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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빌 언덕 없는 ‘나홀로’ 농촌, 자살 위험 높아■농촌여성신문-한국언론진흥재단 공동기획:지속가능한 농업…농촌여성이 안전해야
이희동 기자  |  lhd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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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8.24  09: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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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도는 지역의 이장과 통장들을 생명사랑지킴이로 위촉해 주민들을 접촉하고 유대관계를 높임으로써 자살위험을 낮추고 있다. (출처:양구군정신건강증진센터)

⓹도시보다 높은 농촌주민 자살률

자살은 충분히 예방이 가능한 죽음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높은 자살률에도 예방대책 마련에 미흡했다. 2011년 1만5906명으로 자살사망자가 정점을 찍은 후에야 정부는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을 제정하고, 국가적 차원의 자살예방사업을 추진했다. 허나 젊은이들이 떠나간 농촌을 지키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목숨을 끊었다는 뉴스는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닐 정도로 농촌의 자살문제는 도시보다 심각하다. 원인은 경제적인 문제도 있지만 외로움이 더 큰 이유로 추정된다. 일찍이 도시로 자식들은 출가하면서 교류가 적어지고 노동력마저 상실되면서 공동체에서 완전히 배제돼 버린다. 단조로운 일상의 반복 속에서 쉽사리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결국 극단적 선택에 이르는 농촌의 자살문제, 이를 막을 대책은 무엇인가?

농촌의 1인가구 급증하면서 자살률도 덩달아 증가
강원도, 자살예방 게이트키퍼 활동 지원하며 자살률↓
1년 훌쩍 지나야 나오는 자살통계, 맞춤정책도 늦어져

1인 가구 증가하는 농어촌
자살을 개인의 문제로 국한하면 해답을 찾기 어렵다. 사회와의 관계가 더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2016년 기준으로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도시(시 단위)가 30명이었던 것에 반해 농어촌(군 단위)은 45명으로 1.5배 높았다. 이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1인 가구가 20년 사이 3배나 늘어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홀로 사는 노인은 동거노인(배우자, 가족 혹은 기타 동거자와 함께 거주하는 65세 이상 노인)에 비해 더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 불안, 우울, 절망, 외로움, 고독감 등의 감정적 문제에 쉽게 노출된다. 즉, 홀몸노인은 정신적 건강이 취약해 자살위험성이 높은 대상군임에도 가족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이나 신체적 보호 간호, 정서적 유대감 형성 등을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고 소속감마저 상실해 버리면서 자살위험에 노출된다. 그렇기에 사회적지지 혹은 대인관계 요소가 자살예방의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2012년 그라목손 농약 판매금지, 농약보관함 사업으로 농촌 노인자살률은 지난 5년간 크게 줄었다. 허나 이는 수단을 배제해 자살을 못하게 하는 방법이었다. 이젠 자살 생각을 안 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강원도의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강원도의 경우 최근 자살률 상위지역으로 노인인구 밀도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2011년 기준으로 인구 10만 명당 전국평균 자살률이 31.7명이었던 것에 반해 강원도는 37.7명으로 전국 최상위 수준이었다. 그러던 것이 2016년 기준으로 17개 시도별 자살률 자료에 의하면 강원도는 25.2명으로 자살률 감소폭이 가장 큰 지역이 됐다.

