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유현준 교수

인간은 동굴을 찾아 모닥불을 피우며 사후 내세를 이어 살아야겠다는 샤머니즘적인 종교관으로 동굴천장에 벽화를 그리며 주거를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한 주거생활이 이젠 엘리베이터를 개발해 고층아파트를 건립하는 진화를 이뤄냈다. 그리고 협업 공동생활을 위해 마을과 도시를 조성해 함께 살기에 이르렀다. 도시속엔 주택과 더불어 도로, 학교, 공원, 도서관 등 갖가지 공익시설을 만들어 함께 이용하며 살고 있다.
이렇게 마련한 건축물과 도시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와 이를 잘 개발, 활용하는 방법을 알아보고자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유현준 교수를 만났다.

 초·중·고교생 12년 동안
 천장이 낮은 교실에서
 하늘을 못 본 채 공부해
 모두가 공무원 되기 집착
 

우리의 초·중·고교 건물은 4각 상자형
교도소 같은 건물과 교복, 같은 메뉴로
독립성 키우지 못해

유 교수는 연세대와 하버드대학에서 공부했다. 현재 홍익대 건축과 교수와 유현준건축사무소 대표건축사로 활동중이다. 유 교수는 우리가 사는 도시의 기준을 바꾸려는 뜨거운 열망으로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와 ‘어디서 살 것인가’ 등 여러 책을 썼다. 그리고 신문 칼럼과 KBS의 ‘명견만리’, tvN의 ‘알쓸신잡2’ 등 프로그램을 통해 폭 넓은 식견으로 건축과 도시개발을 인문·역사와 결부해 과거·현재·미래를 명료하게 조명하고 있다. 아울러 예리한 관찰을 통해 건축개선과 도시 혁신의 탁견을 제시하고 있다.

유 교수는 먼저 한국의 초·중·고교 학교 건물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했다.
“학생들은 교도소의 수감자처럼 12년 동안 4각 상자형 교실에서 똑같은 교복을 입고 똑같은 점심메뉴에다 같은 반찬을 먹는 탓에 전체주의식 사고에 빠지게 됩니다. 학교수업을 마치면 학원에서 온 승합차를 타고 또 다시 4각 상자형 학원교실에서 하늘을 못 본 채 밤늦도록 공부를 합니다. 이같은 수업에 익숙하다보니 자신과 조금만 달라도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하고 왕따를 시킵니다.”

이렇게 자란 청년들은 창업보다 대기업과 공무원 취업을 선호한다. 다른 것이 되는게 두렵다. 다양성을 인정 못하고 독립성을 갖지 못한다. 운동장엔 자연을 접할 정원이 없거나 부실하다. 자연의 변화 모습을 제대로 못 살핀다. ‘지혜는 자연에서 배운다’라는 말이 무시되고 있다. 운동장엔 운동부원만 뛴다. 벤치가 없어 앉아 쉴 틈이 없다. 교실이 고층화되면서 50분 수업에 10분 휴식으로 운동장에 나설 틈이 없다. 교실의 천장이 낮은 것도 문제다. 미네소타대 조운 메이어스와 레비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3m 이상 높은 천장의 교실에서 공부하는 학생은 낮은 천장에 있는 학생보다 친구가 더 많다고 한다. 유 교수는 학교 건물을 바꿔야 우리 교육의 미래가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적인 1인가구시대…서울은 공원이 1시간 거리
뉴욕은 7~10분내 공원 있어 비참함 느끼지 않고 살아

이어 유 교수는 1인가구시대 도시의 공원이 주는 삶의 영향에 대해 재미난 이야기를 했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집에 사는 사람들은 땅값이 가장 비싼 뉴욕사람들 일 것입니다. 그러나 뉴욕의 1인가구에서 사는 사람들은 비참하게 느끼지 않고 삽니다. 집 크기는 몇 평 안 되지만 이들은 센트럴파크나 브라이언트파크 같은 각종 공원들이 많은 도시에 살아 불편이 없죠. 걸어서 여러 공원을 다니고 여름엔 브라이언트파크에서 영화를 보고 겨울에는 스케이트를 탑니다.”

유니언스퀘어에서는 유기농장터가 열려 신선한 먹거리를 사 먹고, 금요일엔 모마미술관에서 공짜로 미술작품 관람을 즐긴다. 뉴욕의 1인가구들은 외롭거나 무료하다고 생각않는다. 뉴요커들은 공원이 촘촘히 이어져 도보로 7~10분 내 접근한다.

반면 서울의 공원들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인지도가 있는 하늘공원, 선유도공원, 여의도 한강시민공원, 효창공원, 남산공원 평균거리는 4.02km로 보행접근에 1시간1분이 소요된다. 따라서 서울 시민들은 인근 커피숍에서 돈을 주며 쉰다. 그래서 한국이 세계적으로 커피점이 제일 많다고 한다. 이에 유 교수는 서울 2호선 외곽순환 전철역마다 250평, 500평, 800평 등 소규모 공원을 만들어 시민이 쉴 공간을 서둘러 마련해줘야 된다고 역설한다.

낙후된 도서관 개·보수 시 비싼 토지 매각해
소규모 마을도서관 증설 나서야

다음 도서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요즘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생각보다 교보문고나 분당도서관을 의외로 많이 찾는다. 그래서 책도 보고 조용히 공부할 수 있는 도서관 증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유 교수는 낙후된 도서관을 개보수하지 말고 비싼 토지를 매각해 그 돈으로 소규모 마을도서관을 곳곳에 둬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리고 새로 짓는 대단지 아파트에도 아파트 부설 도서관을 짓도록 적극 권장해야 된다고 했다.

도심 대형 아파트 가로수 담장보다
단층가게 중심 상가거리 조성해 사람 모이게 해야

다음 상가거리 조성에 대해 알아봤다. 도심의 인구가 늘어 고밀화되면서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조성된다. 대형아파트단지 둘레에 담장과 수림대를 만들어 단지내에 살지 않는 시민들의 통행을 막는 철옹성을 치는데 이래서는 안 된다고 했다. 아파트에 담장을 치지 말고 단층가게 중심의 상가거리를 조성해 가게가 매일 보여주는 이벤트를 볼 수 있게 해줘야 사람이 모인다고 했다.
다양한 가게의 변화 모습을 TV채널과 같은 역할을 하게 하면 아파트의 지명도와 가치를 높인다고 했다. 

끝으로 유 교수는 건축은 절대군주의 무력과시로 시작됐으며 집단농업의 단초가 됐다고 했다. 옛사람들은 고인돌을 세웠다. 고인돌을 세우려면 수백수천 명이 맨몸으로 나무를 베고, 돌을 끌어와야 하므로 오랜 세월이 걸린다.

따라서 공사 인력의 식량을 조달하기 위해 농사를 지어야 했다. 건축이 농업발전을 유인했다. 고인돌 세우기는 절대권력자만이 할 수 있다. 이웃한 적국은 고인돌 세운 모습을 보고 쉽게 도전을 못한다. 기가 죽어 발길을 돌린다. 영국의 스톤헤지, 이집트의 피라미드, 중국의 만리장성은 이같은 이유로 지었다. 이같은 맥락에서 지금도 국가와 기업이 고층빌딩짓기 경쟁을 벌인다고 했다.
유 교수는 건축개선과 도시개발에 대한 이해를 가져야 우리가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라면서 건축에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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