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돈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기획조정과장

▲ 이승돈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기획조정과장

"GAP가 확대되면
소비자와 농업인
모두가 이득이다"

2018년을 이끌 트렌드 키워드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가심비’가 아닐까 한다. 가심비는 가성비와 대비되는 말로 가성비가 가격 대비 성능을 뜻한다면 가심비는 가격 대비 만족을 뜻한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가리키는 ‘소확행’, 일과 삶의 밸런스를 뜻하는 ‘워라밸’처럼 이제는 가격이나 다른 사람의 시선이 아닌, 본인의 만족이 최고의 가치가 된 것이다. 가심비는 2030 젊은 세대를 뛰어넘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여러 기업들이 이 트렌드를 따르기 위해 제품을 개발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 중이다. 특히 스타벅스의 사례를 보면 이 가심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스타벅스는 여느 카페보다 저렴하지도 않고 의자가 편하거나 분위기가 좋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고객의 만족도와 충성도는 매우 높다. 사람들은 스타벅스에 커피와 함께 심리적 만족감을 얻으러 가는 것이다.

우리 농산물이 스타벅스처럼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지난해 살충제 달걀 등 크고 작은 사고가 이어지면서 안전 먹거리에 대한 요구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양이 많고 맛있는 것만 따지던 가성비의 시대는 저물고 비싸더라도 내 마음에 쏙 드는 것을 사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농산물도 이런 흐름에 발맞춰야 넘쳐나는 먹거리 사이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2006년부터 농산물우수관리제도(GAP)를 시행해 소비자에게 안전을 넘어서 안심 농산물을 공급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GAP는 소비자에게 안전한 농산물을 공급하기 위해 농장에서부터 식탁까지 농약, 중금속, 식중독균, 곰팡이독소 등 유해한 물질들이 농산물에 잔류하지 않도록 농산물을 깨끗한 환경에서 위생적으로 관리하는 제도다. 2017년도 기준 GAP 인증농가는 전체 농가의 7.6%로 속도는 늦지만 많은 농가가 안전하고 위생적이 농산물을 공급하는 것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사항임을 인식하고 있어 앞으로 증가 폭은 커질 전망이다.

GAP가 확대되면 소비자와 농업인 모두 이득이다. 소비자는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는 GAP 농산물이 늘어나 좋다. 농업인은 우선 쾌적한 환경에서 농사를 지어 좋고, 좋은 품질의 농산물을 더 좋은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어 좋다. 농촌진흥청은 앞으로 GAP 실천 기술을 개발해 지속적으로 보급하고 누구나 ‘GAP’ 하면 ‘안심’을 떠올릴 수 있도록 대국민 홍보를 강화할 예정이다.

따뜻한 밥 한 공기와 국, 몇 가지 반찬들을 정갈하게 차려놓은 집밥만큼 사람의 마음을 달래주는 것은 없을 것이다. 그 어떤 사람도 집밥을 먹으며 의심하거나 불안해하지 않는다. 우리 농산물이 소비자 마음속에서 집밥처럼 안심의 상징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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