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칼럼 - 누리백경(百景)(58)

세계 최초 ‘시험관 아기’로 태어났던 영국의 루이스 브라운(여)이 지난 7월25일 마흔번째 생일을 맞았다. 1978년생으로 영국 올덤종합병원에서 태어났다.
당시 영국 케임브리지대 로버트 에드워즈(1925~2013)교수와 산부인과 의사인 패트릭 스텝토 박사는 브라운 어머니의 난소에서 꺼낸 난자와 아버지의 정자를 시험관이 아닌 배양접시에서 인공수정 시킨 후 48시간(이틀) 뒤에 그 수정란을 어머니의 자궁에 착상 시켰다. 태어날 당시 브라운의 몸무게는 2.7kg. 로버트 에드워즈 박사는 ‘전 세계 모든 부부 10% 이상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불임을 치료하는 길을 연 공로’로 2010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그후 지금까지 시험관 아기로 태어난 사람은 전세계적으로 800만 명에 달한다. 당시 시험관 아기 탄생을 놓고 언론은 ‘원자폭탄 이후 가장 큰 위협’이라며 경계와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로마 교황청과 가톨릭 교단에서는 ‘신의 섭리에 대한 도전이며, 낙태와 다를 바 없다’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루이스 브라운은 ‘인공수정 시험관 아기가 자연임신 할 수 있을까?’하는 세상의 우려를 잠재우며 결혼 후 자연임신으로 2006년 건강한 첫 남자아기를 출산했으며, 지금은 두 아들을 둔 직업여성으로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85년 서울대병원에서 장윤석 박사팀에 의해 우리나라 최초이자 세계 18번째의 시험관 아기가 태어났다. 분명 시험관 아기 브라운의 탄생은 인류 생명과학의 발전을 이끌었으며, 지금껏 지구상 모든 불임·난임부부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국내에서 실제 결혼한 불임·난임부부가 아니면서도 자신의 난자와 정자를 냉동보관 하는 2030세대가 늘고 있어 주목된다. 이들은 육아부담 등으로 결혼과 출산을 미루고 있지만, ‘당장 낳을 수는 없어도 건강할 때 준비는 하자’며 정자·난자를 냉동 보관해 두고 싶다는 것이다.
그것도 여성보다 건강한 20~30대 일반 남성들이 더 찾고 있다는 것.

서울의 유명한 C여성전문병원 의학연구소에 따르면, ‘냉동 정자’를 보관한 전체 남성 중 질병 없는 건강한 20~30대가 전체 185명 중 115명(62.3%)이었으며, ‘난자 냉동’을 의뢰한 20~30대 미혼여성은 2013년 25명에서 2017년 288명으로 10배가량 늘었고, 해마다 늘고 있는 추세에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아직도 종교계에서는 “인공수정 과정에서 인간생명은 하느님의 신성한 선물이 아니라 통제와 조작이 가능한 단순한 사물로 전락된다”는 주장을 펴며 극력 반대하고 있다. ‘난자 공여와 매매, 대리모, 유전자 조작을 통한 맞춤형 아기’라는 윤리적 문제도 논란의 불씨다. 그럼에도, 난자·정자를 냉동시켜서 늦게라도 아이를 갖겠다는 2030세대의 생각이 놀랍기만 하다. 옛 어른들이 하신 말씀… ‘무자식 상팔자’는 공허한 메아리로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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