가장 큰 일거리라고 말한다. 농약 안 치고 키우자니 품이 많이 든다. 일하다 힘들 때는 와송을 씹어 먹으며 갈증을 해소한다.
“아침에 따서 먹는 와송은 새콤한 맛이 나요. 오후에는 좀 밍밍하죠.”
밤새 땅의 정기를 가득 품은 와송은 그냥 먹어도 개운하다고 귀띔한다.
와송은 추운 겨울을 지나야 약성이 생긴다. 겨울에 동면하며 영양분을 잎 하나하나에 축적한다. 봄에 날씨가 풀리면 잘 자라서 7월부터 수확을 시작해 꽃대가 올라오는 9월 중순 무렵 이전에 수확해 판매하거나 가공한다.

▲ 딸이 자연요리전문가와 개발한 와송요리

딸은 와송요리 개발
요즘 정 대표의 딸 성희 씨도 와송에 푹 빠져있다. 틈틈이 아버지를 도우러 와송밭에 오기도 하지만 화천으로 이주해온 자연요리연구가와 함께 와송 요리를 연구 개발하고 있는 중이다.
“와송은 신문지에 싸서 잘 보관하면 2주 정도는 보관이 가능하지만 장기 복용하는 사람들을 위해 식초나 청으로 만들면 유용하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어요.”

이제 딸까지 아버지가 농사한 와송으로 새로운 꿈을 꾸고 있으니 정유기 씨의 책임감도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유기란 이름을 지어주신 할아버지께서 선견지명이 있으셨나 봐요. 저 역시 이름값은 하렵니다. 자연 친화적인 유기농업으로 와송을 더욱 잘 키우고 알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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