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여성신문-한국언론진흥재단 공동기획:지속가능한 농업…농촌여성이 안전해야

▲ 제주 농업안전보건센터는 농작업 손상 대면조사를 통해 축적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안전한 농작업 환경 구축에 힘쓰고 있다.

④농작업 손상 관리하는 제주 농업안전보건센터

절단사고 많은 제주도, 응급실 기반한 체계 구축
손상예방달력 제작해 교육과 예방에 주력

농업도 산업의 한 분야로 농작업으로 인한 손상과 질병이 많은 분야다. 더 이상 농업인을 자영업자로 취급할 것이 아니라 다른 산업근로자처럼 작업과 관련된 손상이나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국가의 보호와 지원을 받아야 한다. 특히 농업에 도전하는 청장년층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의 위험한 작업환경을 개선하지 못하면 이는 큰 장애물이 될 것이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 지역 개발촉진에 관한 특별법’ 제15조 2에 근거해 농어업인의 질환을 예방하고 연구하기 위해 현재 전국 5곳의 농업안전보건센터를 지원·운영하고 있다. 이번 호에는 농작업 손상을 담당하고 있는 제주 농업안전보건센터를 찾았다.

간벌작업으로 절단사고 많은 제주도
농업의 특성상 농약을 살포하거나 농기계를 이용하는 작업으로 농작업 손상의 위험에 농업인들이 쉽게 노출된다. 특히 감귤농가가 많은 제주도의 경우 3~4월에 간벌작업 때 파쇄기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이 때 절단사고가 많이 일어나고 있다. 농작업 절단사고 위험요소는 농기계에서 회전하는 부분과 주변에 덮개·안전난간과 같은 안전장치를 미설치한 경우, 농기계 점검 시 시동을 끄지 않는 경우, 안전모·보안경·안전장갑·안전화·보호복 등을 착용하지 않는 경우, 농작업 중 음주와 같은 위험한 작업형태 등이다.

제주도에서 감귤을 비롯해 과수농사를 짓고 있는 강정숙 씨는 “감귤농사의 필수적인 간벌작업 때 크고 억센 감귤나무를 처리하기 위해 파쇄기가 농가 입장에서는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하지만 나이 많으신 어르신이나 여성이 이 기계를 이용하는 경우 많이 위험한 게 사실”이라면서 위험성에 대해 말했다. 특히 제주도의 경우 전체 인구 중 약 14%가 농업인으로 안전한 농업환경 조성이 특히 절실한 지역이다.

제주 농업안전보건센터(이하 센터) 송성욱 센터장은 응급의학과 출신으로 절단사고와 같은 응급상황 경험이 많은 전문가다. 송성욱 센터장은 “우리 센터는 농식품부로부터 2015년 첫 지정을 받아 3년간 농업인 작업 손상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건강검진, 농작업 손상 감시체계 구축, 손상 사례 현장조사, 예방 교실, 파상풍 무료 예방접종 등 다양한 사업을 펼쳤다”면서 “올해 재지정을 받은 만큼 농업인 작업 손상조사와 분석 등에 포커스를 맞춰 제주 농업인들의 건강 증진을 위한 연구 와 사업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센터가 2016년부터 올해 5월까지 제주 농업인 159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무료건강검진의 경우 현장을 직접 방문해 고혈압, 당뇨, 혈당, 체성분 등 기본적 검진과 근골격계 질환 완화와 예방을 위한 스포츠 마사지 등을 펼쳤다. 그리고 전문의와 1:1상담, 조기 암 검진 독려, 두통과 수면장애 평가 등도 시행했다.

▲ 제주 감귤농가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는 나무 파쇄기는 고령 또는 여성농업인의 경우 절단사고와 같은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기 쉽다.

