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사회 여견 변화 맞춰 생활개선회 역할도 바뀌어

▲ 생활개선회 60년사 역사기록물 수집 경북권역 행사가 지난 13일 상주시농업기술센터에서 전현직 공무원과 생활개선회원들이 모인 가운데 열렸다.

시작은 미약했지만 여성농업인 대표조직으로 성장
물심양면으로 도움 준 농업기술센터 감사함 전해

농촌진흥청은 올해 생활개선회 활동 60주년을 맞아 ‘함께 이룬 생활개선회 60년! 함께 여는 미래농업’이라는 주제로 기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전국 각지 농업현장에서 활약해 온 담당공무원과 전현직 생활개선회원을 만나 소중한 역사기록물을 수집하고, 중요한 증언들을 연재하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경북 상주시농업기술센터에서는 경북농업기술원 정종기 前기술보급국장과 경북농업기술원·상주시농업기술센터 관계자, 경북도연합회 정정란 회장, 전현직 생활개선상주시연합회장이 함께했다.

전쟁 이후 전 국토가 피폐해져 있던 그 시절, 농촌에서의 생활개선회 시작은 미약했지만 60년이 지난 지금, 그 활약상은 창대하다고 이날 모인 참석자들은 말했다.

상주시농업기술센터 피정옥 농촌지원과장은 “수십 년간 이 업무를 해왔지만 우리 세대에서 그 역사가 끊기는 게 아닐까 걱정이 많았는데 농진청에서 생활개선회 60년사 편찬 작업을 한다고 했을 때 얼마나 다행스럽게 생각했는지 모른다”면서 “하지만 센터와 전직 생활개선회 임원을 일일이 만나 자료를 수집하고자 했지만 세월이 많이 지나 소실된 게 많았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그리고 피 과장은 정종기 前국장과 그 옛날 흔치 않았던 오토바이 면허를 따서 마을 곳곳을 다니며 불철주야 일했던 시절이 좋았다며 추억을 회상했다.

이날 역사기록물을 수집하는 실무 책임자인 한국문헌정보기술 김훈 팀장은 “수집된 기록물들이 비슷한 부분도 있지만 지역마다 특색 있는 사업도 많아 여성농업인으로서 해왔던 일들에 관해 최대한 경청하고자 한다”면서 “기록물에 담긴 의미를 찾아 전국을 누비고 있는데 형식이나 격식에 관계없이 생활개선회가 어떤 활동을 해왔고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증언해 주면 좋을 것”이라고 이번 작업의 의미를 설명했다.

▲ 농업기술센터가 소장하고 있는 자료집과 사업관련 문서들.

한국생활개선상주시연합회 8~9대 회장을 지낸 김희옥 前회장은 “2000년대 초반 지금만큼 생활개선회원들이 많지 않았을 때 농사지은 곶감을 판매하며 기금을 조성하려고 했을 때 시에서 박스와 보관창고를 지원받은 적이 있었다”면서 “그렇게 모인 기금으로 1년에 한 번씩 수련대회를 개최해 묵은 스트레스를 풀어 새로운 활력소를 얻었던 회원들이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한국생활개선경북도연합회 정정란 회장은 “4-H에서 남편을 만나 결혼하자마다 생활개선회를 가입했는데, 벌써 26년이란 세월이 훌쩍 흘렀다”면서 “생활개선회를 가입하지 않았다면 농촌의 평범한 아낙네로 남았을 텐데 지금의 삶을 가능하게 해줘 감사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리고 과거 매달 회의를 할 때면 남편이 직접 돼지고기 뒷다리살 주물럭을 준비하고, 정 회장은 된장지개를 끓여 회원들과 함께 끼니를 해결했던 일을 얘기하며 그 시절의 일들이 평생 남는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경북농업기술원 기술보급국장을 지낸 본지 정종기 감사는 대학에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생활개선회의 역사에 관해 강의한 적이 있었다며 그 자료를 소개했다. 정 감사는 “1960년대는 주거환경개선을 위해 개량온돌, 연료절약 아궁이, 개량변소 등의 사업을 추진했고, 의생활개선을 위해서는 바구니 앞치마와 아동활동복 보급, 활동에 적합한 의복착용을 권고했다”면서 “1970년대는 새마을운동 아래 영양개선, 식량증산, 편리한 생활환경개선에 초점을 맞춰 입식부엌개량, 메탄가스 이용시설 설치, 균형식 교육, 식품가공저장 실습, 농번기 탁아소 등의 일을 했었다”고 회고했다.

그리고 “1980년대는 경제성장이 지속되면서 농가 생활의 질 향상을 위해 생활개선종합시범마을 육성, 한국형 식생활 정착, 폐식용유 이용 비누 만들기를 했었고, 1990년대는 여성 역할의 다양화 요구가 커지면서 농촌여성 일감 갖기, 농촌여성 조직체 육성, 생활과학기술 교육을 했었으며, 2000년대는 농산물 개방과 농촌의 고령화 진입에 따라 보람 있는 노후생활과 농산물 가공 상품화에 집중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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