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愛살다 - 전북 부안 붉은딸기밭 농장 최준호 대표

▲ 딸기농사로 인생 제2막을 시작한 최준호 대표.

개인이 대기업 마인드로 농업 성공 확신
마지막 직장서 신규사업 원예 검토가 계기

유리온실 1천평에 딸기 재배 시작
3300㎡(1천 평)의 유리온실에 잘 갖춰진 딸기농장. 들어가는 입구에는 나무로 만들어진 휴게의자(파라솔 형태) 4개가 줄지어 반긴다. 농장이라고 하기에는 낭만과 여유가 물씬 풍기는 공간이다. 회색빛 하늘은 여과 없이 투영되고 있다. 금방이라도 퍼부을 것 같은 소나기도 왠지 아랑곳없다. 유리온실 속 풍경은 비가 오든 바람이 불든 그냥 여유롭게만 느껴진다. 그렇게 차 한 잔의 여유와 함께 농작업이 시작되는 이곳은 붉은딸기밭 농장이다.

붉은딸기밭 농장 최준호 대표(52·전북 부안군 행안면 진동리 1009-10)는 ‘농업은 과학’임을 실천하기 위해 귀농했다. “퇴직금 모두 털고, 농식품부 자금 지원 받고, 형님 땅 빌려서 시작한 딸기재배를 목적으로 지은 유리온실입니다. 2015년 봄 귀농과 함께 ‘붉은딸기밭 농장’이란 상호를 달고 인생 2막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대기업서 잔뼈 굵은 도시중산층
최 대표의 이력서는 누가 봐도 성공한 도시 중산층이다. 전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미국 미시간주립대학 경영석사(MBA)를 졸업했다. 귀농을 하기 전까지 삼성, IBM, SK 등의 기획부서에서 신규사업개발, 전사 전략, 마케팅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언뜻, 귀농하지 않았다면 지금쯤은 연봉이 몇 억 원에 이르는 회사의 중진으로서 주변의 부러움을 사고 있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스친다.

“SK에서 지주회사의 신규 사업을 기획하던 중에 식물공장, 특히 시설원예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검토와 의견이 있었지요. 당시에 대기업들도 농업분야 진출을 시도하려는 움직임이 많았지만, 농민들의 반발이 거셌습니다. 대기업이 농업까지 장악하면 영세한 농촌기업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 반대 이유였습니다. 그때 생각했지요. 대기업 마인드를 가진 개인이 식물공장을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대기업 때 ‘농진청 강소농
전문위원’ 등 경험

최 대표는 특히 대기업에 다니면서도 농촌진흥청의 강소농 경영과 마케팅 민간전문위원으로 위촉돼 정부정책 방향, 농산물 소비와 기술 트렌드, 농가현황 등을 현장에서 직접 접하는 기회도 많았다.
“어차피 기업은 60세를 넘기기 어렵습니다. 스트레스도 많고요. 그렇지만 인생은 70~80살까지도 건강한 경우가 많잖아요. 그러면서 귀농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당시 기업에 다니면서 농사현장을 체험한 경험이 특히 귀농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가 됐지요. 농산물 중에서도 딸기가 상업시설재배에 적합하고, 가공과 체험 등의 6차 산업으로의 확장에도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기업에 다닐 때 경험과 전문지식을 쌓았다고 하더라도 막상 농사를 하려면 현장에서 적응하는 기술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딸기 관련 분야별 교육 수강과 실습은 웬만한 것이면 다 받았지요.”

‘농업은 하늘이 아니라 과학’
 실천 귀농

최 대표는 현재도 농식품인력개발원의 마이스터 딸기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있다.
“유리온실은 날씨 등의 주변 환경에 크게 민감하지 않아 체험 등의 공간으로 아주 적합하다”는 최 대표는 “원래 귀농과 창업을 할 때 건강과 웰빙을 생각하는 가족과 여행객들에게 최고 품질의 농산물과 힐링 공간을 제공하는 것으로 농장의 목표를 정했다”며 “현재는 국내외 학생과 여행객들이 안심하고 먹고 놀고 배우고, 쉴 수 있는 교육체험농장을 최고의 가치로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농업은 과학이고 장치산업입니다. 하늘을 바라보고 천심을 얘기하는 농사도 있지만 하늘과는 분명 별개의 개념으로 미래 농업은 나아갈 것입니다. 따라서 농장운영의 효율성을 확보하고, 돈을 더 벌 수 있는 프로그램의 다양화 등이 과제로 남았습니다.”

최 대표는 자신의 과학영농이 지역사회와 일거리 창출에 어떻게 보탬이 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지역주민들에게 자신의 영농현장을 최대한 개방해 단순한 농산물 재배가 아닌 농촌문화교육과 체험, 수경재배에 따른 안전한 먹거리 과정, 양액과 방재 등 분야별 전문가와 네트워크 된 관리 시스템 등을 몸으로 느끼도록 하고 싶다는 것이다.
“인근 마을 주민들의 농한기 고용 창출에도 일조하고 싶고, 다양한 계층을 상대로 한 주변의 경관농업과 스포츠파크 시설 등도 함께 연계하는 체험으로 지역관광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싶습니다.”

최 대표는 현재의 1000평 규모의 유리온실을 7920㎡(2400평) 규모로 확대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현장에서 직접 농사를 짓다보니까, 체험객이나 교육은 물론 판매에 이르기까지 적정 규모가 갖춰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동안 농협 조합공사를 통해 주로 판매하던 것을 앞으로는 현장에서 직접 판매하는 것도 늘려나갈 계획입니다. 체험 못지않게 챙겨가는 즐거움도 크기 때문입니다.”
최 대표의 유리온실 농장을 나오니 바깥세상은 요란했다. 장마철 비바람이 절로 우산을 곧추세우게 만든다. 문득, 고향 텃밭에 심어놓은 고추 토마토 오이 등등,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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