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2년 4월29일 24살의 한 조선인이 중국 상해 홍구공원에서 일본 군인들을 향해 던진 폭탄은 전 세계를 경천동지시켰다. 조선 독립을 위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 의거를 펼친 무장 독립운동가는 바로 윤봉길 의사다. 많은 이들이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윤 의사가 본격적인 무장 독립투쟁의 길에 들어서기 전, 그가 고향인 충남 예산에서 농촌계몽운동에 힘썼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얼마나 될까.

전통 한학교육을 받았지만 그 틀에 얽매이지 않고 일제 침략보다 더 위험한 것은 백성들의 무지라는 믿음으로 한글을 시작으로 역사, 산술, 과학, 농사지식 등을 가르쳐 사그라져만 가는 민족의식을 고취시켜야겠다고 마음먹은 게 불과 18살의 일이었다. 그리고 윤봉길 의사는 3권의 ‘농민독본’을 직접 만들어 교재로 쓰기도 했다고 한다.

“농업은 세상 인류의 생명창고를 그 손에 잡고 있습니다. 우리 조선이 돌연히 상공업 나라로 변하여 하루아침에 농업은 그 자취를 잃어버렸다 하더라도 이 변치 못할 생명 창고의 열쇠는 의연히 지구상 어느 나라의 농민이 잡고 있을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농민의 세상은 무궁무진합니다.”

농민독본 속의 이 글귀는 올해로 탄생 110주년이 되는 지금에도 그의 날카로운 통찰력이 새삼 놀라울 따름이다. 24년의 불꽃같은 삶을 살다간 윤봉길 의사의 가르침을 다시금 가슴에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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