이·통장이 자살예방 게이트키퍼로 활동

   
▲ 10만 명당 지역별 자살률/2016년

농촌과 어촌인구가 많은 강원도 역시 기존의 가족 중심 체계가 많이 무너져 있다. 이에 지역의 공동체 기반 체계가 가족을 대신하는 것으로 자살문제의 해답을 찾았다. 바로 이·통장이 자살예방의 게이트키퍼(Gate Keeper, 수문장)로 활동하는 것이었다. 1970년대 새마을운동의 주체였던 이·통장은 여전히 지역에서의 영향력이 상당하다. 마을의 환경과 주민의 사정에 밝으면서 오랜 시간 재임하면서 지역의 리더로 인정을 받고 있다. 이들을 2015년부터 자살 고위험군을 발굴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맡기기 위해 ‘생명사랑 지킴이 양성사업’을 추진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약 4200여 명으로 추산되는 강원도의 이·통장 중 일부 인원이 현재 게이트키퍼로 활동하고 있다고 밝힌 강원도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황정우 부센터장은 “더 이상 자살예방 교육과 프로그램이 지식이나 정보전달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된다”면서 “게이트키퍼 양성이 활발해져 자살위험이 있는 사람을 조기에 발견하고, 이들을 전문기관에 연계하고 있는데 이는 전국적으로 확산될 가치가 분명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게이트키퍼로 활동하는 이·통장은 주민과 행정기관을 연결하는 공식적 역할 이외에도 마을에서 봉사정신과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이웃의 어려움을 듣고 지원하는 비공식적 역할을 수행한다. 결국 농어촌 특성이 강한 강원도에서 이들이 자살예방 네트워크의 핵심적 역할을 한다.

자살통계 너무 늦어
보건복지부는 2022년까지 5년간 10만 명당 자살률을 17명까지 낮추는 자살예방 국가 행동계획을 올 초 발표했다. 우선 최근 5년간 자살사망자 7만 명을 전수 조사해 자살동기, 방법, 장소, 지역별 특성을 분석하는 과학적 기법을 도입키로 했다. 그리고 자살예방 게이트키퍼 육성, 정신건강복지센터 인력확충, 자살 고위험군 발굴, 자살시도자 사후관리 강화, 유가족 자조모임과 심리상담 서비스 등을 펼쳐나가기로 했다. 하지만 정작 필요한 자살통계 문제는 빠져 있다.

자살문제는 국가재난이라 할 만큼 매우 심각한 상황이지만 아직도 지난해 자살통계가 나와 있지 않다. 자살관련 포럼이나 회의에서 쓰이는 자료는 아직도 2016년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이미 경찰은 사망자가 발생한 경우 수사목적이지만 자살통계를 축적하고 있다. 물론 자살예방용으로 쓰기 위해서는 보완해야 할 부분도 있다. 하지만 현재 1년이 훌쩍 지나도 자살통계를 내놓지 못하는 정부가 충분히 활용 가능한 자료가 있음에도 그렇지 못한 점은 반드시 지적할 부분이다.

지난 7월 국회에서 열린 자살예방포럼에서 보건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 배인정 사무관은 “국가가 자살예방을 위해 전방위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자살예방의 기초자료로 쓰일 통계의 시차가 너무 크다는 지적이 많다”면서 “현재 각 기관과 월별로 통계가 가능하도록 협의 중에 있으며, 개인정보 때문에 수집에 어려움을 겪는 문제 역시 관련 법률 개정에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시간 자살통계와 원활한 정보접근은 예방의 첫 걸음이다. 허나 중앙자살예방센터에서 발간한 ‘2018 자살예방백서’는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지 않다. 게다가 오프라인에서는 유로로 판매되고 있다. 이는 분명 잘못된 부분이다. 개인, 사회, 국가 모두 자살예방 의무가 있다. 따라서 예방정보를 원하는 모든 대상에게 정보는 열려 있어야만 한다.

■미니인터뷰-강원도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황정우 부센터장

   
 

“경찰로부터 매달 자살통계 받아”

강원도는 2015년 시장, 군수 명의로 이·통장을 생명사랑지킴이로 위촉하고, 관련 조례도 제정돼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강원도 18개 시군에서 735명의 이·통장이 활동하고 있으며, 자살 고위험군 4389명을 관리하고 있다. 물론 보완해야 할 부분도 있다. 바로 맞춤교육이다. 이들이 실질적인 역할을 다하기 위해 활동의 의미를 찾고 사명감을 고취시키는 맞춤교육이 중요하다. 최근 정부도 자살예방 국가 행동계획을 발표하면서 게이트키퍼 100만 명 양성을 중요과제로 삼은 점은 의미가 적지 않다. 강원도가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강원도는 자살통계를 경찰로부터 매달 받고 있으며, 이는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강원도가 최근 자살률 감소폭이 가장 컸지만 그 이유는 워낙 복잡해 지자체 수준에서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에 국가가 나서야만 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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