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농가 “폭염·가뭄 겹치면서 적법화 이행 어려워” 난색

▲ 지난 22일 국회에서는 정부, 국회, 축산단체, 교수 등이 모여 무허가축사 적법화 간담회를 열고 현장과 행정간 괴리를 극복하는 자리를 가졌다.

입법 이전 축산농가는 보상 못 받아
주무부처 환경부 장관-농식품부 장관 한 차례 소통도 없어
가축분뇨 자원화하는 선진국처럼 국가가 주도적으로 나서야

지난 2월 가축분뇨법 개정이 처리되면서 적법화 대상농가의 이행계획서 제출기한이 9월24일까지 연장됐다. 하지만 최근 폭염과 가뭄이 지속되면서 가축폐사가 572만 수에 이르는 등 축산농가의 이행이 사실상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제출기한을 연장해 달라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무허가축사 적법화 간담회 자리에서 축산관련단체협의회 문정진 회장은 “9월24일까지 이행계획서 제출기한이 한 달 남았지만 최근 재해수준의 폭염과 숙식까지 책임지는 축산농가는 최저임금 8350원보다 약 30% 높은 임금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또한 지난 가축분뇨법 개정안에는 주무부처인 환경부 장관과 농식품부 장관이 상호협의 하에 제출기한을 늘릴 수 있다고 적시돼 있지만 그동안 단 한 차례도 만나지 않아 사실상 직무유기를 저지르고 있다”고 강력히 질타했다.

이번 간담회를 주최한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은 “현행법의 가장 큰 문제는 분뇨처리시설 기준과 입지제한구역 지정 이전의 축산농가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게 문제”라면서 “그간 정부의 묵인 아래 축산업을 지속하던 농가에 대해 아직까지 정부의 구체적 보상안이 나와 있지 않은 것은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사유재산권을 명백히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하루빨리 정부의 보상안 마련을 촉구했다.

주무부처인 농식품부 축산정책국 박병홍 국장은 “7월 기준으로 전체 가축농가 12만2056호 중 적법화 대상농가는 5만9200(48.5%)호로 적법화가 완료된 농가와 인허가 접수, 이행강제금 납부 등 진행 농가를 합치면 3만1678(53.5%)호이며, 측량 등 준비 중인 농가를 포함하면 4만907(69.1%)호”라고 설명했다.

이어 박 국장은 “정부는 관계부처 제도개선 TF와 현장점검반을 운영하고 있고, 축산농가, 지자체, 농·축협 대상으로 전국 순회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하며 “하지만 제출기한 연장은 다른 분야와 형평성 문제로 현장의견을 100% 반영하지 못하는 부분은 양해해 달라”고 발언했다.

이어 환경부 물환경정책국 노희경 과장은 “무허가축사 적법화와 관련해 기본적으로 축산진흥에는 동의하지만 수질관리를 위해 가축분뇨를 관리해야 한다는 환경부 입장을 이해해 달라”면서 “소, 돼지는 일본보다 사육밀도가 4배나 높아 가축분뇨의 자연적 정화범위를 넘어섬에 따라 규제의 필요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수질오염의 온상으로 지목되는 가축분뇨를 자원화하자는 의견도 제기됐다. 전국축협조합장협의회 정문영 회장은 “육류시장 자급률은 현재 한우가 30%, 양돈 60%, 낙농 50% 수준으로 계속 감소추세지만 무허가축사 적법화로 인해 축산업의 위축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축산업 선진국인 네덜란드와 덴마크는 국가 주도로 가축분뇨를 바이오에너지화 하는데 앞장서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님비현상으로 자원화시설을 만드는데 개별농가나 축협에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야만 한다”고 촉구했다.

건국대학교 정승헌 교수는 “5년 전부터 ‘선대책 후규제’를 줄곧 주장했지만 시장을 외면한 정부 중심의 대책이 세워지면서 그동안 소모적인 시간만 낭비해왔다”고 지적하며 “과연 무허가축사를 적법화하면 국민 삶의 질이 얼마나 개선되는지 의문스러우며 지금의 규제는 과도한 사회적 비용만 지불할 게 불 보듯 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리고 정 교수는 “농축산업을 소홀히 하는 국가는 절대 선진국이 될 수 없기 때문에 30년의 장기플랜을 마련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정부가 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하며 “FTA와 고령화가 진행되면 육류 자급률, 가축분뇨 발생량이 자연스레 줄어들 것임에도 현재 수치만 기준으로 정책을 마련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축산입국의 자세로 가칭 축산진흥특별법을 여러 의원실과 협의해 마련 중에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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