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명견 교수의 재미있고 유익한 옷 이야기(41)

▲ 에이미 멀린스(사진출처=에이미 멀린스 팬 페이지)

스스로 성공할 수는 없다.
주변의 희생과 격려의
원동력이 천재를 만든다.

두 다리에 의족을 한 7살짜리 소녀가 영국 패션 모델계에 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올해 7세가 된 데이지 메이 드미트리(Daisy-May Demetre)가 그 주인공이다. 이 소녀는 종아리뼈가 없는 선천적 기형인 비골 무형성(fibular hemimelia)으로 4만 명당 1명꼴로 나타나는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다. 자랄수록 움직임이 어려워져 데이지가 18개월 때 다리 절단 수술을 하고, 의족을 할 수밖에 없었다했다.

그러나 데이지는 자기의 외모를 비관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고, 운동을 좋아하는 밝은 아이로 성장했다. 특별히 아빠와 함께 운동하는 것을 좋아했고, 소녀패럴림픽 체조선수로 뛰기도 했다. 학교에 입학한 뒤 모델에 관심을 갖고 노력에 노력을 기울였다. 급기야 데이지는 기회를 거머쥐었다. 그리고 해냈다. 모델로 활동한 지 6개월 만에 데이지는 모델들의 꿈의 무대인 런던 패션위크에서 당당한 워킹을 선보였다. 최근에는 영국의 유명 브랜드인 ‘리버 아일랜드’의 전속모델로 발탁됐다. 리버 아일랜드는 광고 촬영을 할 때마다 해당 광고에 가장 적합한 사람을 찾아 모델로 선정하는 회사다. 현재 데이지는 리버 아일랜드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브랜드와도 모델 계약 체결을 협상 중이다. 패션계의 러브콜이 끊이지 않고 있다. 두 발이 없는 장애소녀가 장애를 훌쩍 뛰어 넘어 희망으로 자기의 앞날을 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 소녀의 뒤에는 언제나 격려하며 함께 운동을 해준 아빠가 있었다.

데이지와 같은 장애를 갖고 태어난 또 다른 스타가 있다. 에이미 멀린스(Aimee Mullins)다. 그녀 역시 첫돌이 지나고 무릎 아래를 절단했다. 의족을 차고 두꺼운 고무밴드로 조인 뒤 다리 근육을 강화하는 물리치료를 받아야 했다. 4살 소녀에게 밴드는 세상에서 제일 싫은 물건이었다. 그 힘든 재활운동이 반복되던 어느 날, 담당의사가 “넌 정말 강하고 힘이 넘치는 소녀다. 내 생각에 넌 이 밴드 하나쯤은 끊을 힘이 있는 것 같아”라고 격려했다. 그 한마디가 그녀의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그렇게 ‘원더우먼’ 에이미 멀린스는 자신을 달리기 선수로, 모델로, 영화배우로 활동할 기회를 만들어냈다.

그녀는 마침내 1996년 애틀랜타 장애인 올림픽 미국 국가대표로 출전해 탄소 소재 의족을 신고 100미터와 200미터 단거리 육상 경기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당시 멀리뛰기에서 그가 세운 절단장애인 세계 신기록은 지금까지 깨지지 않고 있다. 2009년 그녀는 피플지가 선정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 50인에 선정됐고, 2015 세계여성경제포럼에서는 기조연설을 맡은 세계적인 명사가 됐다.

천재로 태어났다 할지라도 우연히 스스로 성공할 수는 없다. 주변의 희생과 격려의 원동력이 천재를 만든다. 에이미에게 성공의 원동력으로 담당의사가 해준 그 격려의 한마디가 있었다면, 데이지에게는 함께 운동하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아버지의 사랑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이 있을 것이다. 어떻게 자녀를 양육해야 하는가, 어떤 격려의 한마디가 인생을 바꿔 놓을 수 있다는 이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의족 소녀들을 일으켜 세운 건 바로 ‘격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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