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특성상 햇볕노출 많은 농민이 더 취약

안전보험, 국가책임의 공적보험으로 전환해야

장마가 평년보다 일찍 끝나고 연일 기록적인 폭염이 지속되고 있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경보가 발효된 가운데 한반도가 펄펄 끓는다. 내륙 일부 지역에서는 40도가 넘는 기온이 관측되고 있다. 폭염이 계속되면서 사람은 물론 농작물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의하면 올해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104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 증가했다. 특히 15~21일 사이에 전체 온열질환자의 약 절반인 556명이 발생했고, 올해 온열질환 사망자의 70%(7명)가 이 기간에 발생했다.

온열질환자가 발생한 장소를 보면 야외작업(292명)과 논밭(162명) 등에서 가장 많은 환자가 나타났고(43.5%), 길가나 공원 등 야외에서 주로 발생했다. 발생시간대를 보면, 온열질환자의 절반이 12~17시 사이에 발생했고, 지역별로는 경남·경기·경북 순이었으며, 65세 이상 고령자가 전체의 28.4%를 차지했다. 특히 올해 발생한 온열질환 사망자 10중 5명은 80세 전후의 고령여성으로, 이들은 집주변과 밭일을 하던 중, 그리고 집 안에서 각각 발생했다. 대부분의 일이 야외에서 이뤄지고 고령자가 많은 농업농촌 분야에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됨을 알려주는 수치다.

폭염은 농작물과 가축에도 큰 피해를 주고 있다. 강한 햇볕에 노출된 사과 등 과수 열매들이 화상을 입어 변색되고 썩는 햇볕데임(일소현상)과 열과가 발생하면서 상품성이 떨어져 수확을 포기해야 할 처지다. 가축 폐사도 잇따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5일 현재 전국에서 총 217만7237만 마리가 폭염으로 폐사하는 등 119억 원 규모의 재산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태풍 등 기상변수가 없는 한 8월 상순까지 폭염이 계속돼 농업피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작업 특성상 야외나 비닐하우스 등 햇볕에 그대로 노출된 채 일을 해야 하는 농업인들에게 계속된 폭염은 가히 살인적이다. 하우스 내 온도는 50도를 넘어 한증막 수준이다.

이처럼 열악한 야외환경에서 작업을 해야 하는 농업인들의 건강을 지켜줄 정책과 사업이 절실하다. 불의의 사고나 재해로 인한 농업인들의 인적피해를 보장해주는 농업인안전보험은 임의보험이라 가입률은 아직 50%대에 머물러 있다. 아직도 많은 영세농업인들은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보험가입이 부담이 돼 가입을 망설이고 있다. 보험급여 수급자도 여성의 비율이 더 높지만 여성의 보험 가입비율은 20%도 안 된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농업인의 안전과 건강을 국가가 책임지는 공적보험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농작업 공간에 무더위 쉼터를 설치하는 사업도 고려해야 하며, 사물인터넷기술을 활용한 독거노인 응급알림서비스도 더욱 확대 보급해야 한다.

역대급 폭염이 계속되자 정부가 폭염을 재난으로 법제화해 국가 차원의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관리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한다. 폭염으로 인한 인적·물적 피해가 상대적으로 많은 농업·농촌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더 있어야 한다. 그것이 가마솥더위 속에서도 꿋꿋이 우리의 생명창고를 지키는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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