손상예방달력 제작해 예방에 힘써
그동안 센터의 조사에 의하면 농작업 절단사고 부위는 손가락이 80%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다음으로 팔, 손목, 기타 부위 순이다. 절단 후 시간이 지연될수록 접합성공률이 급격히 낮아지므로(손가락은 24시간 이내, 팔·다리는 6시간 이내) 수술이 가능한 병원 방문이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 그래서 제주 센터는 응급실에 기반한 농업인 작업 손상에 대한 감시체계를 구축한다는데 특징이 있다. 또한 이 체계를 제주도뿐만 아니라 전국으로 확장해 표준화하는 작업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농업인 손상의 업무관련성은 비농업인에 비해 3.9배 높았고, 농업인 손상환자의 자해·자살률이 3.8배 높았으며, 손상장소는 대부분 실외(약 90%)에서 발생했다.

농작업 손상 중 낫, 도끼, 삽, 톱 등의 농기구와 제초기, 나무 파쇄기, 절단기 등 농기계 사용으로 농업인들은 열상, 절상, 염좌, 골절, 관통상, 절단 등의 여러 외상의 위험에 직면한다. 그 중 농작업 중 발생할 수 있는 손상은 미끄러짐이나 넘어져서 발생하는 게 27.1%였으며, 작업을 준비하거나 정리과정에서도 20% 정도 발생했다.

농작업 손상으로 인한 외상은 특히 파상풍 감염을 조심해야 한다. 센터가 제주 농업인을 대상으로 파상풍 항체검사를 실시한 결과 예방접종률은 28.4%, 항체율은 15.7%로 파상풍 항체를 보유하고 있는 비율이 현저하게 낮았다. 사망률이 25~70%에 이르는 파상풍 예방을 위해 항체 미보유자 우선으로 보건진료소 연계 후 센터를 방문하는 농업인에게 접종비를 무료 지원했다. 아울러 외상 후 파상풍 발생과 예방교육도 실시했다.

센터는 코호트 조사 이외에도 농작업 손상에 대한 교육 자료와 홍보 콘텐츠를 제작하는 일에도 매진했다. 월별로 빈번하게 발생하는 손상 정보와 예방법을 기재한 ‘손상예방달력’을 제작해 농업인, 면사무소, 농업기술원과 농업기술센터에 배포하고 있다. 올해 달력을 살펴보면 ▲1월 센터 소개 ▲2월 한랭손상 ▲3월 발목염좌 ▲4월 요추염좌 ▲5월 농작업 절단사고 ▲6월 농기계 사고 ▲7월 농약 중독 ▲8월 온열질환 ▲9월 벌 쏘임 ▲10월 뱀 물림 ▲11월 심폐소생술 ▲12월 진드기 매개 감염병 등이다.

아울러 고령 농업인 대상으로 낙상 예방 클리닉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응급실을 찾는 많은 농업인들은 절단 사고 말고도 높은 위치에서 작업 중 일어나는 사고로 방문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낙상 위험요인(개인적 요인, 약물 사용, 농작업 특성)을 평가하고 그에 따른 예방법 책자를 개발해 배포하고 있다. 또한 2차 사고 예방을 위해 농업인의 신체적·사회적 특성에 맞는 방법도 권고해 효과를 보고 있다.

■미니인터뷰-제주 농업안전보건센터 송성욱 센터장

“안전한 농기계 개발 매진할 터”

센터의 연구내용은 농작업 손상으로 인한 부담을 측정하고 농업인들의 예방, 치료, 재활을 위한 계획을 수립해 농업인 손상을 포괄적으로 관리하는데 의의가 있다. 우선 손상의 원인 규명과 예방을 위해 기본적인 자료라고 할 수 있는 코호트를 구축하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예방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교육함으로써 안전한 농업환경을 구축하고자 한다. 제주 전 지역에서 교육을 펼친 결과 효과도 거두고 있다.

또한 중점적으로 힘쓰는 분야가 농기계 제작업체와 함께 농작업 손상을 예방하는 제품개발에 참여하는 것이다. 이는 농업인 대상으로 안전예방 교육 이상으로 더 큰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 대단한 기술이나 연구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제동장치나 덮개를 씌우는 것만으로도 안전사고를 확연히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업체와 긴밀히 협력 중으로 조만간 좋은 결과물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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