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단체장 릴레이 인터뷰 – 황은숙 한국한부모가정사랑협의회장

▲ 황은숙 회장은 한부모가정이 사회구성원으로 자립하기 위해 ‘부모-자녀교실’ 등의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한부모가정은 복지 사각지대…
미투처럼 세상 향한 목소리 내야

- 한부모가정사랑협의회가 하는 일은?
우리나라 인구의 약 10%가 한부모 가정이다. 이혼가정뿐 아니라 미혼모가정, 사별가정, 조손가정 등 다양한 가정을 2002년부터 지원하고 있다. 협의회의 회원만 돕는 게 아닌 국내 한부모가정 누구나 도움을 요청하면 협의회 시스템 안에서 최대한 도움을 주려고 노력한다. 협의회에서는 심리정서적 지원, 청소녀 생리대·속옷 지원, 장학금 지원, 후원물품 지급 등을 실시하고 있다. 회원들에게 회비를 안 받는다. 한부모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 주요사업을 소개하면?
심리적 지원과 자립능력에 대한 교육에 집중하고 있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안 좋은 한부모가정이 많다. 부모는 부모대로 이혼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있는데, 자녀는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비행청소년이 되거나 사회적 고립 위기에 처해져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협의회에서는 교육을 통해 자녀가 부모를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을 길러준다. 한부모가정 부모와 자녀가 독립적이고 자립적인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부모교육, 자녀교실, 청소년 현실적응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다.

장학금, 후원금 등의 후원사업도 실시한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부모에게 물품을 지급하고 청소녀들에게는 생리대와 속옷을 지급한다. 매년 1500~1700명의 청소녀들에게 생리대를 지원했다. 카카오톡을 통한 실시간 상담도 하고 있다. 이밖에도 협의회는 한부모가정 자원봉사자를 1000여 명 양성했다. 한부모가정에서 자랐으나 사회적으로 성공한 봉사자들이 어려움에 처한 한부모가정과 접촉하고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며 용기를 북돋워주고 있다.

한부모가정의 자립을 위한 교육은?
한부모가정이 사회에 나오면 편견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한부모가정이 좌절하지 않고 당당하게 스스로 한부모라는 것을 긍정적으로 인식하지 못하면 언제나 수치감을 갖고 살아가야 한다. 수치 속에 살아가는 사람은 마음이 건강하지 못하고 사회의 리더로 성장하기 어렵다. 협의회에서는 한부모라는 사실이 수치스러운 게 아니라고 다양한 교육을 통해 일깨워준다.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고 회복이 되면 본인도 스스로 말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자신감이 생기면 행동이 달라지고 추구하는 성취욕도 달라지기 때문에 다른 한부모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조직에서 리더로 활동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회원 중에는 본인이 한부모였는데 교육을 받고 어려운 한부모가정을 도와주기 위해 협의회에서 실시하고 있는 ‘한부모가정전문가 양성’을 통해 활동하고 있는 회원도 있다.

- 사회적 편견의 극복 방안은?
협의회의 또 다른 목표는 국민들이 한부모에 대한 의식을 바꿔주려 ‘한부모가정 반(反)편견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한부모가정이 당당한 환경이 되려면 주위사람들이 존중하고 수용해야 한다. 누구나 한부모가 될 수 있으며 뜻하지 않게 남편이 사망할 수 있고, 자녀가 미혼모가 될 수 있고, 이혼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한부모가정이 비난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알려준다. 또 유아교육기관과 초중고 학교에서 한부모가정에 대한 편견에 반대하는 교육을 한다. 교육을 받으면 학교 아이들이 많이 달라진다. 처음에는 한부모가정이 어울리면 안 좋은 가정이고 불행하고 불쌍하게 생각했는데 교육을 받고 한부모가정도 행복한 가정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아이들이 얘기한다. 한부모가정 자녀를 바라보는 시선도 긍정적으로 바뀐다.

- 한부모가정의 복지를 위해 조언하면?
협의회를 16년 운영하다보니 회원이 많아 국내에서 규모있는 한부모단체가 됐다. 나라에서 한부모가정에 대한 관심은 있지만 궁극적으로 한부모가 원하는 정책에 필요한 예산이 없어서 원하는 수준의 복지는 못 받고 있다. 한부모가정 복지가 열악한 이유는 한부모들이 세상에 존재를 드러내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장애인 같은 경우는 적극적인 시위로 복지가 좋아졌지만 현실적으로 한부모들은 시민운동을 위해 힘을 모으지 못하고 있다. 한부모가 미투운동처럼 세상에 나와서 한부모가정이라고 용기를 내서 밝히고 소통한다면 복지도 좋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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