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등 의료사각지대 주민들 피해 우려

외상 환자 사망률, 충남·경북이 서울의 두배

전국 어디서나 심ㆍ뇌혈관질환을 골든타임(3시간) 이내 치료받도록 ‘권역별심뇌혈관질환센터’를 지정ㆍ육성한 사업이 정부의 운영비 지원 감소로 중단 위기에 처해있다.
특히 ‘권역별심뇌혈관질환센터’ 사업 중단은 지방 특히 농어촌 등 의료사각지대 주민들의 피해로 이어져 농어촌 지역의 의료소외 현상이 더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돌연사로 이어지는 심근경색과 뇌졸중(중풍)을 유발하는 뇌혈관 질환은 발병 후 환자가 얼마나 빨리 처치와 치료를 받느냐에 따라 생사와 후유장애가 달라진다. 심장과 뇌혈관질환은 암 다음으로 국내 사망원인 1·2위를 차지하는 한국인의 대표적인 사망원인 질환이다. 그러나 이런 질환은 장비와 시설, 인력 때문에 아무 의료기관에서 처치나 치료를 할 수 없다. 장비와 시설, 인력이 갖춰져야 진료, 처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심장 뇌혈관 질환을 포함한 응급, 외상분야 등 필수 의료에 대해서는 국가가 직접 개입해 생명 존엄에 입각해 누구든지 지역과 빈부에 관계없이 형평성 있게 의료 서비스가 제공돼 국민의 생명을 지켜줘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응급을 요하는 외상 사망률의 지역간 불균형은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8월24일 서울대 의대에서 열린 ‘심뇌혈관질환의 국가적 관리에 대한 토론회’에서 건국대학교 예방의학 교실 이건세 교수는 외상 환자 사망률의 지역간 격차가 서울이 7.4, 경기 9.4인 반면 충남은 서울 사망률의 2배가 넘는 18.1, 경북도 두배가 넘는 17.6이라고 밝히면서 필수 의료에 대한 국가의 체계적인 관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교수는 심장 뇌혈관 질환을 포함한 응급, 외상, 중환자, 신생아, 고위험 질환자 등을 필수 의료로 규정해 시장 논리와 관계없이 국가가 직접 개입해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들 필수의료조차 지금과 같은 시장논리에만 맡길 경우 농어촌 지역은 더 의료 소외로 내몰리게 될 뿐만 아니라 특히 시설, 장비, 인력의 차이로 인한 질적 불균형과 지역간 불균형은 심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일선 의료 현장에서는 돈이 되는 환자들만 골라서 보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실을 도외시한 국가 의료 행정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하면서 한목소리로 필수의료에 대한 국가의 체계적 관리를 주장했다.

응급증상을 느낀 환자가 골든타임인 3시간 내에 적정 병원에 도착하면 생존할 가능성이 높지만 뇌졸중 환자의 3시간 내 응급실 도착 비율이 미국의 경우 59%, 일본은 66%인 반면 한국은 43.6%에 그친다.
이에 정부에서는 2008년 강원대, 경북대, 제주대를 시작으로 2009년 경상대, 전남대, 충북대, 2010년에는 동아대, 원광대, 충남대, 2012년 인하대, 분당서울대 등에 권역별 심뇌혈관질환센터를 선정해 운영해왔다.

권역센터별로 예산을 지원하며 ▲24시간 전문의 상주 당직 ▲ SU(Stroke unit)운영 ▲신속한 조기재활 ▲입퇴원환자 및 관련 의료인 교육 등을 사업지원을 해왔다.
그 결과, 급성심근경색증 환자의 응급실 도착 후 관상동맥중재술까지 소요시간이 2008~2010년에 185분에서 2012년에는 81분으로, 급성뇌졸중 환자의 응급실 도착 후 뇌경색 약제투여까지 소요시간도 2008~2010년 51분에서 2012년 39분으로, 급성뇌졸중 환자의 응급실 도착 후 60분 내 혈전용해제 투여비율도 2008년 60.3%에서 12년 88.6%로 개선됐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그동안 점차 예산을 삭감해 작년 권역센터 운영비의 30%만 지원하는 사업비마저, 올해는 예산상의 이유로 전액 감축할 계획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그동안 국가 예산 소요 대비 지역 보건 향상과 건강불평등 감소에 역할을 했던 권역별 심뇌혈관질환센터의 현실과 필요성에 대해서도 토의했다.
이어 시도별 경계를 넘어 국가 전체의 심뇌혈관 질환 관리의 거시적 콘트롤 타워 역할을 할  중앙심뇌혈관센터의 역할과 요건에 대한 토의도 진행됐다.

행사를 주관한 윤병우 서울대병원 중앙심뇌혈관질환센터 추진단장은 “심뇌혈관질환은 후유증에 의한 사회적 부담이 큰 만큼 국가책임 안전망이 필요하다”며 “이번 토론회가 국내 심뇌혈관질환 관리 체계의 현황과 문제점을 살펴보고 앞으로 중앙심뇌혈관센터의 지정을 통해 중앙-권역-지역이 서로의 역할을 분담해 최선의 성과를 내는 미래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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