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폭염 장기화, 농축산물 피해 막자

▲ 오전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수원 농협하나로마트로 장을 보러 온 손님들이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채소류를 구입하고 있다.

폭염 지속되면 피해 눈덩이…가격 천정부지 예상

•강원도 고랭지 배추…무름병 발생
•과채류…생육 저하로 품질 저하 현상
•축산물…사료 섭취 줄어 발육 저하와 번식장해

지난 24일 수원 농협하나로마트를 찾았을 때, 오전 시간임에도 평상시 보다 사람이 많아 보였다. 무더위를 피해 시원한 마트를 찾은 사람도 있겠지만 계속되는 폭염으로 농산물 가격이 더 뛸 것을 예상해 미리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도 있었다.
수원 농협하나로마트 채소 수급상황에 대해 소매 채소특작 담당 백정호씨는 “아직 본격적으로 채소 가격이 오르지 않았으나 폭염이 지속되면 산지의 작황 상태에 따라 모든 채소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24일 현재 수원 하나로마트 판매 채소류 품목 중 예년에 비해 가장 많이 오른 품목은 시금치로 2배 정도 가격이 상승해 한 단에 3500원이다. 배추는 예년에 비해 25% 가격이 상승해 3500원에 판매되고 있으나 앞으로 더 가격이 오를 전망이다.
“요즘 들어오는 배추는 강원도 고랭지배추로 어제(23일) 산지와 전화 통화한 결과, 폭염으로 배추가 밭에서 밑동이 썩고 주저앉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게 담당자의 말이다.
백정호씨는 폭염으로 시장에서 제일 먼저 타격을 받는 작물로는 시금치와 배추 등의 엽채류, 다음이 과채류와 근채류 순이라고 전했다. 농산물의 품위는 현재까지는 그다지 영향이 없으나 폭염으로 성장에 지장을 주리란 예측이다.

현재 농협에서는 수원점과 양재점, 충주점 등에서 농산물 가격 안정과 소비자의 알뜰 구매를 위해 무는 1480원, 배추는 4개짜리 1박스에 15800원에 세일행사를 하고 있다. 이 품목 외에도 양배추, 가지, 파프리카 등이 가격할인 품목에 들어있다.
“상추 2kg 한 상자 15만 원, 고추는 10kg 한 상자에 18~20만 원까지 오른 적도 있었다”며 백 씨는 폭염 지속으로 곧 닥칠 사태를 예상했다. 그리고 “일반 가정에서는 소비를 줄이는 수 밖에 없지만 쌈채소를 많이 사용하는 삼겹살 식당 등에서는 고기보다 비싼 채소를 더 달라고 요구하는 손님들과 시비가 붙는 경우도 있지 않겠냐”며 우려했다.

“냉해에 폭염까지…올해 농사 다 망쳤다”

과수 햇볕데임(일소) 첫 발생…가축 폐사로 119억 피해

▲ 지난 25일 농식품부 김현수 차관과 간부들이 충북 음성 육계농장을 방문해 폭염 대비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조치원 인근 9900㎡(3000평) 노지에서 복숭아 농사를 하는 박현순 씨는 농산물의 작황 피해를 묻자 “복숭아 다 망쳤다”고 잘라 말했다.
“냉해 피해로 수정을 못해 복숭아 수확량이 반 토막이 예상됐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폭염까지 더해지니 가물어 열매가 크지 않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하루 빨리 폭염이 가라앉고 복숭아도 농업인도 한숨 돌릴 수 있는 단비만을 기다린다고 말했다. 복숭아는 고온 다습의 날씨가 지속되면 잿빛무늬병 발생가능성이 높다. 또 포도와 사과도 강한 햇빛을 오랫동안 쐬면 열매 껍질에 화상 비슷한 점무늬가 생기는 햇볕데임 현상이 나타나 상품성이 떨어진다.

실제로 지난 24일에는 무주에서 처음으로 사과농가에서  햇볕데임인 일소피해 발생이 보고됐다.
과일 가격도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지난달 하순 1만1674원 하던 8kg짜리 수박은 7월 상순 1만2524원, 중순 들어서는 1만5287원까지 뛰었다. 채소 과일과 달리 축산물은 아직 두드러진 가격 변동은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대로 폭염이 지속되면 각 농축산물의 폭염으로 인한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질 전망이다. 폭염의 지속으로 예상되는 농축산물 피해는 다음과 같다.

