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 영혼이 되어서도 아내를 지키는 남편과의 애틋한 사랑을 그린 명작 영화 사랑과 영혼의 여주인공이었던 데미무어. 그녀의 거친 변신이 놀라웠던 ‘폭로’란 제목의 영화가 있었다. 상사였던 데미무어가 직장 부하 남자 직원을 대상으로 성추행을 시도하려다 실패하자 오히려 성추행 당했다고 고발해 재판을 하며 진실에 다가서는 영화다. 당시 여성이 남자 직원을 상대로 성추행을 한다는 소재는 일반적 상식을 뛰어넘는 충격적 소재여서 더 기억에 남는다.

성폭력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무죄 선고 이유 중 하나로 폭력이나 강압이 없더라도 거부 의사를 밝혔다면 성폭력으로 처벌하는, ‘노는 거부의사다’란 의미의 ‘노 민스 노, No means No’의 룰이 우리 법에 없다는 이유와 또한 권력 관계란 점을 인정하면서도 업무상 위력에 의한 권력의 사용은 입증이 불가능했던 점을 들었다.

여성단체들은 무죄판결에 대해 권력형 성폭력을 판단하는 우리 사법체계의 취약성과 후진성을 지적했다. 성폭력 피해자들을 침묵케 해 들불처럼 일어났던 미투운동에 대한 사형선고라고 반발했다.

유형의 위력인 폭행·협박에 의한 성범죄는 상식이지만 무형의 권력에 의한 성범죄는 진실이다. 성폭력 사건의 특성에 관한 이해와 사건의 사회적 의미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사건이었다. 미투의 가해자 처벌을 강화하기 위해 국회 제출돼 있는 잠자고 있는 법안들의 조속한 처리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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