배추의 경우 비온 뒤에 28도 이상의 폭염이 이어지면 무름병 등의 병해와 칼슘 결핍으로 인한 꿀통 현상으로 생육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
는 폭염이 지속되면 지상부 생육 저하로 지하부가 커지면서 특히 기온이 25도~27도 이상으로 오르면 무 속이 갈색으로 변하는 증상이 발생한다.
시설채소는 폭염이 지속되면 열매가 잘 달리지 않고, 특히 수박의 경우 과육이 적자색을 띠면서 신맛이 나는 일명 피수박 현상으로 상품성이 떨어지게 된다. 시설하우스의 경우 환기와 차광 등을 적절히 하면 피해를 다소 완화시킬 수도 있다.

닭 등 가축의 폭염 피해도 늘어나 살인적 더위로 폐사한 가축이 지난 25일 농식품부 통계로 전국 13개 시도에서 총 217만7천 여 마리, 119억 원 규모로 추정됐다. 7월25일 현재까지 폭염으로 인한 가축 폐사는 전년 동기보다 20% 증가했다. 축종별로는 닭 204만2438마리, 오리 10만4868마리, 돼지 9430마리가 폐사했다.(추정 보험금 기준)
폐사는 면했더라도 폭염에 지친 닭, 돼지, 소 등 가축들의 사료 섭취량이 줄어 발육이 저하되는 데다, 비육·번식장해, 발병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돼지와 가금류는 타 축종에 비해 땀샘이 발달되지 않아 폭염으로 인한 피해가 크다고 알려져 있다.

농작물·가축 피해 방지에 총력

농진청, 재해대책상황실 가동…작물별·축종별 대응 요령 안내

장기화하는 폭염에 대비하기 위해 농촌진흥청은 ‘폭염 대응 재해 대책 상황실’을 운영, 8개반, 84명으로 구성된 현장기술지원단에서 주요 농작물과 가축의 피해 최소화를 추진하며 농업 현장 지도와 상황 관리를 보다 강화하고 있다.
채소 분야는 폭염으로 작황이 좋지 않은 고랭지 무와 배추의 수급 불안을 대비하기 위해 강원도 강릉·평창 등 주산단지 6개 시·군에서 기술 지원을 하고 있다.

축산 분야는 한우와 돼지, 닭, 오리 등 축종별로 가축 사양 관리 종합 기술 지원단을 구성해 축사 내 온도 상승을 막는 방법, 가축별 영양제 보충 요령, 가축 위생 관리 등을 지원한다.
기타, 현재까지 피해 발생이 없는 벼나 밭작물 등은 각 도 농업기술원이나 시·군 농업기술센터에서 현장 기술 지원단을 꾸려 정보 수집을 위한 모니터링과 대응책을 지도하고 있다. 폭염이 예보보다 장기화 되면 중앙기술지원단을 파견할 예정이다.

■  폭염 대비 농작물 관리요령

농업인들도 가축이나 벼, 밭작물, 과수에 예상되는 폭염피해에 대비해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는 개화기·수정기에 35도 이상의 날씨가 지속되면 수정 불량과 알이 여무는 비율(등숙률)이 줄어드는 피해가 우려된다. 논물을 깊게 대고, 증발산량(증발량과 증산량을 합한 것)에 따른 식물체 온도 상승을 막기 위해 물 흘러대기를 해준다. 높은 온도에서 식물체가 잘 자라도록 돕는 규산과 칼륨 비료를 준다.
은 35℃ 이상이 되면 꼬투리가 잘 형성되지 않고, 알맹이가 잘 차지 않는다. 또 고구마는 땅 위로 나온 부분만 자라고, 덩이뿌리가 잘 자라지 않기도 한다. 스프링클러 등의 장비를 활용해 흙에 적절한 물기가 유지되게 해 땅의 온도가 오르지 않도록 한다.
고추 등 열매채소는 물이 부족해 칼슘 결핍과 호흡 과다로 식물체가 약하게 자라거나 시든다. 적정한 수분 유지를 위해 비닐 덮기를 하거나 주기적으로 물을 줘야 한다..
과수의 경우는 햇빛 데임과 당도 저하, 열매가 지나치게 크게 자라거나 색이 고르게 들지 않는 피해가 우려되므로 과수원 밖이 31℃를 넘거나 강한 빛이 들면 탄산칼슘이나 카올린을 뿌리고, 미세 물뿌리개로 온도를 낮춰준다.
축사는 축사 내 온도가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축사 지붕에 단열재를 붙이거나 차광막·그늘막을 설치한다. 단백질, 비타민 등 광물질 함량이 높은 사료를 먹여 영양분을 보충한다. 밀집된 시설은 질병이 생기기 쉬우므로 적정 사육 마릿수를 따르고, 농장의 안팎을 정기적으로 소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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